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난다는 건, 그것도 그 시기에 가장 뜨거운 관심의 중심에 있는 스타를 만난다는 건 기자에게도 언제나 기대와 흥분을 일으키는 일이다. 의 기자들도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늘 “어때?” “최고야!” “생각보다 더 재밌는 사람이야”같은 말들을 주고 받으며 그 떨림을 되새김질 한다. 하지만, 의 기자들이 가장 떨리는 순간은 모두가 알고 있던 그 스타들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고유한 빛을 가진 사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그들이 미디어의 스타가 아니라 나와 대화하는 사람으로 다가온 그 때, 그리고 그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보여준 강렬한 인상들은 우리에게 No.1 인터뷰를 일이 아닌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기억으로 남겨 놓는다. 1년에 단 한 번, 의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들이 그 순간의 기억들을 공개한다.


신혜성과의 인터뷰가 수월했다면 그건 순전히 가수 신혜성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의 신보였던 < Keep Leaves >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타이틀이랑 앞 쪽 몇 곡만 신경 쓰고 뒤엔 아무 곡이나 받아서 녹음해 대충 깔면 앨범 만들기 편하거든요. 근데 그냥 그러기가 싫더라고요. 내 거니까.” 그것이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이든, 앨범 세대의 고집이든 그는 결코 ‘그냥’ 앨범을, 그것도 시간차를 두고 더블 앨범으로 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일단 만들기 시작해서 이렇게 가자고 했을 때는 최대한 잘 하자는” 방향으로 실행됐다. 자신의 이름값이 아닌 결과물에 집중할 때 뮤지션이든 배우든 진짜가 된다. 그래서 신혜성은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라는 배경에 잠식당하지 않는 진짜 가수다.


정일우를 실제로 만나면 새삼 느끼게 되는 세 가지,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좋고, 이목구비가 무척 곱다. 2007년 MBC 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당시의 수줍은 태도에 비해 훨씬 어른스럽고 여유로워졌지만 MBC 에서 황인뢰 감독의 혹독한 연기 트레이닝을 “그냥 받아들였죠”라는 한 마디로 정리한 그에게서는 타고나길 순한 성품과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성실함이 종종 드러났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표정을 보여줄 때 조금 더 편안해 보이던 정일우는 신인 시절 ‘내가 봐도 내가 좀 멋있을 때’가 언제냐는 물음에 골똘히 생각하다 “긴 대사를 NG 안 내고 한 번에 갔을 때요!”라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을 때처럼 에서 대선배 박근형과 맞붙는 신을 준비하던 과정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가슴 벅차했다. “앞으로 박 선생님과는 한 번만 더 찍으면 끝인데 저는 더 많이 붙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박 선생님과 연기하기 전에 너무 걱정이 돼서 이순재 선생님께 ‘선생님, 좀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배우고 갔거든요. 너무 많이 배워서 두 분께 정말 감사해요.” 아직 ‘완성형’이 아닌 젊은 배우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배우 황정민이 인터뷰 중 단 한 번 단정적으로 대답했던 것은 연기자의 길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을 때다. “무대에 대해, 저 무대 위에 선 사람은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이후 한 번도 허튼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 그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만약 인터뷰 내내 그가 목에 힘을 주거나 확언을 자주 했다면 그 말은 그저 연기파 배우의 인터뷰 모범 답안 정도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두 시간 동안 깨부수고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히고 “반응이 바로바로 온다면서요? 시청자들의 의견이 직접적이라는데 재밌을 거 같아요”라며 드라마 도전에 대해 설렌 표정으로 말하는 진솔한 타입의 사람이다. 그래서 단 한 번, 그의 단정화법에 담겨졌던 진정성에 대해 나는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도 여전히 연기라는 외줄 위에서 자신 만의 묘기를 보여줄 것이다.


“제 자서전이라도 쓰실 건가요?” 인터뷰 시간이 특별히 길었거나 질문이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던 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영화 의 그것처럼 자신의 답변 안에 새로운 궁금증의 단서를 제공하는 타입이었고, 그 단서를 쫓아 계속 질문을 이어가는 과정이 조금 집요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가령 연극영화과 진학이 연기가 아닌 연출 때문이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스스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게 보는 연출가적 시선으로 옮겨가고, 그 시선 안에서의 본인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배우가 나에겐 이 일이 맞고 이게 나에게 최고였다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나름의 관점을 드러내는 식이다. 김강우는 한 번에 카드를 다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꽁꽁 숨기지도 않는다. 그와의 대화가 흥미진진하다면 그것 때문일 것이다.


“아리가토우!” 기자회견장 앞에 길게 줄을 선 팬들을 발견 하자 츠마부키 사토시는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만났을 때, 일본어에 서툰 취재진 때문에 콘셉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츠마부키 사토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주었다. 눈빛과 웃음으로 마음을 전달하며 촬영을 끝낸 순간에도 “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는 스타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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