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이몽룡이 그네를 타고 날아오르는 성춘향에게 반하는 순간, 방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너무도 잘 알려진 춘향과 몽룡의 러브 스토리에서 조연에 불과하던 방자는 2010년, 제 이름을 걸고 자신의 사랑을 얘기한다. 25일 왕십리 CGV에서 언론시사를 가진 영화 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을 뒤집는다. 열녀 신화와 입신양명의 미담은 방자와 몽룡, 춘향과 향단의 욕망이 맞부딪히는 발칙한 이야기로 재편됐다. “전 몸종이잖아요”, “양반은 다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하인 방자(김주혁)는 춘향(조여정)과 사랑에 빠지면서 갖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사랑 따윈 출세의 도구일 뿐인 몽룡(류승범) 역시 춘향을 “원래 내 여자”라 외치는 방자에게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춘향은 사랑과 신분 상승을 놓고 저울질한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섹시한 방자, 간교한 몽룡, 어장관리의 달인 춘향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은 여러모로 김대우 감독의 특기가 발휘된 영화다. 에 이어 조선을 배경으로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뽐내고, 익숙한 이야기를 톡 쏘게 비튼 솜씨도 괄목할 만하다. 특히 마 노인(오달수)과 변학도(송새벽) 등의 조연 캐릭터로 웃음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아낸 점은 관객에게도 적중할 것으로 보인다. 방자에게 여인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을 전수하는 전설적인 한량, 마 노인은 전반부의 웃음을 책임지고, 상상을 초월하는 변학도의 반전은 그가 등장하는 매 순간 폭소를 끌어낸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코미디와 멜로의 미덕에 비해 전체적인 감정선과 동떨어진 마무리는 못내 아쉽다. 방자의 일편단심을 강조하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으로 끝을 맺으려는 과욕에 영화는 갑작스레 신파극으로 돌변해 버린다. 다음은 이 공개된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영화는 6월 3일 개봉.

원작 과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다르다. 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김대우 감독: 영화에서 귀족과 하인이 나오면 하인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욕구도 없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게 불만이었다. 기회가 되면 사람은 다 똑같다, 누구나 다 욕망과 욕심을 가지고 있단 걸 전제로 영화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란 민족 최고의 작품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어서 영광이고 즐거웠다.

“몽룡을 통해 사랑이 온전치 않다는 생각을 해봤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방자는 기존에 알고 있던 의 방자와는 다르다.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
김주혁: 방자 역할을 처음 받았을 때는 을 생각하고 있어서 이미지가 대입이 안 되더라. 어떻게 풀어야하나 걱정했는데 결국 만의 방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인이 양반의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과 조여정을 정말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 방자의 성품인 우직함을 중요시 했다. 내가 연기한 걸 보면 부족한 게 보이지만 그런 게 반은 표현되지 않았을까? (웃음)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는 노출 신이 과하지 않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파격적이다.
조여정: 과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방자와 춘향이는 드러내지 못하는 사랑, 비밀스럽고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데 그런 걸 표현하기엔 전혀 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영화를 보니까 아름답게 찍어주셔서 감사하다. (웃음)

어떻게 보면 몽룡은 방자와 대치되는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류승범: 몽룡이 나빠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흐름상 마지막에 편집된 부분인데, 방자와 몽룡이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신이 있었다. 사랑이란 걸 사람들마다 달리 생각하는데 몽룡이 사랑하는 방식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랑을 잘 모르지만 몽룡을 통해 사랑이 온전치 않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접근했기 때문에 악역이라기보다는 관객들이 봤을 때 남자의 질투를 섹시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여자의 질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는데 우리 영화는 남자의 질투를 다룬 거 같아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방자도 그렇고, 춘향이나 몽룡도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주혁: 캐릭터를 잡는 게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했다. 전작들에서 약한 남자를 해서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이상하게 하면서 분명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아닌 거 같은 기분도 들었고. 하인 역이라 그런지 매번 소외되고 단역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새로웠다. (웃음)
조여정: 춘향이는 여자라면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을 갈등, 마음, 순정, 도발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 조여정이 갖고 있는, 춘향과 닮은 점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방자와 몽룡을 만나면 또 채워지는 게 있었다. 두 배우에게 감사하다.
류승범: 그냥 즐겁게 했다. 그래서 맨날 혼났다. 무슨 생각하냐고. (웃음) 이제는 뭐든 즐겁게 하고 싶다. 현장에 있는 시간 자체, 연기하는 시간, 생활까지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서 너무 즐겁게 했다.

