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저거 우리 학교 같은데!” 김규삼의 웹툰 (이하 정글고)를 보다 혹시 외마디 탄성을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자신이 경험하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입시지옥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싸구려 음식을 파는 매점, 이유도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 명문대를 가기 위해 성적만을 강요하는 행태, 그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하는 아이들, 수험생에게 좋다면 뭐든 먹이는 입시생의 부모들, 사립 고등학교의 갖가지 비리와 학벌주의 세상.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암울한 현실들이 눈앞에 묘사되지만, 왠지 모르게 키득키득 웃게 되는 건 작가 김규삼이 이런 소재들을 블랙코미디로 치환해서 보여주는 능력 때문일 것이다.
2006년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김규삼의 웹툰 는 일상생활형 웹툰이 대세였던 초기 흐름과 달랐다. ‘정글고’라는 가상의 사립 고등학교를 통해 입시 제도를 풍자한 뚜렷한 캐릭터와 가상현실을 뒤섞이며 네이버 웹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연재가 실패하고, 만화를 접으려고 생각했던 김규삼 작가가 용돈 벌이로 시작한 의 흥행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축소해 라는 학교에 꾹꾹 눌러 담았고, 캐릭터는 악하지만 사랑스럽게 그렸다. 가령 뇌물 받고 교사를 임용하고, 학생들에게 돈을 뜯어내려 고가의 단체 모자까지 만드는 이사장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건 모차르트 머리를 하고 귀여운 악인으로 묘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립고교 출신인 김 작가의 경험담이 이런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종종 제기되지만 그는 “의 소재는 팔도에서 모인 대학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라며 손 사레를 친다.
김규삼이 평범한 학원물을 그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뭐든지 바꾸려면 노력을 해야 하죠. 현재를 버려야 하니까. 그런데 안 바뀌는 거 보면 나름 현재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김규삼이 자조 섞인 말을 털어놓는 건 아직, 가 그려내야 할 그림이 많기 때문이다. 입학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를 벗어나지 못하는 김규삼이 ‘만화처럼 기억 속에 남는 음악’들을 추천했다. 1. Hisaishi Joe의 < Freedom:Piano Stories 4 >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이 음악만큼은 계속 기억에 남아요. 듣고 있으면 인생이 빨리 지나가버리는 듯 한 기분 같은.” 김규삼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메인 테마곡 ‘인생의 회전목마’를 첫 번째 곡으로 선택했다. 고풍스러운 왈츠리듬으로 판타지의 색채를 드러내는 이 곡은 하울이 소피를 번쩍 안아 올라 공중에서 함께 발을 내딛으며 걷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쿵짜짜 쿵짜짜’ 3/4박자 왈츠리듬은 그들이 하늘 위를 춤을 추듯 걷듯 영상에 스며든다. 19세기 말,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앵거리를 배경으로 한 은 마법에 걸려 18세에서 90세 할머니가 된 소피가 왕실의 마법사 하울을 만나 소녀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이다. 2. 넥스트의 < Lazenca (A Space Rock Opera) >
넥스트의 4집 < Lazenca (A Space Rock Opera) >은 넥스트의 끝과 시작을 알린 명반 중의 하나이다. 1997년 4집이자 국내 애니메이션 의 O.S.T. 앨범인 < Lazenca (A Space Rock Opera) >은 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를 선언할 정도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여명의 세션과 스태프를 동원해 만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앨범이었다. ‘마왕’ 신해철은 1번 트랙부터 8번 트랙까지 넥스트가 추구해 온 자아실현, 어린 시절의 회상을 웅장함과 서정성을 곳곳에 드러냈다. 특히 의 오프닝 곡 ‘Lazenca, Save us’는 전위적인 성가대의 합창과 웅장한 타악기의 사운드가 곡을 지배한다. 김규삼 작가는 “듣고 있으면 누군가를 응징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곡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3. Stephen Trask의 < 헤드윅 OST (Special Edition) >
