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의 인기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재미다. 대표곡 ‘아메리카노’는 물론이고 ‘냄새가 나도 향기로와. 씻지 않아도 너무 빛이 나서 죽겠네. 그대의 눈가에 눈곱이 내게는 It`s so nice, 그대의 스타킹 뜯어진 구멍도 It`s so nice’ 라고 말하는 ‘죽겠네’, ‘하루가 멀다 하고 참치회를 먹을래 하루가 멀다 하고 소갈비를 뜯을래 니가 돈만 갚으면’이라고 노래하는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등의 가사와 통통 튀는 멜로디는 유쾌하고 재치가 넘친다. 비음 섞인 묘한 보컬이 의외로 또박또박 짚어 부르는 노래 역시 가사의 매력을 빠짐없이 전달한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제이슨 므라즈, Mnet <슈퍼스타 K 2>의 장재인과 김지수, 그리고 홍대 인디씬 등을 통해 서서히 유행된 어쿠스틱 음악에 대한 수요 역시 이들에게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박봄의 ‘Don’t cry’가 어쿠스틱 버젼으로 먼저 공개되고, 임정희의 ’Golden Lady`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는 등 오버그라운드에서도 어쿠스틱 연주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중이다. 10cm의 음악은 이런 흐름에 잘 부합할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만으로 이루어진 사운드는 어딘가 빈듯 하면서도 여유롭고 따뜻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다른 음악이 됐지만, 그들이 추구하던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한 ‘기분 좋은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단지 트렌드의 문제가 아니다.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음악을 하는 인디 뮤지션은 10cm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비슷한 사운드의 다른 뮤지션들과 차별화된 정서를 갖는다. 그들은 ‘곱슬머리’나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같은 곡에서 궁상맞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게 아니고’에서는 허세를, ‘킹스타’에서는 관음증적인 시선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따뜻한 사운드의 바탕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제목인 ‘별 일 없이 산다’가 어울릴 만큼 하루 하루를 그저 그렇게 사는 20대 청춘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홍대를 중심으로한 인디 씬에서 한 때 유행했던 귀엽고 서정적인 소녀 감성이 가득하던 음악들과 달리 그들은 20-30대 남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또래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노골적인 B급 정서를 드러내는 과격하고 마니악한 인디 음악과 달달한 소녀 감성에는 반발심이 들었던 평범한 20대 음악팬들에게 10cm는 ‘아이돌도 소녀도 아닌 음악’으로 젊은 층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10cm외에도 장기하와 얼굴들, 옥상달빛처럼 20대 청춘의 감성을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유쾌한 비유로 그려내는 밴드들이 인기를 얻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출연은 이들에게는 또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에서 이들이 맡은 역할은 ‘탄탄대로 가요제’에서 하하의 멘토이자 작곡자다. 이미 <무한도전>이 가요계에 끼치는 위력은 지난 ‘강변북로 가요제’와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증명된 바 있다. 특히 <무한도전>은 20-30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마니아팬층이 형성될만큼 높은 영향력을 가졌다. 10cm가 <무한도전>에서 더 넓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면 10cm는 가요계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데 기여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가진 밴드로 성장할 지도 모른다. 10cm를 바로 지금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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