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BS 의 종영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그 사이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단막극의 부활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을 시작으로 단막극은 다시 TV로 돌아왔다. 그리고 앞으로 6개월간 총 24편이 방영될 이 레이스를 가 함께 뛰며 응원할 것이다. 을 이끌어갈 인물들에 대한 차별화된 시선과 현장 기사까지 의 스페셜한 기사는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와 에서 볼 수 있다. 오늘은 노희경 작가에 이어 5월 22일 두 번째 에피소드 ‘무서운 놈과 귀신과 나’ 방영을 앞두고 있는 박연선 작가에 대해 준비했다. /편집자주
![KBS <드라마 스페셜> ②│박연선의 행복론](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51609393683501_1.jpg)
“죄를 짓기 때문에 인간인 겁니다.” SBS 마지막 회에서 은호(손예진)의 아버지이자 심야 라디오 카운슬러인 기영(김갑수)는 그녀가 느끼는 죄책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보고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겁니다.” 이것은 딸을 위한 아버지의 이기적 충고였을까, 아니면 얼마 전 새 장가를 간 동진(감우성)이 다시 은호에게 돌아가는 과정에 대한 박연선 작가의 변명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행복해질 권리에 대해 이토록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장면을 트렌디 드라마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모두가 그 안에서 행복해진다. 그런데 그럼 내 행복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리고 있으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좀 더 용기 있게 행복을 쟁취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노력하는 자에게만 찾아 온다
![KBS <드라마 스페셜> ②│박연선의 행복론](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51609393683501_2.jpg)
박연선 작가의 첫 16부작 SBS 가 이토록 노골적인 제목을 내세울 수 있었던 건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은재(김현주)가 10억 만들기에 도전하는 건, 돈이 없어 사랑을 뺏겼다고 믿고, 그를 다시 되찾아오겠다 결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돈 벌기 프로젝트에 동의 혹은 동감한다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결혼식 날 은재를 배신한 영훈(박건형)의 행위도 아주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의 불행을 감수해야 하는 이 제로섬 게임에서 때로 사람들은 영훈처럼 치사하게, 혹은 우경(김성령)처럼 악랄하게 군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그것을 획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속 동진의 독백처럼 우리가 종종 마주하는 것은 ‘후회만이 허락되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정말 우리에게 허락되는 것은 행복한 결말이 아닌, 주저하고 상처 입으면서도 원하는 걸 향해 걷는 과정뿐이다. 루저 타입의 주인공들이 전면에 나서지만 패배주의보단 희망적인 느낌의 KBS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결과적으로만 따졌을 때, 고종의 금괴를 찾아 나선 흥신소 멤버들의 모험은 절반 이하로 성공했다. 상당한 금괴를 얻긴 했지만 7000억 원에 달하는 금괴 전체는 포기해야 했고, 그들은 여전히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갈등하며 군만두 서비스가 없어 툴툴댄다. 하지만 하루하루 건물주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이 무기력한 청춘들에게 보물찾기는, 성공 여부를 떠나 숨 쉬는 것 이상의 삶을 위해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판타지에 가까운 모험 장르임에도 가 현실의 청춘이 가진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영웅과 거리가 먼 그들은 ‘찌질하게’ 민철(박희순)의 부하들에게 쫓기고 얻어맞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노력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오지 않는다. 때론 자신을 좋아하는 유부남의 아내에게 수모를 당하고(), 때론 파파라치 짓을 하려다 경찰에 붙잡혀도() 박연선 작가의 작품 전체에 희망의 기운이 깔린 건 그래서다. 하여, 박연선 작가는 언제나 힘들고 실수를 연발하더라도 계속 꿈꾸고 행복을 추구하라 말한다.
때론 실수하고 때론 죄도 짓는 우리의 삶
![KBS <드라마 스페셜> ②│박연선의 행복론](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51609393683501_3.jpg)
박연선 작가의 단막극 복귀작인 KBS ‘무서운 놈과 귀신과 나’는 그래서 흥미롭다. 이 작품에서 동종 업계의 건달들도 두려워하는 극악한 깡패 두목 두섭(이원종)은 언제부터인가 자기 눈에만 보이는 귀신 때문에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기회들을 돌아본다. 그 경험이 그저 후회만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행복을 찾아 떠날 기회를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조차 하지 않는다면 두섭은, 그리고 우리는 아마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과연 그 과정을 통해 모두에게 미움 받는 깡패 두목은 인생의 한 줌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박연선 작가의 전작들처럼 이 작품 역시 기영이 은호에게 그러했듯 때론 실수하고 때론 죄도 짓는 우리의 아득바득한 삶이 틀리진 않았노라 긍정해줄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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