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은 언제부터 그렇게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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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봐야 압니다.” MBC (이하 )의 새 코너로 기획된 대국민 아나운서 오디션 ‘신입사원’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가장 자주 나온 대답이었다. 방송 시작은 언제인지, 방영기간은 얼마나 될지, 아나운서를 몇 명이나 뽑을 건지, 시청자들은 어떻게 참여하는지. 기자들의 질문에 제작진의 대답은 “아직 확실하진 않고 상의 중이다. 일단 원서를 받아 봐야 안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기존 보도자료에 적힌 것 이상의 이렇다 할 정보가 나오지 않은 ‘신입사원’ 기자간담회는 더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끝났다.

최재혁 아나운서국장은 “알렉산더 벨의 전화기 발명까지는 많은 선험기술의 덕이 있었다. 우리도 좋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주신 분들의 노력에 힘입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진짜 참고해야 할 것은 성공사례가 아니라 을 거쳐간 코너들의 실패사례일 지 모른다. 이경규가 KBS ‘남자의 자격’을 선보인 것이 2009년 3월 29일. 그 날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이 내밀었다가 폐지시킨 코너는 무려 13개에 이른다. 단순한 시행착오라고 보기에 의 실패는 너무 길고 잦다.

과거의 실패를 돌아보라
<일밤>은 언제부터 그렇게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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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대략적인 청사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신입사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MBC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한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이 잦은 코너 변경을 반복했던 과거가 ‘신입사원’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과연 ‘신입사원’은 선배 코너들이 저지른 오류를 피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그리고 은 몇 년 동안 이어진 부진으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MBC 예능국과 아나운서국, 인사부가 합심해서 던진 비장의 카드 ‘신입사원’은 1월 31일 iMBC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성인을 대상으로 원서 접수를 시작하며, 2월 14일 오후 5시에 마감한다. 다음은 ‘신입사원’이 성공하려면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되는 의 실패사례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출범시키지 마라.
‘MC생태보고서 대망’ (09.03.29~09.04.19)
‘퀴즈프린스’ (09.05.03~09.06.14)
‘뜨거운 형제들’ (10.03.28~ )
어떤 코너든 방송 초반 시청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4회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보여준 것 외의 다른 것이 준비되지 않았음을 자백하는 것과 같다. ‘MC생태보고서 대망’은 몰입을 방해하는 내레이션과 까칠한 MC들이 빚어내는 블랙코미디에 시청자들이 반감을 표하자 4회 만에 막을 내렸고, 급하게 시작한 다음 코너 ‘퀴즈프린스’ 역시 초대형 거품 세트에서 허우적대는 MC들만 보여주다가 6회 만에 끝났다. ‘대망’의 오윤환 PD가 다시 선보인 ‘뜨거운 형제들’은 영화 의 인기와 ‘왕게임’을 조합한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아이템으로 잠시 호시절을 누렸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보여 줄 게 아바타 뿐이냐”며 피로감을 토로한 순간 추락하기 시작했다.
목적을 헷갈리지 마라.
‘오빠밴드’ (09.06.21~09.10.25)
‘오늘을 즐겨라’ (10.08.22~ )
오합지졸 멤버들이 진짜 밴드가 되는 과정을 그리겠다며 시작한 ‘오빠밴드’는 합주할 수 있는 곡도 별로 없으면서 백두산에게서 무대매너부터 배웠고, 연습하기도 바쁠 시간에 산골 분교 아이들의 부름을 받고 한 달음에 달려갔다. 주된 목적이 밴드의 성장 서사인지, 어디든 달려가 연주하는 밴드의 미담인지, 아니면 MC들의 현란한 말장난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오빠밴드’는 가능성만 남겨놓고 끝났다. 한편 ‘오늘을 즐겨라’는 의 인기에 편승한 ‘체육을 즐겨라’ 시리즈를 3개월이나 지속한 덕에 “이냐”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선회하기에 이른 ‘오늘을 즐겨라’는 당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잰 걸음으로 따라가느라 일관성도 정체성도 모두 잃고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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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언제부터 그렇게 망했나" />흥행 요소를 갖췄다고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09.05.03~09.06.14)
‘몸몸몸’ (09.07.05~09.08.09)
‘소녀시대와 함께 공포영화를 제작한다’는 계획은 언뜻 그럴싸해 보였다. 영화촬영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여름 시즌을 노린 납량특집, 게다가 소녀시대라니. 그러나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는 멤버들에게 흉가체험 미션과 몰래카메라를 들이대며 ‘누가 더 비명을 잘 지르나’와 미니게임만 반복하다가 맥없이 폐지되며 소녀시대 팬들과 팬 모두의 어두운 역사로 기록되었다.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역시 과거 에서 성공했던 ‘건강보감’의 포맷을 무턱대고 답습하다가 이내 식상하다는 비판과 함께 6회로 끝났다. 아무리 흥행요소가 많아도 어떻게 꿰어 보배를 만들지 복안이 없으면 흥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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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언제부터 그렇게 망했나" />진정성이 좋은 쇼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단비’ (09.12.06~10.08.15)
‘신입사원’의 제작진은 “(쇼를) 만드는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한다면 감동을 국민들과 나눌 수 있다”며 진정성을 강조한다. 진정성으로 치면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우물을 뚫어 준 ‘단비’만한 코너가 또 있을까. 그러나 높은 제작비에 비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재미를 주지 못 한 ‘단비’는 제작비를 지원하던 협찬사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독립편성을 고려중이라는 말과 함께 폐지 수순을 밟았다. 좋은 프로그램의 요소 중 진정성이 있다는 걸 부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정성만으로 일요일 프라임 타임 예능프로를 만들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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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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