“노출 신을 위해 몸매관리도 했다, 류승범만 빼고”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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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에 참여한 이나 감독 데뷔작인 과 이야기 방식이나 캐릭터들의 특성이 비슷한 것 같다. 소설이나 이야기를 매개로 극을 진행시키는 흐름도 그렇고.
김대우 감독: DNA가 같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터부를 다뤘다는 유사성이 있다. 나름대로는 전작들보다는 훨씬 인물 간의 갈등에 치중하면서 더 조밀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어느 정도 시대극이나 터부를 다뤘단 유사성을 감안해주고 봐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특별한 재주가 없는데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재주가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이야기라는 존재에 늘 감사한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에 대한 존경이랄까, 자랑이랄까 그런 걸 자꾸 그리게 되는 거 같다.

세 배우가 함께 작업한 것은 처음인데 촬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류승범: 아무래도 현장에선 분위기 메이커인 내게 시선이 많이 집중되고, 내가 있는 현장과 없는 현장이 구별된다. (웃음) 그래서 뭘 준비해가야 될 거 같은 심적 부담이 컸다.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즐겨하던 나만의 장단을 우연히 했더니, 현장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따라 하더라. (웃음) 그리고 감독님이 작품으로서 이야기꾼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모니터 옆에서 감독님 이야기를 듣는 게 즐거웠다.
김주혁: 작품을 할 때마다 현장 분위기를 좋게 해야한다는 생각에 농담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이번 작품에선 웃기만 했다. (류)승범이나 감독님이 너무 재밌고, 향단 역의 현경이도 너무 까불고, 거기에 (오)달수 형, 새벽 씨까지. 난 웃고만 있었다. (웃음)

세 배우 모두 베드 신에서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은데 몸매 관리에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었겠다.
류승범: 관리를 제일 안 한 내가 먼저 말하자면, 몽룡은 양반이다 보니까 만들고자 했던 몸이 있었다. 가슴이 들어가고 배가 나와 보이는 그런 몸매를 만들고자 했었는데 성공한 거 같다. (웃음) 실제로 보면 여자들이 정말 싫어하는 몸매를 만들려고 밥 먹고 앉아만 있고,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는 생활을 쭉 했다.
조여정: 촬영이 매일 계속 되다보니 끝으로 갈수록 관리할 시간이 없었다. 솔직히 실제보다 스크린에 훨씬 더 예쁘게 담긴 같아서 좋으면서도 민망하다. (김)주혁 오빠가 조선시댄데 여자나 남자나 몸이 너무 과하면 안 된다고 하기도 해서 그냥 했다. (웃음)
김주혁: 사실 (류)승범이 빼고 다 식단조절은 했다. 누가 들으면 (류)승범이가 제일 노력한 줄 알겠다. (웃음) 식탐이 많은 편이라 힘들었지만 (조)여정이가 제일 고생을 많이 했다. 거의 매일 계란만 먹고 살더라.
김대우 감독: 난 쿠크다스와 난자완스로 몸매를 관리했다. (웃음)

“섹시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꼭 봐야한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류승범 “질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마지막으로 은 어떤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나?
김대우 감독: 19세가 넘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분노를 가진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웃음) 유머나 욕망에 솔직한 영화니까 자유롭게 즐기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한다.
김주혁: 누군 보고 누군 보지 말라고 할 순 없다. (웃음) 19세 이상이면서 을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조여정: 그게 정답이다. 을 안다면 2-30대 말할 것도 없고, 4-50대까지도 꼭 와서 또 다른 기쁨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류승범: 그러면 10대들이 서운할 거 같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십대들이 더 무섭다. (웃음) 관람 등급이 15세면 어떨까? 어, 이건 아닌가… (웃음) 아니, 근데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나? 16-17세 정도 되면 그렇지 않나? 아닌가… 죄송하다. 꼭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사랑을 하고 사는데, 아름답고 예쁜 사랑도 있지만 치열한 사랑도 있다.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을 배우고 싶고, 사랑이 잘 진행되지 않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섹시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꼭 봐야한다. (웃음)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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