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운다>, 화끈한 주먹만이 남자를 깨운다
, 화끈한 주먹만이 남자를 깨운다" /> 월 XTM 밤 12시
의 출연자들에게 전달되는 출전 카드를 펼치면 옥타곤 케이지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이는 프로그램의 목표와 방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다. 방송은 격투기 시합을 꿈꾸는 일반인들에게 정확하고도 담백한 방식으로 무대를 제공한다. 출연자들의 목적은 오직 시합에 임하는 것뿐이며, 여기에는 불필요한 경쟁이나 과장된 포상은 없다. 출연자들은 경기장이라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만만치 않은 훈련과 과격한 스파링을 겪어야 하지만, 이것은 서바이벌을 위한 미션으로 이용되는 대신 순수하게 준비의 과정으로 진행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은 시합이라는 최종 관문에 이르기까지 성실함을 보여준다. 이는 방송이 친절하게 출연자들을 이끌어나가는 대신 이들의 욕망에 연결된 방아쇠를 당긴 덕분이다. 사회자와 심판, 의사의 참관 하에 출연자들은 경기를 치르지만, 사회자와 심판, 의사 외에 누구의 개입도 없이 경기를 하는 것이야 말로 의 출연자들이 소망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출연자들의 사연에 집중하기 보다는 경기 자체가 주는 재미에 집중한 지난 방송은 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동안 방송은 의사, 바리스타 등 출연자의 직업에 주목하거나 고령의 출연자에게 출전 포기를 권하는 서두원의 모습을 통해 경기의 절실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방송의 출연자들은 격투기를 반대하는 부모님을 둔 특공무술 사범과 야채 판매를 겸업하는 유도 사범으로 캐릭터가 주는 드라마틱한 충돌이 다소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시합은 어느 때보다 리얼했고, 비로소 방송은 ‘특별한 사람들의 애쓴 경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화끈한 경기’가 더 시청자의 판타지에 근접하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카타르시스는 이미 만연해 있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틈새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정착을 위해서는 보다 영리한 선택이다.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