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주의 [명사]1. 엄마와 아빠를 조심 하세요현대 사회에서 웹서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희다. 과거 인터넷은 온라인을 이용한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구체적인 정보를 탐색하기 위한 도구였으나, 상당수의 현대인들에게 인터넷은 목적이 없어도 그저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익숙한 터전이다. 특히 ‘게시판’과 블로그의 활성화는 무지향의 탐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정보와 즐거움을 만나는 재미를 가능케 했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은 타인이 업로드 해 놓은 게시물을 열람하는 것으로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때 ‘엄빠주의’는 엄마와 아빠가 모니터를 목격 할 경우 유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문과 같은 것으로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가족의 동선을 잘 파악해 적당한 타이밍을 선택하라는 친절한 힌트라 할 수 있다. 물론, 엄마와 아빠의 성향과 모니터의 성능, 유저의 두상 크기 등 다양한 변수가 있으므로 ‘엄빠주의’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를 단지 경고의 용도로 사용하기 보다는 열람자의 기대감을 상향시키거나, 이를 통해 열람자의 실망을 유발하기 위해 ‘엄빠주의’를 제목 옆에 곁들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단의 효능은 다만 ‘마음의 준비’와 ‘최소한의 예방’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2. over – nineteenism
유의어) 부장주의
한편, ‘엄빠주의’에는 현대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빈부의 격차가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모니터를 불시에 목도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가 존재한다는 것은 컴퓨터가 거실과 같이 공개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유저의 방이 완전한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롯이 홀로 웹서핑의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사람에게 ‘엄빠주의’란 백지에 물로 쓴 글씨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엄빠주의’가 고지된 게시물에는 가족과의 공동 열람으로 곤혹스러웠다는 댓글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종종 댓글의 항의로 인해 게시물이 ‘엄빠주의’로 재분류되는 경우도 다수 목격된다.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 받지 못하는 계층과 게시물 열람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는 부류의 교집합을 증명하는 것이다. 요컨대, ‘엄빠주의’는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성년자, 키보드와 마우스에게만 마음을 여는 고독한 도시인들의 상호연대로 만들어진 우정의 단어이자 하릴 없이 게시판을 뒤적이는 동병상련의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로 빚어진 신호등인 것이다.
엄빠주의 경보 등급
1등급 : 재수생, 삼수생은 특히 조심
2등급 : 표정 관리에 유의 할 것
3등급 : 커서는 언제나 오른쪽 상단에
4등급 : 등장인물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며 의심을 불식시킬 것
5등급 : 설명하면 할수록 더욱 곤란해짐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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