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만화라는 작업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작품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의 이름이 올라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관행을 좀 바꾸고 싶어 스튜디오 작업을 지향하고 있죠. 박성재, 박기봉이라는 개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풍경의 대표인 박성재 작가의 말처럼 풍경의 등장은 수많은 이름 없는 어시스턴트의 땀이 작가 한 명의 이름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방식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것이었다. 사실 그들의 대표작인 의 시나리오를 쓴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 자의식을 드러낼 법도 하지만 그에게는 분업을 통한 작품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만화가 지망생들은 그림을 더 우선하는 면이 있는데 독자들은 그림은 못 그려도 봐주지만 시나리오가 재미없으면 안 봐주세요. 그래서 최근에는 전문 시나리오 작가를 풍경으로 모셔오는 거죠.” 박성재 작가와 시나리오 팀이 부천 만화창작스튜디오에서 기획을 하고 박기봉 작가를 비롯한 작화 팀이 광주에서 제작을 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그들은 최근 연재가 끝난 로맨틱 코미디 , SF , 성장드라마 같은 전혀 다른 성격의 웹툰을, 퀄리티를 유지하며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다며 박성재 작가가 추천한 다음의 드라마들 역시 아마 극본과 연출, 연기의 협업이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던 작품일 것이다.

2006년, 극본 박연선, 연출 한지승
“시나리오를 굉장히 잘 쓴 드라마인 것 같아요. 저희도 양우석 작가의 시나리오를 받아 이라는 멜로물을 만든 경험이 있는데 는 굉장히 깔끔한 멜로물이라고 봐요. 격정적인 멜로는 아니지만 동진(감우성)과 은호(손예진)라는 캐릭터의 행동 모든 것이 납득이 가는 그런 드라마죠. 결말 역시 모든 것이 종결되는 게 아닌 시간의 흐름 안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찾고 깨닫는 방식이 담백하게 그려져서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의리 혹은 우정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2004년 FOX
“매 회 의학 사고를 다룬 독특한 에피소드 안에서 하우스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정말 잘 구축한 것 같아요. 단순히 괴팍하기만 한 게 아니라 냉소적인 말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그런 캐릭터잖아요. 잘은 모르지만 분명 극본을 작가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 텐데 그럼에도 하우스라는 인물의 일관성이 무너진 적이 없다는 것에 감탄해요. 보통 미드의 경우 공동 작업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이 왔다 갔다 할 때가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 하우스는 의 케이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캐릭터를 잘 구축하고 시리즈를 이어가는 게 좋은 방식인 거 같아요. 잭 바우어로 대표되는 도 비슷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죠.”

2003년 후지TV
“특별히 재미가 없더라도 의학드라마는 꾸준히 보는 편이에요. 전문직이 등장하는 만화를 그릴 때 항상 교본이 되는 작품이 의학드라마 쪽이거든요. 그런데 은 를 비롯한 몇몇 의학드라마와 달리 병원이라는 정치적 공간 안에서 치열하게 살고 권련 관계를 맺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땐 한국판 이 나오기 전이라 굉장히 감정 이입이 되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한국판이 나온 걸 보니 일본판보다 더 잘 만든 것 같아요. 세 번 정도 봤는데 연출이나 극본이나 연기나 더 낫더라고요. 다만 일본판을 먼저 봐서 충격적이라는 면에서는 일본판이 더 기억에 남아요.”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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