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목요일 저녁 MBC 방송이 끝나고 나면 매번 ‘그게 어디 있더라?’하며 이 구석 저 구석 뒤지고 다니게 됩니다. 시청자들 중에 아마 저 같은 분들, 많으시지 싶어요. 방송을 보다 보면 도움을 의뢰하신 분들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용달차라든지 훈련용 사이클, 시각 장애인용 축구공은 아닐지라도 중간 단계에 물물교환이 이루어진 물품들과 동일한 제품이 우리 집에도 꽤 여럿 있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어언 이십년이 넘도록 꺼내 본 적이라곤 없는 바둑판이며 일명 ‘도깨비 방망이’의 등장 후 찬밥 처지가 된 믹서,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지갑이나 볼펜, 시계 등등 쓰지 않고 방치해둔 물건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올 봄 타계하신 법정 스님의 가르침인 ‘무소유의 행복’을 실천하고자 어지간히 정리를 했다 싶었는데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이에요. 그래서 만약 ‘기적 원정대’가 우리 집에 들러 도움을 청한다면 그간 찾아낸 물건들로 한 트럭까지는 아니어도 리어카로 하나쯤은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마 이 이때껏 이어온 기적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일일 겁니다.

그냥 축구공 200개 한 번에 사주면 안 돼요?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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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기적 원정대가 김제동 씨가 내놓은 이승엽 선수의 연습복을 7일 동안의 물물교환을 통해 트럭으로 바꾸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기사를 접했을 적에 저는 그게 무슨 기적이냐며 삐쭉거렸던 사람이랍니다. 김제동 씨의 인맥이라면 힘겹게 살아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김학용 씨의 안정된 기반이 되어 줄 용달차를 기증할 재력가를 찾는 건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어디 개인 기증자뿐이겠어요? 제작진과 김제동 씨가 힘을 합한다면 자동차 회사의 협찬인들 못 받아 내겠습니까.

2회 때의 빙상 꿈나무 하나 양을 위한 고가의 사이클도, 3회 때의 시각 장애인 축구 동호회 ‘소.찾.사’에게 필요한 축구공 200개도 단번에 사줄 수 있는 독지가가 계시리라는 것 또한 분명하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중간 과정을 끼워 넣어 수선을 떠느냐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눈 가리고 아옹으로 여겨졌던 거예요. 이를테면 3회 때 기적 원정대 김성연 씨가 탄자니아 여행 중 얻었다며 내놓은 모자에서 MP3로, MP3에서 시계로 바꿔지는 절차 따위가 무에 필요하겠느냐는 얘기에요. 그래서 첫 회에서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는 이형숙, 이보람 씨를 순천행 고속버스에 태워 배웅하는 김제동 씨를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물물교환에 동참하실 것으로 믿었던 저는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김제동 씨 없이 옷 한 벌로 트럭을 바꿔 오라니! 세상 무서운 거 없는 아줌마인 저도 막막해질 미션이거늘 물정 모르는 두 처자가 옷 한 벌 달랑 들고 떠나 어쩌자는 건지 심란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기적 원정대’에게 기대합니다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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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처자는 생면부지의 고장에서 이승엽 선수의 옷을 투수용 야구 글러브로, 캠코더로, 마늘 다섯 망으로 차례차례 바꿔갔습니다. 그리고 마늘을 내주신 남해의 두 아이의 어머니 이중순 씨가 ‘피처럼 딸처럼 정성을 다해 키운 마늘’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비로소 이 이루고자 하는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더군요. 진짜 기적은 연습복 한 벌이 트럭으로, 티셔츠 한 장이 사이클로, 모자 하나가 축구공 200개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아니더라고요. 남모르는 누군가의 희망과 행복을 위해 많은 이들이 기꺼이 힘을 합했다는 자체가 바로 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더 좋고, 더 값비싼 물건으로의 교환에 의미를 둘 필요도 없었던 거고요. 값나가는 볼펜 한 자루가 생선 몇 마리와 바꿔질 수 있는 노릇이고, 감칠 맛 나는 갓김치 한 통이 최신형 컴퓨터 한 대와도 얼마든지 바꿔질 수 있는 거니까요. 실제로 ‘빙신’ 이승훈 선수의 티셔츠가 일반 티셔츠로 교환되기도 했잖아요. 이처럼 마지막 미션 성공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라 7일간의 과정 속에서 많은 이들이 주고받은 소소한 행복들이 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우리의 젊은이들 ‘기적 원정대’는 아마 깨달았을 거예요. ‘기적 원정대’는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손에 손을 잡듯 한 줄로 이어진 참여자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니 가슴이 훈훈해지던데, 김제동 씨는 어떠신지요.

연고가 없는 생면부지인 지역에서 물물교환을 시작하는 ‘기적 원정대’. 그리하여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겠지요. 요즘 각 방송국마다 성업 중인 여타 로드 버라이어티들의 여정과는 출발부터가 다른 ‘기적 원정대’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갈 수록 대한민국의 앞날은 밝아지리란 예감이 들지 않나요? 김제동 씨, 부디 ‘기적 원정대’를 오래오래 잘 이끌어주세요.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7일 동안 만든 기적이 뭔지 이제 알겠어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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