“영화 초반에 노래와 함께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주인공의 성격을 너무 잘 표현해줘요. 슬프면서 유쾌한 주인공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거든요.” 영화 은 실패한 성전환 수술자로 역경을 딛고 미국에서 록 가수로 성공하는 헤드윅의 성장담을 이야기 한다. 김규삼 작가가 추천한 의 수록곡 ‘Origin of Love’는 인간은 원래 한 몸이었으나 이를 시기한 신들이 사람을 쪼개놓았고 그래서 자신의 반쪽을 만나면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으로 고대 희랍의 희곡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연설 내용을 빌려 왔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헤드윅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기타와 드럼의 운용이 돋보이는 곡이다. 4.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에서 록으로 진화를 거듭했던 서태지가 4집 에서 갱스터 랩인 ‘Come Back Home’으로 컴백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서태지의 앨범을 통틀어 유일한 힙합 곡인 ‘Come Back Home’. 이 곡에 애착을 보이는 힙합 마니아들은 아직도 서태지의 힙합을 기대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곡이다. ‘Come Back Home’은 발표 당시 힙합씬을 충실히 구현한 의상, 헤어, 서태지 특유의 창법이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소비되며 화제를 뿌렸지만, 무엇보다 ‘Come Back Home’의 메시지가 가출 청소년의 실제 귀가로 이어져 에 소개되는 현상은 두고두고 인자에 회구됐다. 김규삼 작가는 “귀가 욕구 촉진 곡”이라며 ‘Come Back Home’을 네 번째 테마곡으로 꼽았다. 5. Hayao Miyazaki의 < Hayao Miyazaki Best... >
미야자키 하야오판 로 통용되는 은 부모가 돼지로 변한 후 요괴와 도깨비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세상으로 빠진 소녀 치히로의 모험을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그린 작품이다. 치히로는 신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치히로의 부정적인 내면의 실체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신의 세상에서 천천히 터널을 지나 현실로 돌아온다. 엔딩 곡으로 쓰인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영화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분절점 역할을 한다. 피아노, 오카리나 등으로 연주한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됐다. 김규삼 작가는 “만화 주제가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 곡을 추천하는 나를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본다”는 평을 할 정도로 클래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곡이다. 김규삼 작가는 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처럼 장난기 가득한 어른아이다. 자신의 결혼식에 축의금 대신 ‘혼인에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라며 빈 봉투를 보낸 조석 작가의 짓궂은 장난마저 웹툰에 그대로 올릴 만큼 “어울리는 작가들과는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규삼이란 자신의 이름을 빗대 ‘Q3’이란 아이돌그룹에 꽃미남으로 웹툰에 그를 등장시키기도 했지만 “웃기려고 한류스타니 뭐니 했는데 학력위조처럼 외모위조를 했다고 비난이 많아 이제는 안 한다”며 멋쩍어 한다. 하지만 이런 일상의 일들이 녹아있기에 가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은 게 아닐까. “재밌게 본 만화를 꼽을 때 생각나는 한 편…뭐 그 정도면 대성공이에요.”
글. 원성윤 기자
2006년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김규삼의 웹툰 는 일상생활형 웹툰이 대세였던 초기 흐름과 달랐다. ‘정글고’라는 가상의 사립 고등학교를 통해 입시 제도를 풍자한 뚜렷한 캐릭터와 가상현실을 뒤섞이며 네이버 웹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연재가 실패하고, 만화를 접으려고 생각했던 김규삼 작가가 용돈 벌이로 시작한 의 흥행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축소해 라는 학교에 꾹꾹 눌러 담았고, 캐릭터는 악하지만 사랑스럽게 그렸다. 가령 뇌물 받고 교사를 임용하고, 학생들에게 돈을 뜯어내려 고가의 단체 모자까지 만드는 이사장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건 모차르트 머리를 하고 귀여운 악인으로 묘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립고교 출신인 김 작가의 경험담이 이런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종종 제기되지만 그는 “의 소재는 팔도에서 모인 대학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라며 손 사레를 친다.
