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만든 건 아니다”" />
강우석 감독 : 내가 연출자로서 ‘변신 한 번 해보자. 나도 의미 있고 심오한 얘기 할 줄 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건 절대 아니다. ‘척’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상 받고 싶은가?’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기본적으로 감독으로서 나이가 드니 너무 많이 해온 것을 피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며 의도한 건, 생각하면서 볼 수 있게 해보자는 거였다. 욕망이기도 하다.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코미디를 찍으면서도 긴장이 되는 코미디를 찍고 싶었다.
“유머가 안 먹히면 난 죽는다는 심정이었다” 를 만든 건 아니다”" /> 실제로 스릴러 장르이지만 영화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강우석 감독 : 부담이었다. 라는 만화를 아는 사람들이 ‘유머도 나와요?’라고 물어볼 때 마다 만화를 쳐다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이건 유머를 얹기가 정말 힘든 작품이라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영화가 칙칙한 공포 영화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쉬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들어낸 것도 있다. 이게 안 먹히면 난 죽는다는 심정이었다. 정재영 씨와 유준상 씨 배역에 코믹 코드를 던졌는데, 찍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현장 분위기가 살벌했고, 재밌어도 스태프들이 웃지를 않았다. 할 때 마다 고독했다. 여기서 웃음을 던지려고 하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연출자로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원작이 있어서 더 힘든 경우인 건데, 원작에서 바꾸고 싶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
강우석 감독 :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작의 평가가 워낙 좋고 마니아층도 깊게 형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글로서 나에게 공격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좋은 감독들도 많은데, 하필 왜 당신이 만드냐’ 같은 글을 보면서 ‘정말 한 판 붙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타깃이 윤태호 작가였다. ‘내가 당신 넘지 못하면 영화 만드나 마나다’ 이런 생각으로. 원작을 좋게 보는 사람을 넘지 못하면, 초반에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을 예상했다. 이게 영화 찍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원작을 넘고 싶었다. 특히 유선과 유해진 씨 역할은 만화와의 큰 싸움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부담을 많이 줬다. 유선 씨는 자기가 생각한 영재와 다른 역할을 주니까 당황스러워 했다. 유해진 씨도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이야기를 던지니까 2주후에 찍자고 하고 그랬다. 박해일 씨는 20회 찍을 때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불러도 천천히 오고. 나중에 술자리에서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하더라. 더 괴롭힌 사연들 많은데 여기까지만 하겠다.
심지어 마지막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이렇게 결말 지은 이유는.
강우석 감독 : 답을 하기가 상당히 곤란한 질문이다. 이건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다. 열어놓고 엔딩을 보시라고 말이다. 사실 만화에서는 갑작스레 엔딩을 맞이해서 당황했다. 윤태호 작가한테 나는 이렇게 한다고 하니까 흔쾌히 동의했고, 윤 작가가 실제로 대본을 써서 보냈다. 그 중에서는 내가 발췌한 것도 있고 삭제한 것도 있다. 어쨌든 이 영화 스타트 할 때부터 엔딩은 정해져 있었고, 그 결말에서 만화를 역으로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다.
강우석 감독 : 일단 만드는데 급급했다. 원작 자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많은 이야기를 축약하는 것도 힘들었다. 타당성 부여도 해야 했다. 시종일관 말이 되는 영화를 만드는데 시간이 쫓겼던 것 같다.
정재영 :감독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한다. 감독님이 가장 애쓰신 작품이고, 감독님 작품 가운데서 가장 준비를 많이 해야 되는 작품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잘 한 모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여배우라기보다는 마을 주민이었다” 를 만든 건 아니다”" /> 를 만든 건 아니다”" />
그만큼 배우들도 힘들었을 텐데, 감독님이 배우들을 어떻게 괴롭히던가.
박해일 : 감독님께서 원작 의 매력을 느끼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면, 나는 원작 와 강우석 감독님의 매력을 느끼고 시작하게 됐다. 아무래도 나는 감독님과 첫 작업이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 전에는 강우석 감독님과 함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아가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현장의 기운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한 과목을 이수한 것 같은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여배우는 유선 씨 혼자였는데, 연기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유선 : 다들 그걸 궁금해 하시는 거 같다. 나는 현장에서 여배우라기보다는 마을 주민인 것처럼 생각했다. 선배님들이 ‘넌 전우 같아’라고 할 정도로. 끈끈한 동지애가 느껴지는 남다른 경험이었다.
본인 나이보다 훨씬 많은 이장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정재영 : 캐스팅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역할이라 부담감도 많았다.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이 응원을 많이 해주신 덕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이 역할은 정재영이 하는 이장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고.
늙은 이장과 젊은 이장의 느낌이 다른데 톤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정재영 : 사실 시나리오에 다 나와 있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특별히 주안점을 두었다기보다는 젊은 시절에는 좀 더 힘 있고 빠르고 거침없이 막무가내 같은 느낌으로 했고, 노인 땐 정적이며 좀 더 날카로운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라는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강우석 감독 : 처음 라는 제목과 만화를 접했을 때 제목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만드는 경험에서 온 것인데, 그냥 ‘이끼’를 떠올리면 친근하게 느껴지는 제목이다. 영화는 누가 나오나 누가 만들었나를 보니까 제목에서는 느낌만 전달되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위에 붙어서 이끼처럼 자라는, 숨어 지내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내가 지은 제목이 아니라서 윤태호 작가한테 연락해서 물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영화 의 원작은 2009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웹툰이었다. 최종회까지 총 3600만 클릭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었던 원작에 바탕하는만큼 영화 는 관객 이전에 촘촘한 구성의 원작과 대결해야 할 운명이었다. 영화 중간중간 들어간 코믹 코드는 영락없는 강우석 스타일이지만 무엇보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건 결말에서의 반전이다. “윤태호 작가를 넘지 못하면 영화는 만드나 마나”라는 강우석 감독의 창작자로서의 야심은 과연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2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영화 기자시사회에서 강우석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나눈 이야기를 요약했다.는 이전에 강우석 감독 영화의 스트레이트한 스타일과 많이 다르다.
