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유혹> vs <신동엽의 300>
vs <신동엽의 300>" /> 16회 SBS 저녁 8시 50분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지만 이야기는 점점 힘이 빠진다. 아란(이소연)과 재성(배수빈)의 결혼을 앞두고 재희(홍수현)가 아란의 잃어버린 동생 경란임이 드러나고, 신우섭(한진희) 집안의 재산이 아란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그저 관성으로 흘러간다. 주인공들은 쉽게 믿고 더 쉽게 의심하며, 재성이 아란의 사진 뒤에 숨겨 둔 재희의 사진처럼 조금만 들춰 봐도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한다. 복수의 명분이 흐려지는 대신 아란은 돈 많고 잘 생긴 남자와 결혼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자의 욕망을 드러낼 뿐이고 재성은 그저 “만신창이가 된 내 영혼을 달래주고 싶어. 내가 옳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라고 우기며 복수를 밀어붙인다. 두 사람의 복수 곱하기 복수가 얼마나 어설프게 이루어지는가를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에서 흥미로운 것은 각종 장르물에서 따온 듯한 소재들의 대담한 활용이다. 분노에 절규하다 쇼크에 이르러 황급히 약을 찾아 삼키는 재성의 모습은 에서 하이드의 광기를, 재희가 아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현우의 모형과 함께 아란의 앞을 지나는 장면은 셜록 홈즈의 밀랍 흉상 에피소드를, 아란이 확인하는 CCTV에 재성과 함께 등장한 현우가 사실은 ‘뜯어내는 마스크’를 쓴 고용인임을 보여주는 장면은 < V >를,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현우는 고뇌에 찬 히어로물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이토록 다양하고 혁신적인 소재와 설정이 자유자재로 쓰인 적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들이 너무 ‘싸게’ 그려진다는 점이지만.
글 최지은
<천사의 유혹> vs <신동엽의 300>
vs <신동엽의 300>" /> SBS 월 밤 10시 10분
의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과연 MBC 의 탓 때문 만일까. 지난 7일 은 ‘여성 특집’을 내걸고, 300명의 20~30대 여성들에게 “꽃미남이지만 스킨십은 꽝 VS 외모는 못 생겼지만 스킨십 잘하는 남자”, “많은 잠자리 VS 많은 월급” “속옷의 뽕, 넣고 다니면서 아닌 척 한다” 등을 질문했다. 은 케이블 TV에 준하는 꽤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승부수고, ‘여성’ 특집이라는 타이틀은 질문 내용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렸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의 질문들은 어쨌건 케이블 TV의 수준은 넘을 수 없고, 프로그램의 성패는 그 질문에서 얼마나 재밌는 토크를 끌어내느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 출연자들은 한 질문에 1~2명씩 나서 자신의 의견을 간단하게 말하는 것에 그쳤고, 그 대답의 내용 역시 “스킨십을 통해 사랑을 느낀다” 정도의 수위에 머물렀다. 자극적인 토크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평이한 토크를 김빠진 사이다 같은 분위기로 끌고 가는 게 문제다. 연예인이 출연하는 MBC 의 난장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출연자들이 적극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며 어느새 튀는 출연자의 캐릭터까지 생기는 스토리온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의 웃음이 대부분 게스트 이경실의 입담에서 나온 것은 이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게스트가 없으면 은 질문의 수위와는 어울리지 않게 KBS 같은 차분함이 흐른다. 신동엽은 출연자들의 발언을 재치 있게 요리해 웃음으로 끌어내는 감각을 보여주지만, 출연자들의 토크를 활발하게 이끄는 데는 실패한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디스 이즈 토크쇼!!!”라도 외쳐야할 신동엽의 ‘300’인데, 300명의 출연자는 유유히 한담을 즐기다 가는 것 같다. 제작진이든 MC든, 은 어떤 질문을 할지보다 어떻게 스튜디오를 뜨겁게 달굴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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