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우다
김범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우다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논란에 휩싸인 TV쇼는 없었다. ‘재도전’ 논란 이후 한달간 휴방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었고, 방영을 재개한 이후 임재범의 등장으로 다시 화제를 모았지만 그가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했으며, 그 자리를 채운 옥주현에 대한 반발과 그 반발이 만들어낸 악성 루머 등 수많은 악재가 겹쳤다. 그리고, 2주 후 이소라까지 탈락했다.

임재범과 이소라는 ‘나가수’의 기둥이자 핵이었다. 임재범은 숱한 화제를 만들었고, 이소라는 때론 순위조차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시도와 프로그램 전체를 이끄는 진행으로 ‘나가수’의 중심을 잡았다. 두 사람이 물러난 후 ‘나가수’가 갈피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가수’의 최대 수혜자, 그리고 ‘김범수’의 수혜자
김범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우다
김범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우다
그러나 김범수가 있었다. 김범수는 자타공인 ‘나가수’의 최대 수혜자다. 그가 부른 이소라의 ‘제발’은 ‘나가수’의 음원 중 가장 많이 팔린 음원 중 하나다. ‘보고 싶다’, ‘약속’ 등 발라드로만 알려진 김범수는 ‘나가수’를 통해 팝, 아카펠라, 록앤롤, 헤비메틀까지 소화하며 만능 가수의 이미지까지 생겼다. 또한 그는 ‘나가수’의 수많은 논란에서 항상 한발 비껴 있었다. 김범수는 임재범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건 아니지만 ‘나가수’를 가장 오래 지킨 3명의 가수 중 한 명이고, 그동안 조용히 쌓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급기야 ‘비쥬얼 가수’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별명까지 얻었다.

김범수의 매력은 ‘나가수’의 최근 방영분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나가수’는 옥주현 출연 논란, 편집 조작 논란과 악성 루머 등으로 어수선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범수는 지난 5일 중간 점검 방송 분에서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며 ‘겟 올라잇’을 애드립으로 넣으며 그의 공연을 지켜보던 가수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폭소케 했다. 이런 김범수의 유쾌함은 무겁고 진지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경쾌하고 즐거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나가수’의 새로운 경향에 일조했다. 김범수가 ‘나가수’의 수혜자라면, ‘나가수’ 역시 김범수를 통해 수혜를 입었다.

김범수가 ‘나가수’의 즐거움에만 일조한 것은 아니다. 김범수는 ‘제발’의 드라마틱하게 몰아치는 편곡과 헤비메틀에 가깝게 편곡한 ‘늪’으로 ‘나가수’에서 나오는 노래들의 편곡이 보다 드라마틱해지고, 가수들이 극단적인 고음을 쓰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직후 김범수는 청바지에 흰 셔츠를 받쳐 입은 가벼운 차림으로 힘을 빼고 부활의 ‘네버엔딩스토리’를 불렀다. 또한 그 다음 무대에서는 가볍게 보일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남진의 ‘님과 함께’를 유쾌하게 소화해내 ‘나가수’의 가수들이 긴장감과 탈락의 부담감뿐만이 아니라 진정 무대 위에서 즐거워하는 느낌도 얻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나가수’의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김범수는 절묘하게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김범수, 이소라의 빈 자리를 대신하다
김범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우다
김범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우다
그리고 19일, 다섯 번째 경연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기’에서 김범수는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리메이크했다. 편곡에는 아카펠라와 까혼, 콩가, 윈드차임벨, 쉐이커 등 퍼커션 악기들이 동원돼 ‘여름 안에서’ 원곡의 시원하고 밝은 느낌만 남겨뒀다. 김범수는 굳이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밀도를 높이는 대신 편안히 풀린 느낌으로 불렀고, 다른 가수들보다 공간감을 강조해 해변의 시원한 바람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줬다. 김범수는 ‘여름 안에서’를 부르고 난 후 인터뷰에서 ‘나가수’의 무대 중 가장 편하게 부른 무대였다고 말했고, 시청자 역시 지금까지 ‘나가수’의 무대 중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였을 것이다. 이소라가 점점 더 드라마틱하게, 더 고음위주로 변하던 ‘나가수’의 무대에서 담백한 노래들로 균형을 잡았다면, 19일에는 김범수가 이소라의 빈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지난 12일 ‘님과 함께’ 무대를 만들면서부터 김범수는 “이제부터 내가 만드는 무대는 덤이다”, 혹은 “시청자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의 뜻이다. 보너스 무대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김범수가 언론과 하는 인터뷰를 보면 그가 ‘나가수’에서 명예롭게 하차하는 시기를 생각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지금 ‘나가수’에서 김범수가 물러나면 모처럼 ‘나가수’가 갖게 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도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 진지하게 노래부르지만 ‘겟 올라잇’하며 대중과 즐길줄 알고, 파격적이고 드라마틱한 편곡을 선택할 줄도 알지만 ‘여름 안에서’같은 곡을 들려줄 수 있는 김범수의 존재는 지금 ’나가수‘의 균형추와 같다. 어느 누구도 ‘나가수’의 무대에서 탈락해 마땅한 가수는 없지만, 그는 특히나 지금 ‘나가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금 그는 ‘나가수’의 음악의 중심, 예능의 중심, 그리고 ‘비쥬얼’의 중심이다.

사진 제공. MBC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