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UV를 비난한다. 음악성이 낮다, 뮤직비디오에서 발 연기 한다. 하지만 UV의 유세윤은 당당하다. “후보에 못 오른 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며) 우우. 하지만 대박. 누가 승리자인가. 아임 위너.” 닥터 피쉬를 해체한 뒤 친구 뮤지와 함께 UV를 결성하며 힙합으로 변신을 시도한 이 개그맨 겸 뮤지션은 최근 그의 노래 ‘성공’에 나온 대로 이효리와 비에 이어 음원 차트 3위를 기록했다. 대자본이 아닌 무자본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자신이 보여주는 ‘팝스타’ 콘셉트가 아니라 인터뷰를 할 때면 “이벤트성 음악이라 그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지상파 3사가 아닌 UCC로 홍보한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물론 누군가는 단지 장난 같은 음악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우. 정말로, 유세윤이 UV로 거둔 성과는 빛나는 상업적 성공에 가려 저평가되고 있다.

그가 서는 곳 어디든 무대가 된다
유세윤│유세윤은 예술가다
유세윤│유세윤은 예술가다
팝스타처럼 행동하는 유세윤의 모든 행동이 농담이나 진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세윤의 행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코 장난이 아니다. 닥터 피쉬로 활동하던 시절, 그는 KBS (이하 )라는 한정된 무대 위에서 활동했다. 노래도 의 테마를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하지만 UV는 그들의 자작곡으로 활동하고, 플로라이다의 콘서트와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 오른다. 의 ‘복학생’에서 UV의 멤버로 그의 경력이 쌓일수록, 그는 자신의 개그를 점점 더 무대에서 현실로 진출시켰다. UV와 닥터피쉬 이전에, 유세윤은 의 ‘나쁜 녀석들’에서 자신의 방송 분량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다른 출연자들을 납치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KBS 의 ‘막무가내 중창단’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다니는 골목의 벽 위에 매달려 있었다. UV는 그의 작업이 이제 농담과 진심, 개그와 현실의 경계를 완벽하게 없앴다는 증거다.

그래서 유세윤은 예술가다. 지금의 유세윤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퍼포먼스가 되는 예술가다. 거리에서는 온갖 개그 사진을 찍어 미니홈피에 올리고, 쇼핑몰에서는 진짜 판매중인 상품들에 우스운 이름들을 붙이거나 황당한 CF를 찍는다. KBS 의 ‘유세윤의 인간극장’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KBS 같은 현실적인 질감 안에서, 그와 주변 사람들은 온갖 황당한 개그를 보여준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현실을 오락 프로그램에 끌어들여 ‘리얼한 웃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유세윤은 에 어울릴 개그를 현실 안에서 태연하게 보여준다. 유세윤은 언제 어디서나 가상의 캐릭터를 가진 개그맨처럼 웃기고, 그가 서는 곳은 어디서든 같은 무대가 된다.

전혀 새로운 대중문화의 완성
유세윤│유세윤은 예술가다
유세윤│유세윤은 예술가다
유세윤이 개그 프로그램이나 뮤지션일 때 보다 버라이어티 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거나 실제로는 굉장히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는 말이 들리곤 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UV에 대해 “우리가 (방송)거리를 만들어서 주는 건 좋지만 우리 자신이 (방송)거리가 되는 것은 싫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경험담으로 웃기지 않는다. 대신 현실의 거리 안에서 자신의 무대를 세우고, 자신이 계획한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을 웃긴다. 의 ‘막무가내 중창단’에서 유세윤은 가면을 쓴 채 하루 종일 놀이동산에서 쇼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무대 위에서 가면을 벗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다. 그 때 유세윤의 표정은 자막에서 ‘잘난 척’이라고 할 만큼 의기양양하다. 모두가 TV 앞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과시하려 할 때, 유세윤은 자신이 만든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나 UV가 유세윤에게 한차례 정점이 되는 것은 단지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주는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이미 의 ‘복학생’ 캐릭터나 ‘사랑의 카운슬러’에서 보여줬듯, UV는 유세윤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디테일에서 웃음을 유발시킨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에는 밀리 바닐리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이, 올드스쿨 랩이, 청청패션이, 를 연상시키는 음악 코미디가 모두 담겨있다. 그건 유세윤이 향수를 품고 있다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여러 대중문화의 코드들이기도 하다. UV는 대중문화의 요소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또 다른 대중문화고, 유세윤이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하는 가상의 팝스타이면서도 실제 가요계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유세윤은 이 모든 것을 TV 바깥에서, 자신의 뜻을 완벽하게 관철시킨 형태로 완성했다. 앤디 워홀과 같은 의미는 아닐지라도, 유세윤은 문자 그대로 ‘팝아트’를 대중 속에서 실현했다. 대중문화의 수많은 맥락들이 단 한사람에 의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중문화로 완성됐다. 물론, 사람들은 그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유세윤은 그저 웃기는 사람일 뿐이라고, UV는 해프닝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유세윤은 자신의 삶과 개그와 문화를 일치시켰고, 대중 앞에서 무엇을 하든 창작 활동이 된다. 사람들은 보통 그런 사람을 예술가라고 부른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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