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거짓말을 해봐>, 아무도 속지 않을 거짓말
, 아무도 속지 않을 거짓말" /> 1-2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결혼을 하루 앞둔 여자가 약혼자의 바람난 현장을 잡기 위해 호텔로 들이닥친다. 그런데 막상 방문 앞에 선 여자는 이미 다 준비해 놓은 결혼이 취소될 것을 더 걱정한다. 이 최초의 해프닝을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가 아니라 결혼이란 제도와 결혼한다’고 정리하는 기준(강지환)의 내레이션은, 결혼 사기극이라는 이 드라마의 핵심 설정이 여성의 삶을 결정짓는 결혼이란 조건에 대한 최소한의 자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아정(윤은혜)이 거짓말을 수습하지 못하고 갈수록 일을 키우는 과정만큼이나 대책도, 생각도 없다. 결혼이 온 우주의 중심인양 구는 소란(홍수현)과 그 친구들은 물론이고, ‘국가보증 엄친딸’이라고 소개된 아정의 존재 가치가 오로지 조건 좋은 남자와의 결혼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태도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솔직한 욕망보다도 더 퇴보적이다.

이처럼 설득력 없는 핵심 설정을 끌고 나가려다보니 드라마는 자연히 무리수의 향연이 된다. 병원비를 갚기 위해 기준을 찾아간 아정이 억지로 소변을 참다가 의자와 함께 넘어지는 장면이나, 그런 그녀를 번쩍 안고 나가는 기준이나, 그 장면을 보고 결혼과 연결시키는 아정 친구들처럼, 모든 사건들이 극의 핵심 설정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으로만 작동한다. 이런 양상은 2회에서도 계속된다. 아정이 남들의 눈을 피한다는 이유로 기준을 한강 오리배에 태우고 갑자기 물에 빠져 함께 그의 집으로 가는 과정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단순한 기계적 해프닝에 불과하다. 겨우 1, 2회를 마쳤을 뿐이지만, 핵심 설정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거치지 않는다면, 이 드라마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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