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얼굴로 동시에 기억되지 못한 수많은 신인들처럼 그 역시 n분의 1이었다.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에서는 왕의 호위대 건룡위 36명 중의 하나로서 검무 신을 비롯한 4, 5개 신에서 잠깐씩 얼굴을 드러냈고, MBC 시트콤 와 CD 재킷 안에선 3인조 신인 그룹 24/7의 멤버였다. SBS 에서도 주인공 장석(김범)에게 우후죽순으로 나가떨어지는 꽃미남 격투단 F.F 010의 일원이었던 그는 MBC 에서도 이탈리아 유학파 요리사 3인방 중 한 명인 지훈으로 등장해 다시 n분의 1로 기억되는 듯했다. 하지만 개성 있는 곱슬머리와 귀마개를 한 그는 첫 등장과 함께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파스타 파마머리, 뽀글머리라는 연관 검색어와 함께 현우라는 이름이 회자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종의 출현을 알리다 “봉지에 딸기랑 이것저것 먹을 걸 넣고 친구네 놀러가다가 지하철 안에서 어떤 분이 갑자기 의 지훈 아니냐고 물어서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최근의 인지도에 대한 그의 경험담은 이제 막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고 이야기할 만한 일종의 클리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빤한 경험을 말하며 눈웃음을 지을 때마다 크고 동그란 눈이 순간순간 초승달처럼 가늘어지는 그의 모습은 결코 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귀여운 막내라는 범주보다는 요크셔테리어나 말티즈처럼 아예 다른 종을 마주대하는 느낌이다. 연기를 위해 서울예대에 입학했지만 학교를 다니며 오디션을 보는데 한계를 느껴 입대를 선택하고, 을 시작으로 차츰 연기 경험을 늘리다 결국 시청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는, 무난한 바이오그래피로 그를 설명하는 게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단 한 명의 현우가 되는 날까지 그는 하나의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연속적인 움직임보다는 어떤 인상적인 순간, 가령 의 많은 요리사들이 “다들 조금씩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한다고 밝히면서 “아우, (노)민우는 경쟁을 안 했는데 비중이 커져서 좀 ‘급당황’했어요. 나도 감독님께 뭔가를 어필해야 하는데”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모습에서 좀 더 자신을 분명히 드러내는 타입이다. 만약 의 지훈이 인상적이라면 그런 현우라는 배우만의 느낌을 온전히 살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훈 역할은 세상에서 제가 제일 잘할 거”라는 그의 생각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뉘어 반목하는 라스페라의 주방에서 모두에게 맥주를 던지며 특유의 눈웃음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신 메뉴 개발을 하면서도 고민하기보다는 레고를 쌓는 듯한 장난기를 보여주던 지훈과 “요즘은 밖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집에선 아무 것도 안 해요”라고 말하며 지쳐 늘어진 허리케인 조의 모습을 흉내 내는 현우의 모습은 별다른 차이 없이 그대로 오버랩 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선 필연적인 결과 혹은 선택이다. 이십대 초반, 시리즈 출연 기회가 있었지만 너무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계속 출연이 미뤄지다 시리즈가 끝나버린 경험은 현우라는 이 새로운 종의 배우를 일반적 캐릭터 안에 가둬 소화하기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지훈만큼 그의 매력을 모두 드러낼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지, 또 그런 캐릭터가 드라마 혹은 영화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자신이, 아니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한 그는 이제 n분의 1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얼굴도, 이름도 알렸고, 남과 다른 매력 역시 대중에게 인식시켰다. 신인의 스타트 라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이제 달릴 일만 남았다. 자신의 이름을 건 단 한 명의 현우로서.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새로운 종의 출현을 알리다 “봉지에 딸기랑 이것저것 먹을 걸 넣고 친구네 놀러가다가 지하철 안에서 어떤 분이 갑자기 의 지훈 아니냐고 물어서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최근의 인지도에 대한 그의 경험담은 이제 막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고 이야기할 만한 일종의 클리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빤한 경험을 말하며 눈웃음을 지을 때마다 크고 동그란 눈이 순간순간 초승달처럼 가늘어지는 그의 모습은 결코 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귀여운 막내라는 범주보다는 요크셔테리어나 말티즈처럼 아예 다른 종을 마주대하는 느낌이다. 연기를 위해 서울예대에 입학했지만 학교를 다니며 오디션을 보는데 한계를 느껴 입대를 선택하고, 을 시작으로 차츰 연기 경험을 늘리다 결국 시청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는, 무난한 바이오그래피로 그를 설명하는 게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단 한 명의 현우가 되는 날까지 그는 하나의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연속적인 움직임보다는 어떤 인상적인 순간, 가령 의 많은 요리사들이 “다들 조금씩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한다고 밝히면서 “아우, (노)민우는 경쟁을 안 했는데 비중이 커져서 좀 ‘급당황’했어요. 나도 감독님께 뭔가를 어필해야 하는데”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모습에서 좀 더 자신을 분명히 드러내는 타입이다. 만약 의 지훈이 인상적이라면 그런 현우라는 배우만의 느낌을 온전히 살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훈 역할은 세상에서 제가 제일 잘할 거”라는 그의 생각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뉘어 반목하는 라스페라의 주방에서 모두에게 맥주를 던지며 특유의 눈웃음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신 메뉴 개발을 하면서도 고민하기보다는 레고를 쌓는 듯한 장난기를 보여주던 지훈과 “요즘은 밖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집에선 아무 것도 안 해요”라고 말하며 지쳐 늘어진 허리케인 조의 모습을 흉내 내는 현우의 모습은 별다른 차이 없이 그대로 오버랩 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선 필연적인 결과 혹은 선택이다. 이십대 초반, 시리즈 출연 기회가 있었지만 너무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계속 출연이 미뤄지다 시리즈가 끝나버린 경험은 현우라는 이 새로운 종의 배우를 일반적 캐릭터 안에 가둬 소화하기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지훈만큼 그의 매력을 모두 드러낼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지, 또 그런 캐릭터가 드라마 혹은 영화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자신이, 아니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한 그는 이제 n분의 1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얼굴도, 이름도 알렸고, 남과 다른 매력 역시 대중에게 인식시켰다. 신인의 스타트 라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이제 달릴 일만 남았다. 자신의 이름을 건 단 한 명의 현우로서.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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