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경호와의 ‘NO. 1’ 인터뷰를 시도했던 건 SBS 종영 즈음이었다. 그가 전작들에서 꾸준하게 연기해왔던, 별다른 콤플렉스 없을 것 같은 밝고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어딘가 쉽게 채울 수 없는 결핍을 안고 있던 캐릭터는 성실함과 소심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강현수를 통해 어떤 완성형에 이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 속 현수-정인(이민정) 커플은 심지어 시청자들에게 큰 지지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인터뷰보다는 휴식이 필요했고, 그와 만날 기회는 나중으로 미뤄졌다. 어쩌면 현재의 정경호는 그 때보단 덜 ‘핫’한 배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 얻은 스타덤 이후 KBS ‘위대한 계춘빈’을 후속작으로 고른 그에 대해 궁금한 점은 더욱 많아졌다. 다음은 바로 그 궁금함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SBS 이후 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정경호 : 이전에 너무 많이 쉬지 못했다. 영화 부터 , SBS , 까지 쭉 찍어서 좀 많이 힘들어서 이번에 좀 쉬었다. 아버지가 촬영 중이신 제주도에도 다녀오고 일본에도 짧게 다녀오고. 사실 많이도 아니고, 두 달 정도 쉬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정도 쉰 것 같다.

“캐릭터가 너무 초지일관이면 재미가 없다”
정경호│“돌잔치 때 오셨던 선배들과의 연기,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1
정경호│“돌잔치 때 오셨던 선배들과의 연기,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1
그런데 휴식 이후의 선택이 의외로 선택이 KBS 이다. 로 얻은 인기를 더 높일 작품을 고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경호 : 한 번도 더 높은 인기의 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잘나 보이려고 작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좋은지, 어느 감독님이 찍으시는지, 어느 배우와 같이 하는지가 중요하니까. 이번에 들어간 ‘위대한 계춘빈’ 같은 경우에는 친한 친구인 정유미가 한다고 했고, 시나리오도 흥미롭고, 책임프로듀서인 함영훈 감독님도 어렸을 때부터 친한 분이라 선택을 하게 된 거다. 드라마의 상황이 좀 엉뚱하고 재밌다. 드라마 전체적으로는 유쾌할 것 같다.

본인의 캐릭터는 어떤가. 어둠을 무서워하는 미술 치료사로 알고 있는데.
정경호 : ‘위대한 계춘빈’에는 소위 말하는 정상인이 한 명도 안 나온다. 다들 아픔이 있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상처를 치유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내가 맡은 왕기남 역시 미술로 다로 다른 이들을 치료하지만 정작 치료받아야 할 건 본인이고, 그런데도 정작 그걸 모르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다 별 볼일 없는 계춘빈(정유미)을 만나 치유를 받고, 어둠을 헤쳐 나가는 법과 사랑을 배운다.

말하자면 극 안에서 성장하는 인물인데 영화 의 종범이나 의 정훈, 의 현수처럼 조금씩 나아지는 인물을 자주 연기하는 것 같다.
정경호 : 드라마 안에서 모든 인물들은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에서도 정인(이민정)을 만나면서 남자가 되었듯. 운 좋게 좋은 감독님들 만나서 그런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캐릭터에게서 더 매력을 느끼는 편인가.
정경호 : 캐릭터가 너무 초지일관이면 재미가 없을 거 같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고, 그 변화를 통해 다음 사건을 맞게 되겠지. 그 과정이 결코 초지일관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과정들이 재밌는 거고.

“꾸미지 않은 상태로 스스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정경호│“돌잔치 때 오셨던 선배들과의 연기,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1
정경호│“돌잔치 때 오셨던 선배들과의 연기,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1
정경호│“돌잔치 때 오셨던 선배들과의 연기,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1
정경호│“돌잔치 때 오셨던 선배들과의 연기,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1
사실 그런 면에서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탈주범 역할의 영화 는 조금 의외기도 했다.
정경호 : 는 좀 많이 힘들었다. 사실 어려운 인물이지. 주변에서 탈주범을 본 적이 있어야 내가 뭘 하는데. (웃음) 원래는 더 말수도 줄이고 얼굴도 더 가리려 했는데 무엇이 더 좋았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영화 덕에 김윤석 선배님을 만나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캐릭터처럼 작품을 통해 본인도 성장한다는 뜻이겠다.
정경호 : 내가 지금 28살인데, 좋은 선배님과 감독님들을 운 좋게 많이 만나 나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내 캐릭터가 성장해가듯. 그래서 좋다.

선배 이야기를 했는데 유독 연기 오래하신 선생님들과의 작업이 많은 편인 것 같다. 의 최불암, 천호진처럼.
정경호 : 심지어 강석우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내 돌잔치 때도 오셨던 분이다. 그러니 정말 닥치고 열심히 해야 한다. (웃음) 내가 어릴 때부터 이런 선생님들 연기를 보면서 자랐는데 그분들과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거 아닌가. 게다가 현장 분위기도 너무 재밌었다. 아버지 역이셨던 천호진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게끔 이끌어주셨고. 정말 감사드린다.

연기뿐 아니라 인격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것들을 배웠을 거 같은데.
정경호 : 물론이다. 최불암 선생님께선 참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는 편인데 특히 선생님이 집필하신 를 보고 많이 배웠다.

그런 분위기 덕에 의 현수 캐릭터가 더욱 자연스러울 수 있었겠다.
정경호 : 최대한 꾸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태곤 감독님과 촬영 전부터 많이 대화하고 놀았는데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하길 원하셨다. 네 모습 그대로 하라고. 그런 환경이 편하니까 나중에 내가 스스로 TV로 내가 연기한 걸 봐도 편하더라. 모든 작품에서 이번처럼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어려운 역할들도 있었을 텐데.
정경호 : KBS 의 최윤 역할은 정말 안 맞았다. 그리고 직업 자체가 쉽게 녹아들 수 없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MBC 의 국정원 요원이나 의 탈주범 같은. 그런데 그런 인물에 다가가는 과정이 이 일의 매력이기도 하다. 촬영 전에 준비하고 인물에 접근하는 과정이 단단해지면 좋은 작품이 되겠지. 그런 면에서 항상 노력을 많이 하려는 편이다.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매력인 건가.
정경호 : 물론 어떤 역할을 하던, 나 정경호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벗어나진 못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유명 할리우드 배우처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도 어렵고. 다만 28살 정경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 안에서 편하고 꾸미지 않은 상태로 스스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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