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가 시작하자마자 처음으로 등장해요. 그것도 무반주로 노래 부르면서요. (웃음)” SBS 수목드라마 <49일>의 촬영에 한창인 정일우는 피곤으로 묵직한 어깨와 다르게 그저 신나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살이 걸려 인터뷰 중에도 감기약을 챙겨 먹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잘 맞는 상대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대본을 읽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는 작품에 대해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저승사자라는 말을 끔찍이 싫어하고, 스마트폰과 최신 헤드폰, 바이크로 치장한 스케줄러(정일우)는 죽을 때가 아닌데 죽은 지현(남규리)이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일한 조력자다. 물론 친절한 안내자라기보다는 인간에게 한없이 까칠한데다 “스케줄 꼬이는 걸 제일 싫어하는” 깐깐한 인수인계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현과 쉴새없이 티격태격하는 스케줄러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 이후 가장 본인 또래의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스케줄러를 연기하면서 많이 편해졌다는 정일우를 <49일>의 첫 방송을 6시간 남겨두고 만났다. 아쉽게도 방송에서는 배경음악에 묻혀 들을 수 없었던 그가 직접 고르고 불렀던 노래는 “7번이나 볼 정도로 좋아한”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 데미안 라이스의 ‘Blower`s daughter’다.
<49일>의 첫 방송을 몇 시간 안 남겨두고 있다. 오랜만에 시청자들과 만나는 건데 기분이 어떤가.
정일우
: 3일째 밤을 새고 있다. 역할을 위해서 5Kg 넘게 뺐는데 촬영하면서 더 빠진 거 같다. 1년 6개월 만에 하는 작품인데 처음 하는 것처럼 설레고, 첫방이 너무 기다려진다.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시청률 어떻게 나올까, 사람들이 재밌게 볼까 이런 걸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정말 내 스스로 드라마가 너무 기다려진다.

“어린 이미지가 아닌 남자다운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



맡은 역할인 스케줄러는 저승사자 같은 인물인데 어딘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현과 맞붙는 경우에는 티격태격 귀여운 면도 있고.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더라.
정일우
: 이요원 누나랑 남규리 누나랑 잘 맞는다. 특히 이요원 누나는 지금까지 작품을 한 배우 중에서 제일 호흡이 잘 맞는다. 맞추고 맞춰주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편하다. 스케줄러는 무게 잡는 캐릭터가 아니고 릴렉스된 상태에서 연기해야 하는 거라 연기가 더 잘 나오는 거 같다. (웃음) 감독님도 많이 편해진 거 같다고 하시고. 그래서 좀 더 나아진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방송 전부터 스케줄러의 패션이나 키 매너 사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랜만의 복귀작에 대한 기대의 표현인 동시에 본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정일우
: 예전엔 그랬다. (웃음)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부담도 있지만 그걸 너무 느끼면 연기가 더 안 되더라.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비우고, 기다리면서 하다보면 더 좋은 반응, 더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예민해 질 때가 있는데 예전에는 그런 게 나도 모르게 얼굴에 티가 나고 (웃음) 표현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연기로 푼다. 감출 줄도 알게 되고 조금씩 이겨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짧은 시간, 어린 나이에 비해 비교적 많은 일들을 겪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단번에 엄청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고, 그 인기가 사그라지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분명 연기할 때나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텐데.
정일우
: 당연히 그렇다. 데뷔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작품을 한 게, 드라마가 <49일>을 포함해서 4편 밖에 없다. (웃음) 앞으로는 작품을 많이 하면서 작품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쉬는 시간이 길어도 그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짠하고 보여드리면 되겠구나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도 스물다섯인 만큼 여러 작품을 통해서 어린 이미지가 아닌 남자다운 이미지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작품 많이 할 거다! (웃음)

“사람을 만나는 거에 있어서도 진지해졌다”



데뷔한 지 5년이 되었고 올해로 스물다섯이 되었다. <49일> 같은 멜로드라마를 하다보면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한창 사랑하고 싶을 나이기도 하니까. (웃음)
정일우
: 그렇다. 완전 사랑하고 싶다. (웃음) 이전까진 못 느꼈는데 이제 스물다섯이 되고 이십대 중반이 되니까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랑들이 정말 있을 법한 일들로 느껴지고 더 공감되더라. 어릴 때 느꼈던 감성이랑 지금은 달라진 거 같다. 사랑이란 감정에도 진지해지고 사람을 만나는 거에 있어서도 진지해졌다.

이 인터뷰 기사는 드라마 첫 회가 방송된 다음 날 아침에 나갈 텐데 앞으로 <49일>을 보게 될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정일우
: 일단 방송을 보고 꼭 리뷰를 남겨주시길 바란다. (웃음) 우리 드라마가 20부작인데 인물도 많고 얽혀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작가님이 50부작으로 써도 될 만큼 소재가 정말 풍부하다. 6회 대본이 나와서 촬영하고 있는데 스케줄러의 과거와 존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10회 정도 되면 스케줄러의 과거가 밝혀질 테고. 아마 갈수록 더 재밌어 질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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