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릴 라빈은 2003년을 시작으로 2004년, 2005년, 2008년 그리고 이번까지 총 5번의 내한공연을 열었다.
콘서트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관객이다. 음원은 디지털로 들어도 라이브는 반드시 ‘아날로그’로 들어야 하는 이유가 현장의 공동 체험에 있다. 에이브릴 라빈처럼 혈기 넘치는 틴 팝 장르의 가수라면 관객의 호응은 콘서트의 만족감을 결정짓는 첫 번째 조건으로 꼽힐 만하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서울 광장구 악스홀에서 열린 에이브릴 라빈의 다섯 번째 내한공연에 모인 2700여 관객은 태평양을 사이로 10년 가까이 쌓아온 교감을 노련한 ‘떼창’으로 풀어냈다. 공연 시간은 1시간 3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에이브릴 라빈과 팬들은 밀도 높은 콤비 플레이로 한바탕 ‘쇼’를 즐겼다.

2002년 데뷔한 캐나다 출신 에이브릴 라빈은 이듬해 곧바로 내한공연을 열었을 만큼 일찌감치 국내에 많은 팬들을 확보한 아티스트다. 첫 공연 당시 좁은 곳에 너무 많은 관객이 몰려 뛰느라 건물이 흔들려서 공연관계자가 자제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남아 있다. 지난 2008년 네 번째 내한공연에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매번 그의 공연은 열광적인 공기로 충만했다.

이번 공연도 큰 차이는 없었다. 평소 2000명 내외의 관객을 수용하는 공연장은 2700여 관객으로 가득 차 체온만으로도 습도 높은 열기가 발산됐다. 오후 7시 10분께 검은색 쉬폰 드레스를 입고 별 모양 야광봉을 든 채 등장한 라빈은 지난 3월 발표한 네 번째 앨범 < Goodbye Lullaby >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Black Star’로 포문을 연 뒤 같은 앨범 두 번째 수록곡 ‘What the Hell’로 본격적인 축제를 시작했다.



에이브릴 라빈의 공연은 늘 활기차고 열정적이다. 노래 자체가 친해지기 쉬운 데다 가볍고 경쾌하다. 네 장의 앨범을 통해 배출한 히트곡도 많아서 지루하지가 않다. ‘Sk8ter Boi’처럼 리듬에 맞춰 뛰기 좋은 곡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서 스트레스 풀기에 적합하다. 골수 팬이 아니라도 많은 관객들이 히트곡들의 후렴부는 따라 부르니 공연장 분위기도 좋을 수밖에. 때로는 에이브릴 라빈의 목소리보다 관객들의 노래 소리가 더 커지기도 한다. 노래 소리는 여자 관객 목소리가 더 큰데 함성 소리는 남자 목소리가 더 크다는 점이 재미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Don`t Tell Me’, ‘I`m With You’, ‘Complicated’ 등의 히트곡으로 이어진 3부였다. 관객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떼창’은 대형 공연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조촐한 무대 연출에도 관객들은 오로지 에이브릴 라빈의 움직임과 노래에 집중하며 공연을 즐겼다. 단 하나의 앙코르 곡이었던 ‘Girlfriend’는 라빈의 유일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라는 사실을 되새기듯 짧고 굵은 폭발력으로 공연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에이브릴 라빈은 팬들에게 연신 “Amazing!”을 반복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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