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열심히 안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펑크밴드 타바코쥬스의 드럼을 맡고 있는 백승화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의 한 장면. 보컬 권기욱의 이 대사는 패배주의의 전형처럼 두고두고 회자가 됐고, “열심히 안하는 밴드”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이 아는 타바코쥬스는 거기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빡세게” 곡을 만들어 2집 정규앨범도 냈고, 요즘엔 연습도 착실히 한다. 술 먹다 공연 펑크 내는 건 옛말이다. 본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타바코쥬스에 배신감이 엄습해 오지만, 그들이 충만한 ‘똘끼’까지 상실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가 소개하는 네 번째 인디 신은 펑크밴드 타바코쥬스다. 나루토 아저씨 권기욱(보컬)을 비롯해 권영욱(기타, 보컬), 성호림(기타), 백승화(드럼), 송학훈(베이스)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타바코쥬스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규 2집 내고 지난 19일 첫 단독공연을 했다. 어땠나.
권기욱 : 홍대 클럽 ‘바다비’에서 했다. 뜻하지 않게 사람들이 많이 왔다. 게스트가 옥상달빛이었는데, 끝나고 많이 빠져나가더라. (웃음)
권영욱 :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가는 거 다 봤다.
권기욱 : 거창하게 하진 않았다. 주중에 클럽에서 기획하는 공연이 있다. 단독공연 파노라마인데, 3주 동안 해버리자고 해서 했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 가게 빌리는 돈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와서 술도 많이 먹었다. 크크 (웃음)

“이번 앨범 은 욕심을 많이 냈다”
인디10│④ 타바코쥬스 “소리 음, 즐거울 락. 우리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인디10│④ 타바코쥬스 “소리 음, 즐거울 락. 우리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1집 앨범이 밴드 결성 5년 만에 나왔다. 이에 반해 2집 앨범은 1년 만에 나왔다. 열심히 안하는 게 타바코쥬스 모토인데, 요즘 너무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든다.
권기욱 : 기회주의자들이다. (웃음) 영화도 나오고 하니까 어떻게든지 앨범 많이 팔아먹을 고민을 하고 있다.
백승화 : 영화 나올 즈음해서 4월 안에 곡을 뽑자고 하니까 빠르게 진행하게 됐다. 다들 빡세게 했다. 언제까지 기한이 없으면 더 하자 하게 되는데, 기한이 있었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한 거 같다.

요즘 연습하다 보면 ‘잘 된다’는 느낌이 드나.
권영욱 : 각자 맡은 부분에서 발전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안 됐었는데, 점점 스케일이 쌓이다 보니까 그렇다. 옛날에 있었던 곡인데 편곡도 더 잘되고 호흡이 더 잘 맞는 거 같다. 베이스 형님이 오셔가지고 같이 작업도 하고, 유도리 있게 잘 된다.

베이스 조퐈니 탈퇴 이후에 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권영욱 : 한 명이라도 나가면 다 해체하자 그래서 해체했다. 그런데 막상 해체하고 나니까 할 게 없더라. 1주일 정도 지나고 다시 하자고 이야기 했다. (웃음)
권기욱 : 우리 숫기가 없어서 다시 친해지는 게 힘들다.
백성화 : 아예 모르는 사람으로 하기도 그렇고, ‘구합니다’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힘든 일이다.

이번 2집 앨범을 들어보면 블루스, 펑크 등 장르적으로도 넓어졌고, 사운드도 훨씬 다듬어졌다는 게 느껴진다.
권기욱: 하고 싶은 거 다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았다. 소프트해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쩔 수 없는 거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권영욱 : 좀 더 대중적이게 된 것 같다.

2집 앨범 타이틀을 로 지은 이유는 뭔가.
권기욱 : 영화도 나오고 하니까 제대로 설레발쳐서 이름 좀 알리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노래도 들어보면 알겠지만, 막 뒤죽박죽이다. 노래 구성도 하나도 안 맞다. 발라드도 있고. 누가 들으면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생각할 꺼다.
백승화 : 앨범 들어보면 설레발 떨었구나 싶을 거다.

본인들은 ‘설레발’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타바코쥬스 이번 앨범은 1집에 비해서 욕심을 많이 낸 것 같다.
권영욱 : 맞다. 욕심을 많이 냈다. 돈을 많이 들였다. 우리 회사에서 투자를 많이 했다. 레코드 할 때 녹음실도 좋은 데로 갔다. 저희도 좋은 데서 하니까 더 긴장하면서 했다.
백승화 : 1집 때는 믹싱이 뭔지도 모르고 했다. 2집 때는 요구하는 것도 많아졌고, 더 좋아졌다.

