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사자후
지옥의 사자후
지문 다가가기
멀쩡하게 생겼다. 입 열어도 멀쩡하다. 처음 만난 여자한테 “오늘 저녁에 시간 있습니까? 뭘 망설여요? 처음엔 거절하는 거예요” 따위 수족 수축성 작업을 걸면서도 여유롭고, 셰프로 부임한 레스토랑 ‘라 스페라’의 주방에서 “첫 주문을 기다리는 이 순간은 늘 설레죠. 편하게, 여러분이 하시던 대로 하면 됩니다” 라며 짓는 미소는 크림 소스같다.

그러나 일단 주방을 장악하기로 작정하고 타바스코 소스도 아닌 캡사이신으로 변신한 최현욱은 “이 떡진 머리 같은 파스타는 나중에 니들 귀한 식구들한테나 먹이라고 제바알!” “움직이라고 이 굼벵이 시키들아!” “뇌에 칼집 좀 내줄까? 그래야 정신 차릴래?” 따위 독설을 크레센도로 퍼붓는다. 주방에서 연애하면 “이 내장을 확 뽑아서 쏘세지로 줄줄이 매달고 싶은 것들아!” 라며 해고하고 여자는 좋아해도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며 몰아낸다. 말귀 못 알아듣는 부하는 붕어라며 구박하지만 재료에 대한 예의는 철저해서 “이건 싱싱한 새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무례한 시키들아!”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최현욱, 그러나 듣다 보면 단련되고 시간 가면 중독된다. 지옥의 밑바닥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메아리 같은 음성과 알아듣는 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발음 또한 단지 셰프가 이태리에서 오래 사셨기 때문이다. 안 믿기나? 그럼 새우한테 물어봐.

갈래 : 강마에의 까탈, 황태경의 자뻑, 조재희의 결벽

[1점 문제] Q. 다음 중 최현욱의 대사가 아닌 것이 있으면 고르시오.

1) 해고.
2) 나와.
3) 닥쳐.
4) 치워.
5) 유 퐈이어드.
[2점 문제] Q. 다음 최현욱의 대사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거위 주둥이에 깔때기 꽂아두고 소화될 틈도 없이 음식물 처먹이면서, 콩알만 했던 거위 간을 고구마 만하게 키운 게 ( )다. 사람이 할 짓입니까? 정호남 씨 주둥이에 깔때기 물리고, 소화될 틈도 없이 음식물 처먹이면서 주먹만 했던 당신의 간을 자동차 만하게 키워 꺼낸 뒤, 지글지글 볶아 먹어도 상관없다면 고려해보겠다.”

1) 랍스터
2) 푸아그라
3) 비아그라
4) 씨바베네
5) 알리오올리오
[3점 문제] Q. 다음 최현욱의 대사와 관련된 사실 가운데 틀린 것을 고르시오.

“넌 이미 해고고, 나는 해고 사유를 너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은 친절한 상사도 아니고, 시간이 아까워서 미치겠는데, 아주 돌아버리겠는데, 다른 머리 나쁜 요리사들이 조오타고 ㄱ) 븅신같이 따라할까 싶어 한 번에 설명한다. 냉장 보관해야 하는 물건은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보관하면 안 된다는 거 모르나. 공기가 안 통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도 냉장이 안 된다는 거 몰랐나. 그건 갓 잡은 랍스터의 탱탱한 살을 축 축 늘어지게 삭히는 ㄴ) 행위다. 그러고도 컴플레인 받을 때마다 아주 미친 년 널뛰듯이 열 개의 다릴 쫙쫙 벌리고 ㄷ) 그저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는 가재를 들고 나가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널뛰었겠지? 요리사의 자존심은 그런 데다 갖다 붙이는 게 아니다. ㄹ) 널은 이제 집에 가서 뛰도록.”

1) 최현욱이 위의 대사를 모두 읊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초다.
2) ㄱ) 원래 들어가는 단어는 ‘멍청이’다.
3) ㄴ) 은 위 대사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야 하는 부분이다.
4) ㄷ) ‘싸구려 커피’에서 장기하의 랩처럼 리듬을 타서 읽는다.
5) ㄹ)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박수를 한 번 친다.

* 정답은 다음 주에 발표됩니다.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5) 어이, 못생기고 가슴까지 작은데 성가시긴 하지만 마음만은 착한 친구!
2점 문제 – 3) 쓴소리
3점 문제 – 1) 너 진짜 살찌면 나 너랑 안 논다.

오답 꼼꼼 체크!
3점 문제 – 주어진 산호의 대사에서 “왜 월세 살어? 아빠한테 전세 값 좀 해 달라 그래.” “고등학교 내내 받았던 과외비만 다 모았어도 차 한 대는 뽑았을 텐데.” “왜요? 수험생이라면 응당 영어수학 과외는 기본적으로 받는 거 아닌가?” 등은 부모의 재력에 대한 자랑을, “쿠키라면 응당 직접 구워주는 거 아닌가요? 왜 이러세요, 직접 구운 쿠키 못 받아 본 사람들처럼”은 자신의 인기에 대한 자랑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 진짜 살찌면 나 너랑 안 논다”는 단순히 뚱뚱한 사람에 대한 불쾌감과 비하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답은 1번입니다.

[실전! 상대의 혼을 빼놓으며 작업 거는 말하기 전략]1단계 : 적절한 상대를 고른다.
너 연애 한 번도 안 해봤다며? 하자, 나랑.

2단계 : 상대가 어이없어할 때 허를 찌른다.
뭘 망설여? 처음엔 거절하는 거야.

3단계 : 진짜 거절당하기 전에 선제공격한다.
밤 열한 시에 합정동 사거리에서 보자. 오늘 말고 내일도 말고 29일 클럽데이에. 오늘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은 거절한 걸로 쳐줄게. 니 자존심 좀 세워주지 뭐.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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