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이숭용은 18년차 프로야구 선수다. 지난 해 양준혁이 은퇴한 뒤, 그보다 선배인 현역 선수는 이종범뿐이다. 하지만 이숭용은 여전히 야구하고 싶어한다. MBC 의 ‘타인의 삶’에서 정준하의 자리를 대신한 그는 김장을 준비하며 말했다. “(김장을) 87포기 하려구요. 2000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18년째 야구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는 팀으로 돌아가면 6살 젊은 선수와 주전 경쟁을 해야하고, 거기서 이겨야 87경기를 더 뛸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한 선수는 이숭용 대신 시범 경기에 참여한 정준하에게 “형이 안타 치면 내가 대주자로 뛴다”고 말한다.
첫 번째 ‘타인의 삶’의 주인공이었던 박명수와 의사인 김동환은 서로의 삶에 대한 관찰자에 가까웠다. 김동환은 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었고, 환자를 진찰할 수 없는 박명수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친구사이이자 서로의 분야에 관심이 많던 이숭용과 정준하는 타인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따로 만나 서로의 일에 적극적으로 묻고, 연습한다. 양측의 지휘자인 김태호 PD와 김시진 감독은 두 사람이 그들의 일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정준하가 실제 타석에 선 순간, 은 리얼리티 쇼처럼 정준하의 경기 후 인터뷰를 삽입한다. 구경이 아니라 실제 그 삶에 들어갔을 때, 막연히 꿈꿔오던 그 곳은 리얼리티 쇼보다 더 부담과 긴장이 계속되는 삶의 현장이 된다. 정준하는 단 한 타석에도 의 ‘프로레슬링 특집’처럼 긴장하고, 이숭용은 예능을 하며 “나 죽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타인의 삶’을 끝낸 후 야구와 예능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세계를 갖는다.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다 지금 엄태웅과 양준혁이 각각 KBS 의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에 들어온 것은 한 사람의 삶이 예능을 바꾸는 것과 같다. 엄태웅이 ‘1박 2일’의 강호동이나 이수근처럼 웃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엄태웅은 게임에서 1등을 한 뒤 “약속했으니까”라며 상으로 주어진 실내취침 파트너 선택권을 이수근을 위해 쓴다. 예능인의 세계에서 그런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또는 너무 순진하다며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엄태웅은 “이수근”을 외칠 때 또박또박, 힘차게 외친다. 무명 시절동안에도 죽어라 배우의 길만 파고든 남자의 힘찬 목소리. 또는 MBC 에서 목검을 만 번 내리쳐 바위를 깬 남자의 이미지. 엄태웅은 지난 10여 년 동안 자신이 대중에게 보여준 삶으로 자신의 선택을 믿게 만든다. 김C가 나간 뒤, ‘1박 2일’은 예능의 룰에 충실한 남자들의 머리싸움이었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예능’과 ‘다큐’(또는 리얼) 사이에서 고민하고, 더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을 위해 서로를 속고 속였다. 그러나 엄태웅은 배우의 인생으로 만들어낸 진정성을 통해 ‘1박 2일’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간다.
엄태웅이 계속 뛰어야 하는 추격전에서 김종민이 “괴물”이라며 놀랄 만큼 쉴 새 없이 뛰며 활약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성실한 배우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자기관리가 잘 된 몸으로 증명한다. ‘남자의 자격’의 제작진이 양준혁에게 마라톤을 첫 미션으로 제시한 것 역시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20년 가까이 프로야구 선수로 뛴 사람의 몸은 예고편에서 “한 번도 이 정도 거리를 뛸 일이 없었다”는 단축 마라톤 코스에서 정직한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몸은 그 사람의 삶을, 예능에 반응하는 그 사람의 태도를 솔직하게 반영한다. 김태원도 ‘남자의 자격’에서 정 반대의 의미로 자신의 몸을 통해 인생을 증명했다. 술, 담배, 불규칙한 식생활은 그에게 위암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MBC 의 ‘무릎 팍 도사’에서 말했다. 자신이 예능에 출연한 건 아픈 아이 때문이라고. 인생의 절망과 희망을 모두 겪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을 끌고 치열한 예능의 세계에 들어온 남자의 이야기. ‘남자의 자격’은 그런 삶을 가진 남자가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과정 자체였고, ‘무릎 팍 도사’는 그런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의 무게를 그대로 전달했다. 신정환, MC몽, 김성민 등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가볍고 활기찬 이미지를 어필하던 예능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실제 세계에서 어둡고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것은 우연이다. 하지만 그 뒤에 엄태웅과 양준혁이 등장하고, 김태원이 예능의 아이콘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진행은, 또는 웃음은 예능이 곧 삶이 된 예능인들이 한다.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온 이 남자들은 예능에 ‘도전’하며 자신의 인생을 예능에 담기 시작했다.
