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인간시장│“<강심장>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

SBS 은 지난 10월 6일 첫 방송을 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주중 심야 예능 프로그램 중 단 한 번도 시청률이 15%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유일한 프로그램이 됐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시청률에 탄력을 받는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생각하면 의 빠른 안착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그만큼 첫 회부터 강한 토크와 쇼, 그리고 웃음과 눈물을 넘나드는 극단적인 자극을 보여준 은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시간 남짓한 토크쇼에서 연예인의 충격 고백과 아이돌의 특별 무대가 함께 하는 의 구성은 카니발적인 쾌락을 주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함께 제기됐다.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영화 의 투사들과 다름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그들을 에서 콜로세움의 검투사처럼 세우는 박상혁 PD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 과 지금의 예능에 대해 들었다.

시청률이 계속 강세다.
박상혁 : 그래서 기분이 좋긴 한데 여전히 걱정이 많다. 보통 3월에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많이 빠지는데 딱 지금 결방되기도 했고. (웃음)

처음 이 나왔을 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란 의견이 많았다. 스타들을 계속 데려오기도 힘들 거라는 얘기도 있었고. 지금까지 강세를 이어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박상혁 : 일단 이야기의 힘이다. 나쁘게 말하면 폭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강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또 하나는 20명의 사람이다. 20명이 서로의 정보를 공개하고, 그 이야기에 자극 받은 출연자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이렇게 갈 거라고 생각 안했는데 이렇게 되더라. (웃음)

“강호동이 게스트들의 경쟁구도를 너무 잘 이끌어낸다”
2010 인간시장│“<강심장>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
강한 이야기는 어떻게 끌어내는 건가.
박상혁 : 처음에 무조건 강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토크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기도 하다 (웃음) 처음에는 강호동과 어울리면서도 예전에 강호동이 진행한 프로그램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생각했다. 그래서 강호동은 정말 힘 있는 MC니까 토크쇼 이외의 모든 설정을 빼보자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에는 퀴즈나 설문조사 같은 것도 없고, ‘무릎 팍 도사’의 점집 같은 설정도 없다. 오직 팩트의 힘으로만 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토크를 할 때 모든 시선이 한 명의 게스트에게 쏠린다. 그만큼 부담도 되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그 게스트의 것이 되니까 그런 토크가 가능한 것 같다.

출연자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박상혁 : 그 점에서 공개 녹화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공개녹화를 하면 100명이 넘는 방청객이 보니까 연출자도 마음에 안 드는 멘트를 어떻게 바꿔달라고 말 못하고, 출연자도 이건 안 웃기니까 빼달라는 말을 쉽게 못한다. 그만큼 출연자들한테 방청객에게 반응을 이끌어내야겠다는 긴장감이 생긴다. 그리고 강호동이 그런 경쟁구도를 너무 잘 이끌어낸다.

그래서인지 토크 뿐만 아니라 쇼도 엄청나게 준비하더라.
박상혁 : 우리 입장에서는 토크쇼더라도 출연자들이 임팩트 있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다양한 것들이 있으면 좋고. 특히 가수들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자기 노래 부르는 것 외에는 자신의 무대를 갖기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그런 무대를 제공하니까. 개인적으로 멋있는 쇼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그런 무대가 일단 방청객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니까 다들 필사적으로 준비하는 것 같다.

방청객부터 움직여야 편집되지 않는 건가? (웃음)
박상혁 : 가능하면 제작진이 뭘 더하지 않고 출연자가 보여준 날 것 그대로 가려고 한다. 시청자들이 을 현장에서 보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하면 성공한 거다.

그런 긴장감을 극복하고 뭔가 보여주려면 출연자들이 에서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할 텐데, 그게 뭐라고 생각하나.
박상혁 : 은 이야기로만 승부해서 그 사람의 토크가 텍스트로 옮겨졌을 때 강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파급력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그 토크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토크를 꺼내니까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내용이 압축된다. 그리고 요즘 공중파 토크쇼에서 A급 스타가 아니면 연예인들이 직접 자신의 억울하고 아픈 일을 털어놓기 힘든데, 은 몇 분 동안 그런 시간을 주니까 출연자들의 마음가짐도 다른 것 같다. 원샷 받기 힘든 세상 아닌가. (웃음)

“에선 고정 출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0 인간시장│“<강심장>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 하지만 그래서 의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토크를 하는 게 작위적이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다. 차례가 돌아오면 바로 눈물을 흘리니까
박상혁 : 누가 인터넷에 12시 10분이 되면 출연자 중 누가 울 거라고 글 쓴 것도 봤다. (웃음) 그런데 실제로 프로그램 마지막에 울면서 끝난 건 몇 번 안 된다. (웃음) 그만큼 그 토크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토크는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니다. 공개 방송에서 방청객들은 웃기는 이야기보다 감동적인 이야기에 더 큰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출연자들도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게스트가 감동적인 이야기를 할 때 현장 분위기는 정말 뜨거우니까. 사실 그게 공개방송의 딜레마다. 현장의 분위기가 TV에는 100% 전달 안 되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과장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비판은 아무래도 의 토크에는 맥락이 없기 때문 아닌가. 은 꼭 짧은 인터넷 동영상을 모아놓은 것 같다. 보통 인터넷에 올라가는 UCC 동영상의 러닝타임과 게스트의 토크 시간이 거의 일치하더라.
박상혁 : 맞다. 내가 이야기 하나의 러닝타임을 그걸로 계산했다. 토크는 5~7분, 공연은 1분 30초가 한계다. 전후 맥락이 있는 토크쇼는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웃을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난 TV를 튼 바로 그 순간 상황이 이해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은 매 주 20명이 나오지만 고정 출연자가 9명이고, 2주로 나눠서 방송된다. 실질적으로 게스트가 한 주에 5명꼴이다. 그런데 어쨌건 20명이 동시에 대화를 하니까 굉장히 호흡이 빠르고 뭔가 거대하다는 착시 현상을 주는 것 같다. 사실 2주마다 한 번씩 찍어서 제작비도 얼마 안 나온다. (웃음)

