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산타보다 4대 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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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도쿄돔에서는 6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초대형 한류 이벤트인 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 이벤트는 이병헌, 장동건, 송승헌, 원빈이라는 네 명의 톱스타가 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고, 주최 측인 TBS에서도 줄기차게 홍보 영상을 방영해왔다. 물론 15800엔이라는 다소 비싼 입장료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되어 좌석을 추가로 만들 정도로 팬들의 기대도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뵨사마’ 이병헌과 전 여자친구의 소송문제가 보도되면서, 이병헌이 이번 행사에 불참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송 관련 보도 직후 한 방송국에서는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행인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평소 젠틀하고 단정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던 이병헌이었던 만큼 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대체로 ‘여자 친구가 아닌 극성 팬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닌가’ 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이병헌과 전 여자친구 간의 맞고소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이번 이벤트 자체보다는 이른바 ‘이병헌 스캔들’로 점차 관심의 초점이 옮겨졌다. 특히, 행사 당일 아침 후지 TV를 통해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 권 씨의 인터뷰가 전파를 탄 뒤, 현지 언론의 관심은 과연 이벤트에서 이병헌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에 쏠리는 분위기였다.

“15800엔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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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17일 행사는 낮 12시 반, 저녁 6시 반 두 차례에 걸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낮 공연은 일정상 예정보다 늦게 일본에 도착한 이병헌 때문에 30분 늦게 시작되었는데, 당일 오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이병헌의 모습과, 공항 앞에 장사진을 친 팬들의 모습은 오전부터 각종 와이드 쇼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의 하이라이트는 일찍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허진호 감독과 일본의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의 합작인 낭독극 . 은, 실명한 영화감독(이병헌), 파산한 사업가(장동건), 지명 수배중인 결혼 사기범(송승헌), 조직의 킬러(원빈)가 서울역에서 같은 열차를 기다리는데 열차의 출발이 2시간 늦어지면서 각자의 인생이 뒤틀어진다는 이야기로, 지난 11월 말 서울역에서 찍은 영상에 맞추어 대사를 연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이벤트만을 위해 만들어진 각본과 영상, 그리고 라이브 공연이라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특별한 작품이었고, 이벤트 무대 세트 자체도 서울역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벤트는 이 밖에도 토크와 네 사람의 개인기 등으로 꾸며졌고, 마지막에는 네 사람이 일본어로 이번 무대를 위해 만들어진 곡 ‘사랑은 여기에 있네’(愛はここにある)를 부르고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벤트 관련 소식을 전한 현지 언론은 역시 ‘원카드’ 이병헌에게 주목했다. 이병헌이 직접적으로 스캔들에 관련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최근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상황에 여러분을 뵙게 되었는데, 여러분과의 만남이 힘이 된다”고 한 발언을 일련의 사건에 대한 그의 우회적인 코멘트로서 해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병헌의 열렬한 팬이자 방송계의 소문난 ‘한국통’인 방송인 우츠미 미도리는 개인 블로그에 “처음엔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벤트에 다녀오니 15800엔이면 너무 싼 게 아닌가라고 여겨질 정도로 내용도 연출도 만족스러웠다”며 “서울역 세트를 보고 있으니 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라는 감상을 남겼다. 아침 방송의 한 패널은 최근 서울 3박 4일 여행이 1만 엔대에 가능하다며, 이번 이벤트로 인해 한국 여행 붐이 다시 일지 않을까라는 코멘트를 내놓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대규모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병헌, 장동건, 송승헌, 원빈의 일본 내 톱스타로서의 위상은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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