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무마니 [숙어]1. 치킨의 정석
2. 양념 치킨 반 마리 하고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 주시고, 무는 많이 주세요!!

홍세화는 그의 저작 에서 양비론에 사로잡힌 언론인들을 비판적 기회주의자라고 칭한 바 있다. 입장을 견지하지 않는 논평에 책임 회피의 의혹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반드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이 가장 신임했던 재상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은 집안 하인들이 다툴 때 양 편 모두를 옳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그의 조카가 옳은 쪽이 있으면 그른 쪽이 있음을 지적하자 “그 역시 옳다”는 대답을 했다고 전해진다. 극단적인 양시론의 경우이나 어차피 완전한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면 기술하는 사람의 논리에 평등하게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그의 입장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선택의 기로에서 판단의 기준이 법률이나 정의에 근거한 것이 아닐 때, 양시론은 더더욱 불가피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선택은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양념 치킨과 후라이트 치킨일 것이다. 전자가 이 선택의 고통을 ‘짬짜면’이라는 절충안으로 타협했다면, 후자는 ‘반반무마니’를 통해 화합을 이룩하는 동시에 ‘무’로서 풍미를 더하는 진취적인 발상에 도달한 경우라 볼 수 있다. 두 종류의 치킨을 반 마리씩 취합하고 식초에 절인 무 반찬을 풍성하게 확보함으로서 취식의 기쁨을 만끽하겠다는 ‘반반무마니’ 정신은 유희열의 을 통해 널리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계율을 이어받은 업체가 실제 생겨날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만연한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티벳 승려들이 관세음보살의 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을 그저 읊조리기만 해도 정신을 수양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취향을 집약한 ‘반반무마니’를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닭 마니아들은 섭취욕구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육체의 허기를 자각하는 것은 곧 생(生)의 상태를 인식하는 것이며, 삶에 대한 확인이야말로 모든 깨우침의 근간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아서 더 많은 ‘반반무마니’를 먹겠다는 의지야말로 닭 마니아들에게는 천국으로 인도하는 등대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용례(用例)
* 반반무마니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닭을 확보하세요. 닭인지 잘 확인하셔야 해요.
* 아빠-! 엄마아아아-! 누가 우리를 반반무마니로 만들어 버릴 거래!
* 반반무마니의 여신이시여- 여기 재단 앞에서 춤추는 이들을 보소서!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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