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맞은 박신양은 스태프와 기자들에게 생일턱이라며 와인을 한 병씩 돌렸다. 자신이 만들고 싶던 와인과 흡사한 맛을 찾았다며 돌린 와인병에는 그의 이름과 사진이 새겨진 라벨이 붙어 있었다. 한 번 더 웃을 거리를 찾고 싶었다며 자기 사진이 새겨진 커피잔을 돌리기도 했던 박신양은 현장의 즐거움을 길게 유지하는 법을 찾고 있는 듯 했다. 작품을 함께 조각해 가는 즐거움은 극중인물 고다경의 활기 찬 모습 그대로 간담회장에 등장한 김아중에게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막 11회를 넘기며 반환점을 돈 SBS 의 기자간담회 현장은 “장르도 소재도 처음”인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보람과 흥분으로 넘실거렸다. 정의와 진실을 위해서라면 좌천과 자격정지도 감수하는 우직한 사제를 연기하는 박신양과 김아중과의 대화를 정리해서 옮긴다.

촬영하느라 한창 바쁠 때겠다.
김아중: 지금도 촬영 하다 오는 길이다. 오늘은 정병도 원장님 댁에서 촬영하는 장면, 야산에 가서 사체를 발굴해 내는 장면도 있었고, 다시 세트 촬영도 했다.
박신양: 다들 어제 오늘 4시간 정도 자고 계속 가고 있는 거 같다. 건강도 안 좋고, 졸려 죽겠다. (웃음)

“박신양이 이젠 정말 선생님 같다”
박신양 “부검 현장에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신양 “부검 현장에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최근 장항준 감독이 각본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김형식 감독이 새 연출자로 들어왔다. 잠도 못잘 스케줄인 만큼 호흡을 빨리 맞추는 게 중요하겠다.
박신양: 아무래도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 중간에 연출자가 바뀌면 새로운 분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김형식 감독님은 굉장히 침착하고 부드럽고 성실하시다. 현장 지휘 통솔력도 매우 뛰어나고. 이제 절반 정도 남았는데 잘 끌어가실 거라고 믿고 있다.
김아중: 장항준 감독님이 미리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였다. 어서 대본으로 자리를 바꿔 더 탄탄한 대본을 빨리 내놓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배우들도 동의를 했다. 배우들도 스태프들과 호흡을 다 맞춰 둔 상태였으니까. 사실 연기를 잘 하는 대선배님들이 나오는 터라 후배 연기자들은 큰 걱정 안 했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 호흡이 맞아가는 것도 현장에서 중요한 부분일 텐데.
김아중: 박신양 선배와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데, 지금껏 상대 배우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가 싶다. 작품을 대하는 입장이나,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상대 배우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신다. 나는 나이나 극을 책임지는 위치에 비해 경력이 많지 않은데, 이 시점에 선배를 만나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우게 되는 거 같아 즐겁다. 극 중에서 늘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나. 그래서 이젠 정말 선생님 같다. ‘자기야’나 ‘여보야’ 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에서 만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웃음) 그래서 이젠 굳이 리허설을 여러 번 하지 않아도 호흡이 맞는 걸 느낀다.
박신양: 나는 이미 윤지훈과 고다경은 서로 사랑도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진심으로 충실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왔으니까,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목표를 공유하면서 이제 어떤 관계도 가능한 단계가 됐다고 생각한다.

박신양의 경우 때 연기를 디렉팅하는 스태프들이 따로 있었는데, 그 시스템은 이번 현장에서도 계속 유지되는가?
박신양: 상대배우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준비나, 최선을 위한 노력은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보시다시피 밤을 새가며 촬영하면 정신이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내가 연기를 잘못하면 적극적으로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기 디렉팅 스태프들이 있었던 거다. 물론 현장에는 연기 전문가들이 많지만, 나에게만 신경을 쏟으실 만큼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그건 시스템이 아니라 더 최선을 다하기 위한 나의 절실한 노력이다.

부검 현장에 실제로 여러 차례 참관을 했던 경험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박신양: 아주 많이 영향을 끼쳤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사를 맞춰도 나는 법의학자고 여기는 내 일터라는 믿음과 편안함을 얻었다. 무슨 궁지에 몰려도 법의학자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랄까. 법의학자의 눈으로 사건을 보고 사람을 보는 시야가 그 때 생겼던 것 같다.

“좋은 이야기가 끝까지 소신있게 전달되기를”
제작발표회 때 “꼭 만들어져야 하는 이야기”라는 표현을 썼다. 절반을 달려온 지금, 처음 의도했던 이야기들을 잘 풀어가고 있는 것 같나.
박신양: 생각만큼 힘 있고 줏대 있고 방향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 이야기도 풍부하고, 억지로 이야기를 만드는 상황은 안 벌어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장르도 소재도 다 처음 하는 도전이라 만드는 사람들은 많은 불안과 우려를 했겠지만,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기쁘다.
김아중: 이런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서 다룬다는 것 자체가 호평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초창기에 굳이 < CSI >와 비교가 되었지만, 우리 드라마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만큼이나 ‘왜’에도 집중한다. 이런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기획하던 순간 은 이미 새로웠다.

매 회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고, 하나 같이 무게감이 큰 사건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걸까.
김아중: 하나를 꼽기 힘든 것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다. 매 사건마다 긴박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품고 있으니까. 가장 호응이 컸던 사건은 최재환 씨가 연기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박신양: 이번 주에 방영되는 부분에서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윤지훈의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의 사건이 나오고, 원장선생님의 죽음이 나오니까. 이번 주 분량은 특히 더 슬프고 애절한 장면들이 있을 거다.

이제 말하자면 후반전인 셈이다. 소감이나 각오가 궁금하다.
김아중: ‘대박 드라마’를 만들기 보단 질적으로 뛰어난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앞에 잠깐 재미있다가 마는 드라마가 안 되게, 마지막 회까지 한 땀 한 땀 (웃음) 정성 들여서 만들겠다.
박신양: 이제 정확하게 반이 남았는데, 스토리는 사실 내게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작가님께 있는 거지. (웃음) 나도 좋은 이야기를 끝까지 힘차게 소신 있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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