<후 플러스>, 마루타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 마루타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 목 MBC 밤 11시 5분
잘 달리던 차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서 버리는 순간, 옆을 지나는 모든 차량은 흉기로 돌변한다. 마티즈 CVT를 몰면서 7년간 변속 장치만 11번을 교체한 한 운전자는 “내 차가 마루타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마루타라 느끼는 게 비단 그 뿐이랴. 양산 초기부터 변속기 벨트 파손으로 인한 주행 중 차량 급정지 문제가 속출한 마티즈 CVT는 리콜 안 된 차량만 무려 12만대란다. 이 리콜 안 된 차량들에 대해서 GM 대우는 또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동종의 벨트를 거푸 교체해주는 것으로 일관한다. 구리 부품을 사용한 탓에 유사 휘발유가 들어가면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다는 08년형 모닝에 대해 기아자동차 서비스 센터는 “실제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면 그 때 부품을 교환해 주겠다”고 버틴다.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운전자의 관리 소홀 탓으로 돌리기 바쁘지만, 회사에서 장착한 부품이 고장을 일으키는 것이, 부품을 교체해도 본질적인 결함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어째서 운전자의 책임인가. 공교롭게도 급정지 고장이 잦은 차종들은 모두 경차다. CVT 변속기도 연비를 낮추기 위해 도입이 된 것이고, 모닝의 구리 부품도 다른 자동차들이 모두 탄소 재질의 새 부품으로 교체가 된 후에야 뒤늦게 교체 되었다. 결국은 비용 문제 때문에 안전을 담보로 잡힌 셈이다. 경차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홀대와 괄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일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하더라도 당신도 모르게 유사 휘발유가 들어갈 수도 있는데, 이 차의 경우 그런 것도 모두 당신 책임”이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말하는 회사 관계자의 말은 마치 ‘아니꼬우면 큰 차를 타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땅덩이도 좁은 나라에서 다들 큰 차만 좋아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경차를 사면 달리다 말고 차가 갑자기 서는 것조차 내 책임이라는데 누가 선뜻 경차를 타겠는가. “큰 차를 몰 능력이 안 되면 생명도 보전할 수 없다”라니, 너무 새삼스러워서 더 슬픈 메시지다.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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