그만큼 은 많은 고정 출연자가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중요한 프로그램 같다.
박상혁 : 고정 출연자는 MC에게 상당히 필요하다. MC입장에서 토크가 풀리지 않을 때 기댈 수 있는 데가 고정 출연자다. 코미디가 막히면 김영철에게 멘트를 넘길 수도 있고, 아이돌 얘기가 나오면 데니 안에게 물어볼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프로그램의 평균적인 재미도 유지되고.

고정 출연자를 짤 때 생각하는 요소가 많겠다.
박상혁 : 우리는 섭외하고 나면 자리 배치하는 게 일이다. (웃음) 예를 들어 좌석의 좌우는 강호동의 손발 역할을 하는 고정 출연자가 있고, 앞에는 A급 스타를 배치한다. 뒤에는 김영철과 김효진이 툭툭 멘트를 던지면서 분위기를 유지해준다. 김혜영 씨가 새로 고정이 된 것도 슬픈 얘기가 나올 때 그걸 다독거려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MC가 평정심을 잃고 얘기에 몰입하는 건 안 좋아보여서 그걸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고정 출연자가 늘어나면 각자의 비중은 떨어진다. 김영철은 눈물 나는 토크 다음 멘트를 처리하는 역할이란 말까지 나오고. (웃음)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박상혁 : 두 사람은 분위기를 띄우면서 시청자와 출연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상황마다 한 두 마디씩 거드는 역할을 하는데,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엔 출연자들이 방송 전에 두 사람에게 찾아와서 많이 웃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정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정말 가족 같이 자기가 어떻게 해야 이 프로그램이 잘 될지 고민한다. 녹화 전 분장실에 가서 미리 게스트들 기 세워주는 것까지 신경 쓰니까.

“이승기의 MC로서 역량을 보여주는 게 올해 목표”
2010 인간시장│“<강심장>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 /> 그만큼 고정 출연이 연예인들에게 갖는 힘이란 게 있는 것 같다.
박상혁 : 예를 들어 김영철은 에 나오고 나서 고정이 6개가 됐다. 예능 고정 두세 개를 잡고 있어야 다른 게스트를 하더라도 힘이 생긴다. 이런 고정 출연자들의 숫자가 늘어난 건 의 영향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버라이어티 쇼가 많은 게스트가 재밌게 놀다 가는 식이었는데 이후로 시청자들이 고정 출연자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매 주 TV를 보면 내가 정을 쏟는 누군가가 있는 거다. 그 캐릭터를 자기가 키운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만큼 고정 출연자들은 활동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고정 출연자가 늘어날수록 그들을 조율하는 메인 MC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서 강호동은 어떤 MC라고 보나.
박상혁 : 은 강호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모든 상황에 맞춰 거기에 알맞은 사람을 찾아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2NE1의 공민지가 출연해서 춤을 췄을 때, 강호동은 이승기가 공민지의 동작을 따라하게 하면서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하면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붐에게 슬쩍 포인트를 짚어준다. 그러면 붐이 대신 이승기에게 권유를 하고, 그 분위기에 강호동도 한마디 얹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웃음이 생겨난다. 애초에 이 강호동을 위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기는 어떤가. 그는 여러 예능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래서 MC가 될 당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박상혁 :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유일하게 안티가 없다. (웃음) 시청자들이 유일하게 개인적인 애정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존재인데, 놀라울 정도로 빨리 성장하고 있다. 강호동이 무슨 말을 해도 그걸 다 받아치고, 프로그램의 모든 상황을 다 기억해서 다음 회에 그것을 응용한다. 이승기가 얼마 전 방송에서 토크가 막히면 들라면서 갖고 나온 “끝”같은 장치도 자기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거다. 토크 수위가 높아지면 드는 19금 표시도 자기 아이디어고. 이젠 강호동과 MC를 하는 비중이 7:3이나 6:4까지 올라간 거 같다. 에서 이승기가 차세대 MC의 역량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올해 목표 중 하나다.

이 4개월째 좋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회 한 회는 재밌지만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1년, 2년 이상 갈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박상혁 : 맞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패턴화 되는 걸 경계하고, 게스트의 활용에 대해 고민한다. ‘10년차 아이돌 특집’을 했으면 탤런트나 개그우먼 특집도 해보고, 남들이 안 찾는 게스트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앉아있으면 “쟤 왜 왔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뭔가 말하고 가겠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 연예인이 와도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10~20분은 못 줘도 시청률 포기하고 3~4분은 내어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면서 멀리 멀리, 오래 오래하고 싶다. (웃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