2집 앨범 표지는 백승화(드럼)가 직접 그렸다고 들었다. 초등학생 막 그린 그림처럼 그렸는데.
백승화 :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그림을 그리면 오른손으로 잘 그리려는 습관이 있어서 일부러 왼손으로 그렸다. 애들처럼 못 그리려고. 그림일기 콘셉트로, 곡마다 그림을 담으려고 했는데, 안 맞아서 애들 콘셉트만 남겨 놨다. 1집 디자인도 내가 했었는데 욕을 엄청 먹었다. 속지를 성의 없게 만들었다고. (웃음)

“영화 나오고 나서는 대중교통 탈 때도 힘들었다”
인디10│④ 타바코쥬스 “소리 음, 즐거울 락. 우리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인디10│④ 타바코쥬스 “소리 음, 즐거울 락. 우리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영화 으로 타바코쥬스의 이름도 많이 알렸다. 영화 때문에 달라진 일상도 있을 것 같다.
권기욱 : 후유증을 많이 겪었다. 망가진 사람으로 있어야 되는 건지 고민이 많이 됐다. 영화가 나가고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알아봤다. 단독공연만 해도 관객들이 다 모르는 분들이 오더라. 영화보고 많이 왔다면서. 20분이 넘게 왔는데, 처음 보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그 다음부터 안 오더라. (웃음)

영화 속 대사 “우린 아마 안 될 거야”가 유행이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권기욱 :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나만 유명해 지는 것 같았다. 그런 게 제일 싫고 지금도 싫다. 같이 유명해졌으면 좋겠는데, 한 사람만 그러면 안 좋은 쪽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서.
권영욱 : 그래도 한 명은 튀어야 된다. 자우림도 그렇고 김C도 그렇고.
권기욱 : 나는 싫다. 지금은 1년도 더 된 이야기라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영화 나오고 나서는 대중교통 탈 때도 힘들었다.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것 같고, 모두 나를 보는 거 같아서 정신분열증 생길 거 같았다.

사람들은 타바코쥬스의 사는 방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인디 신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에 KBS 뉴스에서 권기욱이 아침 인력시장에 나가는 모습도 나오던데.
권기욱 : 생각하기도 싫다. 즐겁게 합주하고 좋은 걸 많이 찍었는데 그런 거는 하나도 안 나오고 이상한 거만 편집해서 나왔다. 케이블에서도 다큐를 찍었는데 타바코쥬스가 아니라 일하면서 음악 하는 사람 찍고 싶다고 해서 찍었는데, 완전 불쌍하게 나왔다.
권영욱 : ‘KBS에서 왔다. KBS를 못 믿으십니까’하고 말하더라. 합주하는 것도 찍고 그랬는데 편집 돼서 나온 건 홍대 인디밴드의 ‘명과 암’에서 ‘암’으로 나왔다. (웃음)
백승화 : 방송은 원하는 것만 나온다. 듣고 싶은 것만 계속 반복해서 물어보고, 그게 아니면 다시 유도하고. 단독 공연 왔을 때도 싫었다. 관객들 배려도 없다. 조명 켜서 눈부시게 만들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게 별로였다. 무시당하는 거 같았다.
권기욱 : 많이 배운 거 같다. 역시 당해봐야 된다. (웃음)
권영욱 : 그들은 ‘우리가 왔는데, 감지덕지 해야지’ 이런 심리가 있는 거 같다.

뉴스에는 권기욱이 “요즘처럼 일 없을 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되는데 나이 들었다고 그것도 안 써줘요”라며 굉장히 불쌍하게 나오더라.
권영욱 : 우리를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으로 만들더라. 무조건 한 명은 일하러 나가야 된다면서. 원래 (기욱이) 형은 새벽에 일하는 거 싫어한다.
권기욱 : 하라고 해서 했는데, 씁쓸하게 뒷모습이나 찍고. (웃음) 그러니까 이걸 계기로 밝히자. 당해봤으니까 앞으로 안하면 된다. 우리는 TV 나온다고 그래서 했지 그럴 줄은 몰랐다.
권영욱 : 친척들이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거지 같이 산다고 그러고. 아. 정말. (웃음)
백승화 : 정말 공중파 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권기욱 : 내레이션 목소리가 재수 없었다. 목소리에 리버브나 넣고. 우리를 너무 불쌍하게 만들더라.
권영욱 : 9시 뉴스 기다리면서 봤는데, 뉴스 보고 다들…. 공영방송 어후.

“김창완 아저씨가 진행하는 에 나가고 싶다”
인디10│④ 타바코쥬스 “소리 음, 즐거울 락. 우리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인디10│④ 타바코쥬스 “소리 음, 즐거울 락. 우리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 공연 일정도 많이 잡혀있지 않나.
백승화 : 5월 말에 춘천 마임축제 잡혀있다. 5월 30일, 홍대 드럭에서 2차 단독공연도 잡혀있다. 그런데 우리 록페스티벌에서 안 불러 준다.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보니까 115팀인데 우리만 빼고 다 들어간 거 같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직 모자란 건지.
권기욱 :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115팀에 다 들어가 있더라. 우린 116위 쯤 되나 보다. 크크 (웃음)
백승화 : 7월 달에 캐리비안 베이에서 공연한다. 그게 제일 재밌을 것 같다. 여자들 비키니도 보고. 난 록페스티벌 안가도 된다.
권기욱 : 처음 가보는 거 즐겨야지.

