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형제>│형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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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오후, 아파트 단지에서 울린 몇 발의 총성. 겁에 질린 주민들은 일제히 건물을 빠져나오고 그 난리 통에 두 남자의 운명이 엇갈린다. 그 날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는 실패한 작전의 책임자로 조직에서 퇴출되고,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 역시 배신자로 몰려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 후, 두 남자는 다시 만난다. 서로가 서로를 못 알아본다고 확신한 채. 상대방의 존재를 발판으로 다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은 의형제라기보다는 원수에 가깝다. 그러나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서로의 외로움을 엿보게 되면서 그들 사이의 온도는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 관전 포인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는 둘의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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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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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영화의 결말을 다 꺼내 보이는 제목처럼 이야기를 한 번 더 꼬거나 에둘러 가지 않는다. 한규와 지원, 두 남자가 의형제가 되어가는 정점을 향해 극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곳곳에 촘촘하게 배치된 주, 조연의 웃음 포인트는 효과적이다. 공허한 입씨름이나 의미 없는 몸개그로 쉽게 웃기려 들지 않고, 인물들의 단면 때로는 아픔까지 드러내는 대사와 설정들은 재미와 동시에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 여기에 한규와 지원이 처음 만나는 아파트 대치 신이나 추격 신, 공사장 액션 신은 기름기를 걷어내 담백하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 감각적인 앵글 대신 땀 냄새 나는 난장과 슈퍼 히어로가 아닌 공무원의 능력치를 가진 국정원 요원의 고군분투는 합을 잘 맞춘 아름다운 액션과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한 번도 함께 연기한 적이 없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조합 역시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송강호는 적당히 풀어진 듯 힘을 빼다가도 감정이 고조에 이를 때는 여지없이 폭발력을 자랑하고, 강동원 또한 에서보다 한결 깊이 있는 감정처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의 강점이자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엔딩에 대해서는 호오가 분명히 갈릴 듯하다. 대중적인 상업영화라는 문법에 충실한 결말은 납득이 가지만 한규와 지원의 사연이 가진 묵직함을 덜어낼 정도로 가벼운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2월 4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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