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명명만으로는 부족하다
, 명명만으로는 부족하다" /> 7회 SBS 월-화 오후 8시 50분
명명은 흔히 자아 찾기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제목부터가 하나의 명명 그 자체인 에서도 마찬가지다. 극을 이끌어가는 두 개의 플롯, 즉 설희(김정은)의 이혼소송기와 밴드 성공기는 결국 거짓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되찾게 되는 그녀의 ‘나는 전설’이라는 하나의 선언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어제 설희가 아직 미숙한 과거에 머물러 있던 마돈나 밴드를 ‘컴백 마돈나’ 밴드로 명명하는 장면은 특히 중요했다. 척박한 처지로부터의 도피에 머물러 있던 밴드 활동이 여고 시절의 추억 같은 몽상에서 벗어나 비로소 현실과 대면하며 진짜 꿈으로 영글어가는 성장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로운 선언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시간을 구성이 성긴 법정극에 할애한 의 7회는 과연 이 드라마가 그 호기를 끝까지 밀어 붙일 만큼의 추진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다소 의문을 품게 했다. 통쾌한 복수극이어야 했을 이혼 소송은 결정적인 외부 도움에 의해 싱겁게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을 맞았고, 밴드 멤버들은 고작 설희 재판을 응원하는 방청객으로의 역할에 머물렀다. 이는 아직까지도 법정극과 음악드라마라는 두 개의 플롯이 매끄러운 유기적 결합을 보여주지 못하는 탓이 크다. 그러다보니 두 플롯에 모두 얽혀 갈등이 고조되며 진도가 나가야 할 설희와 태현(이준혁)의 멜로 라인마저 지지부진하며 별다른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에 가장 필요한 것은 초반 설정의 흥미로움과 호기를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는 이야기 자체의 밀도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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