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로 널리 이름을 알린 임재범, 김연우 두 사람의 공연이 같은 시기에 열렸다. 두 공연장에는 ‘나가수’로 새로 생긴 팬들이 가득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고 최근까지 공연을 해왔던 김연우와 어떤 사람들에게는 늘 최고였지만 ‘나가수’를 통해 극적으로 ‘귀환’하기까진 잊혀진 전대의 기인이었던 임재범은 그 음악도, 음악 여정도 달랐다. 그만큼 서로 다른 두 가수의 공연의 차이는 무척 흥미로웠다.
임재범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놀라운 희열
그러나 임재범을 음악적인 정확성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이 공연을 다른 공연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이 공연은 임재범의 공연이기도 했지만, 임재범이라는 교주를 모시고 진행한 종교 행사처럼 보였다. 1부에서 임재범은 ‘사랑보다 깊은 상처’, ‘낙인’, ‘사랑’에 이어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나 에릭 카르멘의 ‘All by myself’ 같이 자신의 공연을 처음 찾는 관객들도 익히 알만한 곡들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험난했던 인생을 고백했다. 1부의 그는 자상한 아버지, 방황에서 돌아온 구도자, 팬들을 섬기며 ‘노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천상 가인(歌人)이었다. 반면 2부의 임재범은 거친 야수로 돌변했다. 멀티 스크린에는 날카롭고 매서운 임재범의 표정이 계속 클로즈업 되었다. 디아블로와 함께한 ‘Rock in Korea’와 ‘Paradom’, ‘크게 라디오를 켜고’의 공격적이고 거친 헤비메틀 사운드는 ‘나가수’의 임재범에 익숙한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전해줬다.
1부의 인간미와 2부의 거친 야수의 강렬한 대비는 3부에서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로 수렴되었다. 대규모 합창단을 동원한 ‘고해’와 ‘여러분’이 흘러나오면 그 뒷배경은 대형 성당을 연상시키는 스테인드글라스 영상이 등장했다. 원곡을 특별히 바꾸지는 않았지만, 보통의 코러스 수준을 뛰어넘은 대규모 합창단을 동원해 훨씬 더 웅장하게 장식한 ‘여러분’은 임재범을 상처 입고 방황했지만 끝내 부활한 신적인 존재처럼 보여줬다. 관객들이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가는 공연에서 정신적인 희열이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규정할 수 없는 카리스마, 분석이 무의미한 공연
그만큼 임재범의 공연은 임재범 자신 만큼이나 불가해한 느낌이었다. 최근 임재범의 보컬은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지만, 그 존재감이나 그의 무대가 만들어내는 감동의 크기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들에게 이만큼 강렬한 경험을 안겨주는 그의 공연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다만 이런 공연이 성립하기 위해 필수불가결일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세시간 동안 뿜어낸 임재범이라는 한 ‘인간’에 대한 강렬한 탄성과 몇 가지 의문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좋은 가수란 무엇일까, 좋은 공연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모든 의문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임재범이란 가수는 과연 어떤 가수인가에 대한 의문 말이다.
연우신, 좋은 공연의 정석을 보여주다
김연우는 노래 사이 사이에 ‘나가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거나 임재범, 이소라 등을 흉내내는 등 멘트를 신경써서 넣었고, UV나 알리 등 평소 자신의 공연에 잘 세우지 않던 타입의 게스트를 넣어 처음 자신의 공연을 찾은 관객들을 배려했다. 자신의 학창 시절이나 노래를 시작하게 된 시절에 대한 이야기, 토이의 유희열과 만나게 된 계기 등을 담은 영상을 통해 새삼 ‘가수 김연우’에 대한 소개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려는 자칫하면 감정의 흐름을 끊는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연우의 목소리가 가진 힘은 놀라웠다. 첫 두 곡이 끝나고 난 뒤 김연우는 특유의 유머와 농담으로 관객들을 한참 웃겼다. 그리고 곧바로 `Lately`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부르자 실컷 웃던 관객들은 순식간에 노래에 담긴 감정으로 빠져들었다. 김연우의 교과서적인 발성과 단단히 짚어 부르는 발음, 다시 말해 노래가 가진 힘 때문이다. 많은 관객들은 김연우의 공연이 처음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 놀랄 만큼 진지하게 집중했고, 박수쳤으며, 환호했다. 이런 반응은 김연우의 목소리가 가진 힘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 터져나온 ‘이별택시’, ‘나와 같다면’, ‘사랑한다는 흔한 말’은 그 목소리의 힘의 절정이었다. 결코 쉬운 노래들이 아닌데도 김연우의 고음은 갈라지지 않았고, 목소리는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특히 앙코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에서는 15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연우의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반주 앙코르 송은 김연우의 공연에서 늘 보는 것임에도 여전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조명을 치우고 영상을 끄고 마이크를 내려놓고 육성만으로 그 큰 공연장을 메운다는 것의 경이로움, 그리고 1,000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극도로 집중하는 경험은 신비롭기까지 한 것이었다.
무대와 조명, 목소리의 조화가 만들어낸 집중력
임재범의 공연이 흐름이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었다면, 김연우의 공연은 자연스러운 공연의 흐름, 영상과 조명 등의 무대 연출, 그리고 목소리의 힘이 어우러진 ‘좋은 공연의 정석’이었다. 마치 임재범이 김연우의 노래를 들으며 감탄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가수’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두 가수는 이렇게 완전히 다른 두 공연을 만들었다. 이 두 공연이 이렇게 정확히 각자의 특성을 반영해 전혀 다른 공연으로 만들어진 것은 정말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 서로 다른 두 공연에도 공통점은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훌륭한 음악 방송이더라도 감동과 전율의 깊이는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전율에 결코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나가수’로 이 두 가수를 알게 되고, 처음 이 두 가수의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절절하게 깨닫지 않았을까.
사진 제공. 쇼플레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