요즘은 술 먹고 공연 펑크 내고 안 그러나.
권기욱 : 요즘은 착실하다. 영화는 벌써 1~2년 전 이야기다. 영화 찍을 때는 내가 좀 오춘기, 육춘기 인생 막 살 때여서 그랬다. 지금 보면 사람들이 나를 가식적이라고 말한다. 왜 영화와 다르냐고 그런다. 할 말이 없다. 그 때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고. 술을 안 먹거나 그런 건 아닌데. 술을 먹어도 얌전하게 먹는다.
송학훈 : 알아서 먼저 귀가한다.
권영욱 : 무조건 퍼 마시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차 마시듯이 이야기 하면서 마신다.

싸움도 많이 하고 다니지 않았나.
권기욱 : 싸움이 아니라 맞고 다녔다.
권영욱 : 영화 이야기나 여자 이야기 하다가 싸우고 그랬다. 음악적으로 싸운 건 없다.(웃음) 이상한 걸로 싸운다. 싸우게 되는 단계가 있다. 시작 됐구나 싶으면, 집에 가야겠다며 나선다.

음악에 의미를 두고 계속해서 탐구하는 쪽인가, 아님 즐기는 편인가.
권기욱 : 우린 즐기는 쪽이지 않나.
권영욱 : 소리 음(音), 즐거울 락(樂). 음악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밴드가 우리인 거 같다.
백승화 : 정치적으로 관련지어서 하는 분들 있다. 저희는 그런 건 없는 거 같다. 즐겨야 뭐가 나오는 거 아닌가.

타바코쥬스는 왜 ‘쓰리코드’(three chord)를 고집 하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권영욱 : 다들 쓰리코드 쓴다고 하는데 좀 웃긴 게 다른 밴드들도 비슷한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다 똑같은 패턴으로 가는 밴드도 많다. 더 적게 해서 좋은 멜로디 뽑는 밴드들도 많은데, 이해가 안 간다.
송학훈 : 좋은 곡들은 단순한 코드를 쓴다. 우리는 코드 쓰는 게 메이저(스케일)로 쓰는데, 그 부분에서 코드 패턴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우리 노래는 쓰리 코드 이상을 쓴다. 쓰리코드만 쓰면 천재밴드 아닌가.

타바코쥬스의 목표가 있다면.
권기욱 : 2집 내고, 2집 활동 많이 하고 싶다. 타바코쥬스를 어떻게든 사람들한테 알리고 음악도 더 듣게 하고 싶다. 작년보다 공연도 좀 많아졌다. 사실은 이런 저런 공연보다는 효율성 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 단독공연도 많이 했으면 한다. 클럽에서 하는 공연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공연을 많이 했으면 한다.
백승화 : 록페스티벌에 불러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은데 불러 줬으면 좋겠다. (웃음) TV에도 한 번 나가고 싶다. 김창완 아저씨가 진행하는 MBC 에도.
권기욱 : 국카스텐 또 나간단다. X나 부럽다.
백승화 : 1집 때는 라디오도 나가고 했는데, 그 때보다는 다양하게 해야 되지 않겠나 싶다.

타바코쥬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 됐으면 좋겠나.
백승화 : 즐기면서 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우린 너무 즐기니까.
성호림 : 우린 운이 좋은 밴드인 거 같다.
권기욱 : 운8 기2?
권영욱 : 어깨에 힘줘서 ‘좋은 곡 만들꺼야’ 해서 만드는 게 좋은 곡 만드는 게 아니다.
권기욱 : 아니다. 그렇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홍대 인디신 가운데 닮고 싶은 밴드가 있나.
백승화 : 개인적으로 크라잉 넛을 꼽고 싶다. 크라잉 넛 형들은 항상 꾸준하다. 나이를 먹고 유명해도 여전히 술 처먹고. (웃음) 농담이고, 그 형들은 ‘우리 크라잉 넛이야’ 이런 게 없다. 15년 동안 꾸준하게 계속하는 것도 대단한 거 같다.
송학훈 : 크라잉 넛 다큐를 봤는데 팬들이랑 같이 나이를 먹는다고 말하는 그게 좋더라. 타바코쥬스도 오래 쭉 같이 하면 좋겠다.
권기욱 : 그럼 우리 롤 모델을 크라잉 넛으로 할까?

그럼 ‘제2의 크라잉 넛’ 이렇게 밀고 나가는 건가?
권기욱 : 그런 건 싫은데. 에이, 그냥 안 하련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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