강우석 감독 : 내가 연출자로서 ‘변신 한 번 해보자. 나도 의미 있고 심오한 얘기 할 줄 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건 절대 아니다. ‘척’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상 받고 싶은가?’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기본적으로 감독으로서 나이가 드니 너무 많이 해온 것을 피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며 의도한 건, 생각하면서 볼 수 있게 해보자는 거였다. 욕망이기도 하다.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코미디를 찍으면서도 긴장이 되는 코미디를 찍고 싶었다.
“유머가 안 먹히면 난 죽는다는 심정이었다” 를 만든 건 아니다”" /> 실제로 스릴러 장르이지만 영화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강우석 감독 : 부담이었다. 라는 만화를 아는 사람들이 ‘유머도 나와요?’라고 물어볼 때 마다 만화를 쳐다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이건 유머를 얹기가 정말 힘든 작품이라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영화가 칙칙한 공포 영화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쉬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들어낸 것도 있다. 이게 안 먹히면 난 죽는다는 심정이었다. 정재영 씨와 유준상 씨 배역에 코믹 코드를 던졌는데, 찍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현장 분위기가 살벌했고, 재밌어도 스태프들이 웃지를 않았다. 할 때 마다 고독했다. 여기서 웃음을 던지려고 하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연출자로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원작이 있어서 더 힘든 경우인 건데, 원작에서 바꾸고 싶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
강우석 감독 :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작의 평가가 워낙 좋고 마니아층도 깊게 형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글로서 나에게 공격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좋은 감독들도 많은데, 하필 왜 당신이 만드냐’ 같은 글을 보면서 ‘정말 한 판 붙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타깃이 윤태호 작가였다. ‘내가 당신 넘지 못하면 영화 만드나 마나다’ 이런 생각으로. 원작을 좋게 보는 사람을 넘지 못하면, 초반에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을 예상했다. 이게 영화 찍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원작을 넘고 싶었다. 특히 유선과 유해진 씨 역할은 만화와의 큰 싸움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부담을 많이 줬다. 유선 씨는 자기가 생각한 영재와 다른 역할을 주니까 당황스러워 했다. 유해진 씨도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이야기를 던지니까 2주후에 찍자고 하고 그랬다. 박해일 씨는 20회 찍을 때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불러도 천천히 오고. 나중에 술자리에서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하더라. 더 괴롭힌 사연들 많은데 여기까지만 하겠다.
심지어 마지막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이렇게 결말 지은 이유는.
강우석 감독 : 답을 하기가 상당히 곤란한 질문이다. 이건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다. 열어놓고 엔딩을 보시라고 말이다. 사실 만화에서는 갑작스레 엔딩을 맞이해서 당황했다. 윤태호 작가한테 나는 이렇게 한다고 하니까 흔쾌히 동의했고, 윤 작가가 실제로 대본을 써서 보냈다. 그 중에서는 내가 발췌한 것도 있고 삭제한 것도 있다. 어쨌든 이 영화 스타트 할 때부터 엔딩은 정해져 있었고, 그 결말에서 만화를 역으로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다.
강우석 감독 : 일단 만드는데 급급했다. 원작 자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많은 이야기를 축약하는 것도 힘들었다. 타당성 부여도 해야 했다. 시종일관 말이 되는 영화를 만드는데 시간이 쫓겼던 것 같다.
정재영 :감독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한다. 감독님이 가장 애쓰신 작품이고, 감독님 작품 가운데서 가장 준비를 많이 해야 되는 작품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잘 한 모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여배우라기보다는 마을 주민이었다” 를 만든 건 아니다”" /> 를 만든 건 아니다”" />
그만큼 배우들도 힘들었을 텐데, 감독님이 배우들을 어떻게 괴롭히던가.
박해일 : 감독님께서 원작 의 매력을 느끼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면, 나는 원작 와 강우석 감독님의 매력을 느끼고 시작하게 됐다. 아무래도 나는 감독님과 첫 작업이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 전에는 강우석 감독님과 함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아가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현장의 기운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한 과목을 이수한 것 같은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여배우는 유선 씨 혼자였는데, 연기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유선 : 다들 그걸 궁금해 하시는 거 같다. 나는 현장에서 여배우라기보다는 마을 주민인 것처럼 생각했다. 선배님들이 ‘넌 전우 같아’라고 할 정도로. 끈끈한 동지애가 느껴지는 남다른 경험이었다.
본인 나이보다 훨씬 많은 이장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정재영 : 캐스팅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역할이라 부담감도 많았다.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이 응원을 많이 해주신 덕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이 역할은 정재영이 하는 이장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고.
늙은 이장과 젊은 이장의 느낌이 다른데 톤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정재영 : 사실 시나리오에 다 나와 있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특별히 주안점을 두었다기보다는 젊은 시절에는 좀 더 힘 있고 빠르고 거침없이 막무가내 같은 느낌으로 했고, 노인 땐 정적이며 좀 더 날카로운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라는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강우석 감독 : 처음 라는 제목과 만화를 접했을 때 제목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만드는 경험에서 온 것인데, 그냥 ‘이끼’를 떠올리면 친근하게 느껴지는 제목이다. 영화는 누가 나오나 누가 만들었나를 보니까 제목에서는 느낌만 전달되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위에 붙어서 이끼처럼 자라는, 숨어 지내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내가 지은 제목이 아니라서 윤태호 작가한테 연락해서 물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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