리얼리티 쇼에 대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대답 세 남자의 인생은 리얼리티 쇼에 대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대답일 것이다. 리얼리티 쇼가 전문 예능인 없이도 흥미로운 것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인생의 궤적을 가진 출연자가 정말로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순간 앞에 선다는 데 있다. MBC 의 신인 가수건 MBC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건, 그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노래 부르며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실제 상황에 대한 출연자들의 실제 반응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버라이어티 쇼에서 출발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쇼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로부터 서사가 시작됐다. 아무리 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해도, 그들은 예능 속의 캐릭터라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리얼리티 쇼의 시대에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다른 영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 쇼를 ‘리얼’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쇼 자체를 진짜 삶의 현장으로 바꿔 나간다. 예전처럼 웃기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신 그들의 삶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그렇게 진짜 삶을 건 레이스가 됐다. 엄태웅도, 양준혁도, 그리고 김태원도 그 레이스의 끝이 해피엔딩이 되기를.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첫 번째 ‘타인의 삶’의 주인공이었던 박명수와 의사인 김동환은 서로의 삶에 대한 관찰자에 가까웠다. 김동환은 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었고, 환자를 진찰할 수 없는 박명수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친구사이이자 서로의 분야에 관심이 많던 이숭용과 정준하는 타인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따로 만나 서로의 일에 적극적으로 묻고, 연습한다. 양측의 지휘자인 김태호 PD와 김시진 감독은 두 사람이 그들의 일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정준하가 실제 타석에 선 순간, 은 리얼리티 쇼처럼 정준하의 경기 후 인터뷰를 삽입한다. 구경이 아니라 실제 그 삶에 들어갔을 때, 막연히 꿈꿔오던 그 곳은 리얼리티 쇼보다 더 부담과 긴장이 계속되는 삶의 현장이 된다. 정준하는 단 한 타석에도 의 ‘프로레슬링 특집’처럼 긴장하고, 이숭용은 예능을 하며 “나 죽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타인의 삶’을 끝낸 후 야구와 예능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세계를 갖는다.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다 지금 엄태웅과 양준혁이 각각 KBS 의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에 들어온 것은 한 사람의 삶이 예능을 바꾸는 것과 같다. 엄태웅이 ‘1박 2일’의 강호동이나 이수근처럼 웃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엄태웅은 게임에서 1등을 한 뒤 “약속했으니까”라며 상으로 주어진 실내취침 파트너 선택권을 이수근을 위해 쓴다. 예능인의 세계에서 그런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또는 너무 순진하다며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엄태웅은 “이수근”을 외칠 때 또박또박, 힘차게 외친다. 무명 시절동안에도 죽어라 배우의 길만 파고든 남자의 힘찬 목소리. 또는 MBC 에서 목검을 만 번 내리쳐 바위를 깬 남자의 이미지. 엄태웅은 지난 10여 년 동안 자신이 대중에게 보여준 삶으로 자신의 선택을 믿게 만든다. 김C가 나간 뒤, ‘1박 2일’은 예능의 룰에 충실한 남자들의 머리싸움이었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예능’과 ‘다큐’(또는 리얼) 사이에서 고민하고, 더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을 위해 서로를 속고 속였다. 그러나 엄태웅은 배우의 인생으로 만들어낸 진정성을 통해 ‘1박 2일’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간다.
엄태웅이 계속 뛰어야 하는 추격전에서 김종민이 “괴물”이라며 놀랄 만큼 쉴 새 없이 뛰며 활약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성실한 배우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자기관리가 잘 된 몸으로 증명한다. ‘남자의 자격’의 제작진이 양준혁에게 마라톤을 첫 미션으로 제시한 것 역시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20년 가까이 프로야구 선수로 뛴 사람의 몸은 예고편에서 “한 번도 이 정도 거리를 뛸 일이 없었다”는 단축 마라톤 코스에서 정직한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몸은 그 사람의 삶을, 예능에 반응하는 그 사람의 태도를 솔직하게 반영한다. 김태원도 ‘남자의 자격’에서 정 반대의 의미로 자신의 몸을 통해 인생을 증명했다. 술, 담배, 불규칙한 식생활은 그에게 위암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MBC 의 ‘무릎 팍 도사’에서 말했다. 자신이 예능에 출연한 건 아픈 아이 때문이라고. 인생의 절망과 희망을 모두 겪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을 끌고 치열한 예능의 세계에 들어온 남자의 이야기. ‘남자의 자격’은 그런 삶을 가진 남자가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과정 자체였고, ‘무릎 팍 도사’는 그런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의 무게를 그대로 전달했다. 신정환, MC몽, 김성민 등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가볍고 활기찬 이미지를 어필하던 예능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실제 세계에서 어둡고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것은 우연이다. 하지만 그 뒤에 엄태웅과 양준혁이 등장하고, 김태원이 예능의 아이콘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진행은, 또는 웃음은 예능이 곧 삶이 된 예능인들이 한다.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온 이 남자들은 예능에 ‘도전’하며 자신의 인생을 예능에 담기 시작했다.
리얼리티 쇼에 대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대답 세 남자의 인생은 리얼리티 쇼에 대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대답일 것이다. 리얼리티 쇼가 전문 예능인 없이도 흥미로운 것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인생의 궤적을 가진 출연자가 정말로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순간 앞에 선다는 데 있다. MBC 의 신인 가수건 MBC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건, 그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노래 부르며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실제 상황에 대한 출연자들의 실제 반응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버라이어티 쇼에서 출발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쇼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로부터 서사가 시작됐다. 아무리 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해도, 그들은 예능 속의 캐릭터라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리얼리티 쇼의 시대에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다른 영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 쇼를 ‘리얼’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쇼 자체를 진짜 삶의 현장으로 바꿔 나간다. 예전처럼 웃기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신 그들의 삶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그렇게 진짜 삶을 건 레이스가 됐다. 엄태웅도, 양준혁도, 그리고 김태원도 그 레이스의 끝이 해피엔딩이 되기를.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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