김규삼이 평범한 학원물을 그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뭐든지 바꾸려면 노력을 해야 하죠. 현재를 버려야 하니까. 그런데 안 바뀌는 거 보면 나름 현재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김규삼이 자조 섞인 말을 털어놓는 건 아직, 가 그려내야 할 그림이 많기 때문이다. 입학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를 벗어나지 못하는 김규삼이 ‘만화처럼 기억 속에 남는 음악’들을 추천했다. 1. Hisaishi Joe의 < Freedom:Piano Stories 4 >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이 음악만큼은 계속 기억에 남아요. 듣고 있으면 인생이 빨리 지나가버리는 듯 한 기분 같은.” 김규삼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메인 테마곡 ‘인생의 회전목마’를 첫 번째 곡으로 선택했다. 고풍스러운 왈츠리듬으로 판타지의 색채를 드러내는 이 곡은 하울이 소피를 번쩍 안아 올라 공중에서 함께 발을 내딛으며 걷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쿵짜짜 쿵짜짜’ 3/4박자 왈츠리듬은 그들이 하늘 위를 춤을 추듯 걷듯 영상에 스며든다. 19세기 말,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앵거리를 배경으로 한 은 마법에 걸려 18세에서 90세 할머니가 된 소피가 왕실의 마법사 하울을 만나 소녀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이다. 2. 넥스트의 < Lazenca (A Space Rock Opera) >
넥스트의 4집 < Lazenca (A Space Rock Opera) >은 넥스트의 끝과 시작을 알린 명반 중의 하나이다. 1997년 4집이자 국내 애니메이션 의 O.S.T. 앨범인 < Lazenca (A Space Rock Opera) >은 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를 선언할 정도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여명의 세션과 스태프를 동원해 만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앨범이었다. ‘마왕’ 신해철은 1번 트랙부터 8번 트랙까지 넥스트가 추구해 온 자아실현, 어린 시절의 회상을 웅장함과 서정성을 곳곳에 드러냈다. 특히 의 오프닝 곡 ‘Lazenca, Save us’는 전위적인 성가대의 합창과 웅장한 타악기의 사운드가 곡을 지배한다. 김규삼 작가는 “듣고 있으면 누군가를 응징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곡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3. Stephen Trask의 < 헤드윅 OST (Special Edition) >
“영화 초반에 노래와 함께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주인공의 성격을 너무 잘 표현해줘요. 슬프면서 유쾌한 주인공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거든요.” 영화 은 실패한 성전환 수술자로 역경을 딛고 미국에서 록 가수로 성공하는 헤드윅의 성장담을 이야기 한다. 김규삼 작가가 추천한 의 수록곡 ‘Origin of Love’는 인간은 원래 한 몸이었으나 이를 시기한 신들이 사람을 쪼개놓았고 그래서 자신의 반쪽을 만나면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으로 고대 희랍의 희곡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연설 내용을 빌려 왔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헤드윅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기타와 드럼의 운용이 돋보이는 곡이다. 4.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에서 록으로 진화를 거듭했던 서태지가 4집 에서 갱스터 랩인 ‘Come Back Home’으로 컴백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서태지의 앨범을 통틀어 유일한 힙합 곡인 ‘Come Back Home’. 이 곡에 애착을 보이는 힙합 마니아들은 아직도 서태지의 힙합을 기대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곡이다. ‘Come Back Home’은 발표 당시 힙합씬을 충실히 구현한 의상, 헤어, 서태지 특유의 창법이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소비되며 화제를 뿌렸지만, 무엇보다 ‘Come Back Home’의 메시지가 가출 청소년의 실제 귀가로 이어져 에 소개되는 현상은 두고두고 인자에 회구됐다. 김규삼 작가는 “귀가 욕구 촉진 곡”이라며 ‘Come Back Home’을 네 번째 테마곡으로 꼽았다. 5. Hayao Miyazaki의 < Hayao Miyazaki Best... >
미야자키 하야오판 로 통용되는 은 부모가 돼지로 변한 후 요괴와 도깨비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세상으로 빠진 소녀 치히로의 모험을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그린 작품이다. 치히로는 신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치히로의 부정적인 내면의 실체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신의 세상에서 천천히 터널을 지나 현실로 돌아온다. 엔딩 곡으로 쓰인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영화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분절점 역할을 한다. 피아노, 오카리나 등으로 연주한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됐다. 김규삼 작가는 “만화 주제가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 곡을 추천하는 나를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본다”는 평을 할 정도로 클래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곡이다. 김규삼 작가는 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처럼 장난기 가득한 어른아이다. 자신의 결혼식에 축의금 대신 ‘혼인에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라며 빈 봉투를 보낸 조석 작가의 짓궂은 장난마저 웹툰에 그대로 올릴 만큼 “어울리는 작가들과는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규삼이란 자신의 이름을 빗대 ‘Q3’이란 아이돌그룹에 꽃미남으로 웹툰에 그를 등장시키기도 했지만 “웃기려고 한류스타니 뭐니 했는데 학력위조처럼 외모위조를 했다고 비난이 많아 이제는 안 한다”며 멋쩍어 한다. 하지만 이런 일상의 일들이 녹아있기에 가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은 게 아닐까. “재밌게 본 만화를 꼽을 때 생각나는 한 편…뭐 그 정도면 대성공이에요.”
글. 원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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