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지문 다가가기
“어떻게 저렇게 유명하고 돈 잘 벌고 능력 있고 잘생기고 친절하고 매너 좋고 겸손하고 이렇게 퍼펙트 할 수가 있어?”라고, 베스트셀러 작가 이진수의 비서가 되기 전 강승연은 생각했다. 하지만 새파랗게 어린 비서에게 꼬박꼬박 극존칭을 사용하며 말을 놓으라고 하면 “아직 어려도 성인인데 그럴 순 없지요”라며 젠틀한 미소를 짓던 이진수는 거기까지다.

커피를 타다 주면 “고마워요. 좋은데요” 하고는 몰래 버린 뒤 직접 타서 마시는데 알고 보니 “내 취향에 딱 맞춰주는 집을 죽어도 못 찾아서 그냥 내가 공부하는 게 빠르겠다 싶어 맘먹고 팠더니” 바리스타 수준이 되었다는 완벽주의자. “내가 보기보다 좀 까다로워요. 아마추어가 날 어떻게 맞추냐고.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아. 잘 할 수 없을 거 같은데” 라며 친절한 미소로 아마추어를 무시한다. 게다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봤자 돌아오는 것은 “이거 설마 먹고 죽으라고 탄 건 아니죠? 모닝커피 한 잔 마시려다 점심 때 되겠네? 갈수록 사약 같아지네. 이것도 재준데?” 등 “웃는 얼굴로 회 뜨는” 갈굼 뿐이다. 선배 지원의 면전에서는 “어떠냐?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겠냐?”는 자랑에 “피눈물을 흘릴 거 같은데요”라는 시큰둥한 반항 밖에 못 하지만 작정하고 눈앞에서 사라지게 할 때는 대관령 목장 한복판에 버려 버린 뒤 경박하게 웃어대며 “누구 골탕 먹이는 거 하나도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는, 옆에서 보기엔 미칠락 말락 하는 남자. 불면증에 시달리니 이웃 주민들의 소음을 해결하라며 승연을 보내는 이유는 “난 알려져 있으니까 안 되지. 나보고 주민하고 싸우라고?”라는 걸 보면 심지어 소심하기까지 한데 어째서 그의 비서를 꿈꾸는 여성들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 것일까. “아예 아무도 없으니까 좀 불편하더라구”를 “네가 없으니까 못 살 것 같아”로 알아들을 난청인들이여, ‘개그지’ 이작가한테 뭘 기대하나!

갈래 : 프로와 아마추어,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최ㅅㅞㅍ은 양반이었다.

[1점 문제] Q. 다음 중 이진수가 비서 강승연에게 시켰던 일이 아닌 것은?

1) 개껌 씹기
2) 헬륨가스 마시기
3) 들고양이 잡기
4) 훌라후프 돌리며 걷기
5) 벽에 발 도장 찍기
[2점 문제] Q. 다음 대화에서 이진수가 상대를 속이려는 의도로 한 말은?

승연 : 멀쩡한 분도 완전 속는 거 보니까 제가 모자란 게 아니라 선생님이 거짓말을 너무 잘하시는 거였어요. 사기꾼 되셨으면 나라도 몇 번 팔아먹고 남으셨을 거 같아요~
진수 : 1) 그걸 지금 칭찬이라고 하는 거야?
승연 : 에? 아니.. 진짜 놀라워서요..
진수 : 2) 사기 혐의로 감방에 두 번 들어갔던 적은 있었어.
승연 : 네?!
진수 : 3) 사기꾼한테 백번 당할 타입이야.
승연 : 아…
진수 : 4) 연애할 때 남자친구한테 돈 꿔주고 못 받은 적 있지? 한 번이 아니구만. 5) 귀신 같이 잘 맞춘다고? 어라, 지금 표정은…
승연 : 그만 하세요 제발~ 표정 살피지 마세요~
[3점 문제] Q. 원치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 진수의 반응과 그 속뜻을 다르게 연결한 것을 고르시오.
1)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다… – 어디서 이런 이상한 걸 구해 온 거야?
2) 하하, 나중에 입어보겠습니다. – 평생, 영원히, 절대로 안 입을 거야!
3) 어우, 잘 맞는데요 어르신. – 어른이니까 내가 참는다, 진짜.
4) 너~무 맘에 드는데요. 감사합니다. – 근데 이 상황은 언제 끝나는 거냐고.
5) 괜찮습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 나한테는 정말 과분한 선물이야.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2) 자꾸 뭘 걸어? 엄마를 어떻게 걸어? 말 막하지 말어 일단 만나서 얘기해 집에서 딱 대기해 당장 데리러 갈게
2점 문제 – 3) ㅇㅢㅇ?
3점 문제 – 3) 니 친동생이야.

[실전! 말하기 전략]* 심심할 때 피싱 전화가 걸려오면
아유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좀 땅 보는 눈이 까다로워요. 그리고 저한테 맞추는 거 힘들어요. 아니, 맞출 수 없어. 에~ 그러지 말아요.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아요. 잘 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정말? 정말 잘 할 수 있다구? 그럼 한 번 믿어볼까요? 그래요 그렇다니까! 관심이 생겼어. 그럼 일단 전화부터 끊고 얘기하죠. 수고해요.

* 열을 가하면 사라지는 마법의 매직이라니
거의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아야 된다고. 1번이면 뭐해. 맑은어뢰체가 아닌데. 맑은어뢰체랑 99프로 비슷한 1번은, 그냥 메이드 인 코리아야.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니까.

* 우리는 안 갔지만 너는 편하게 갔으니까 특혜잖아요.
내가 미친 거 같애. 안 미친 거 같애?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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