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순간의 모습은 영원하다. 그것은 첫인상이 불변의 위력을 가진다거나, 첫 만남이 이후의 모든 관계를 결정짓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맨 처음 상대방에 대해서 가졌던 느낌과 생각이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다음 만남으로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에 소멸되지 않는 법이다. 이천희를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그는 싱겁고 친근한 청년의 이미지다. 그러나 이전에 그를 화보와 패션쇼를 통해 본 적 있는 사람에게 그는 훤칠하고 분위기 있는 모델이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늑대의 유혹>, <뚝방전설>과 같은 영화에서 처음 발견한 이에게 그는 활기찬 배우로 기억될 것이다. <태풍태양>, <아름답다>, KBS2 <한성별곡>으로 이천희의 낯을 익혔다면, 더더욱 그는 ‘엉성하지 않은’ 기억을 남기는 배우가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의 출발에서부터 SBS <그대 웃어요>의 성준은 각각 익숙한, 색다른, 혹은 조금 더 디테일하고 편안한 연기를 선보이는 이천희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다.
그래서 이천희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의 ‘지금’보다는 ‘그 다음’을 생각하며 행보를 정하려 한다. “성준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초반에는 엉성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나오지만, 결국 성준은 반성하고 집안을 일으키게 될 인물이거든요. 처음에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가서 나중에는 달라진 면모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 변화의 과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그의 말은 이미지가 아닌 연기를 각인시켜야 하는 자신의 본업이 ‘배우’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장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언제, 어디에서 처음 만났건 결국은 ‘좋은 배우’로 마무리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이천희에게 무수한 그의 ‘첫 순간’을 함께 한 노래들을 물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이천희의 지금, 그리고 미래의 작은 조각들이기도 하다.
1. Ennio Morricone의
“어렸을 때 처음으로 부모님이랑 극장에서 본 영화가 바로 <시네마 천국>이었어요. 첫 영화가 영화에 대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니, 뭔가 운명적인 시작 같지 않나요?” 여전히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필생의 역작 <시네마 천국>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역량 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시네마 천국>이 세기의 영화로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시네마 천국>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두 거장은 <언노운 우먼>을 통해 환상을 호흡을 다시금 확인한 바 있다. 이천희가 이 영화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지점 역시, 잊을 수 없는 영화의 테마 ‘Cinema Paradiso’다. “O.S.T만 흘러나와도 그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를 정도죠. 정말 강력한 음악입니다. 마치 심장이 기억하고 있는 선율 같아요.”
2. New Kids On The Block의
1992년 내한 공연을 가진 뉴키즈온더블록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위력적인 팝스타였다. 해외 문화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Step By Step’의 주요 선율만큼은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그들의 음악은 당시 십대 소년이었던 이천희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처음으로 외국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많은 자극을 받았는데, 음악뿐 아니라 패션이나 감각 같은 것들에 대해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이천희가 줄곧 팝 음악을 끼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계속 들었죠. 특히 <발해를 꿈꾸며>앨범은 테이프를 계속 돌려가며 들었는데,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곡은 ‘널 지우려해’였어요.”
3. 김건모의 <잘 될꺼야>
“얼마 전에 이 노래를 다시 들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이천희가 특유의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추천한 세 번째 곡은 김건모의 발라드 ‘아름다운 이별’이다. 메가 히트를 기록한 3집에 수록되었으며, 김건모는 최근 발표한 앨범을 통해 이 노래의 리마스터링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그때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돌이켜 보면 그게 첫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풋풋한 감정이 되살아나요. 하하하. 사랑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건 중학생 시절부터인데, 그땐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들으면서 심각하게 인생과 사랑에 대해 생각을 했었죠. 90년대 최고의 가수들과 사춘기를 보낸 셈이죠.”
4. Daft Punk의
지금보다 젊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클럽에서 밤을 보내고는 했었노라고 이천희는 솔직하게 지난날을 고백했다. 방송에서 MC몽이 금요일 밤이면 홍대에서 그를 찾으라고 짓궂은 폭로를 하는 바람에 최근에는 뜸해졌지만, 여전히 그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프랑스의 일렉트릭 듀오 다프트 펑크다. “저를 홍대로 인도한 음악이나 다름없어요. 특히 ‘One More Time’은 듣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신나고 제일 흥겨운 음악이라고 자부합니다.” 공연에서 항상 헬멧을 쓰고 다니는 토마스 방갈테르와 기 마뉘엘 드 오맹 크리스토, 두 사람으로 구성된 다프트 펑크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뮤직비디오에 반영하는 등 음악 안팎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물을 창조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올해 드디어 그래미를 수상하며 일렉트릭, 하우스 신의 강자로서 입지를 확인했다.
5. Josh Groban의
“첫 드라마의 삽입곡이었어요. 정말로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일들이 다 떠올라요. 드라마의 내용,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심지어 신들이 자세하게 다 생각날 정도거든요.” 마지막 곡을 소개하며 이천희는 잠시 추억에 젖었다. 그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던 MBC <베스트 극장 – 내 인생의 네비게이터>는 똑같은 생일과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이미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었던 김인영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단막극이다. “그 당시 감독님이 지금 <그대 웃어요>를 연출하는 이태곤 감독님이셨어요. 제 원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분인데, 그래서 저를 성준으로 캐스팅 해 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하하하.” ‘You Raise Me Up’의 가사처럼, 신인 시절의 열정과 경험이 지금의 그를 성장시킨 것이리라.
‘인상’만으로 다시 이천희와 만난 첫 순간을 떠올리자면, god의 ‘보통날’ 뮤직 비디오 속의 말쑥한 회사원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후로 몇 년간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 온 그는 지극히 평범한 그 남자의 얼굴에서 훌쩍 멀어져 버렸지만, 그것은 그가 무언가 놓쳐버렸기 때문에 생겨난 변화가 아니다. 블록버스터와 작은 영화, 예능과 드라마를 섭렵하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채워 넣으며 어느 하루도 보통의 날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제 수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가 만들어 나갈 필모그래피는 그의 첫인상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흥미로운 궤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끝에서 세상이 처음 만나는 배우 이천희가 완성되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그래서 이천희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의 ‘지금’보다는 ‘그 다음’을 생각하며 행보를 정하려 한다. “성준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초반에는 엉성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나오지만, 결국 성준은 반성하고 집안을 일으키게 될 인물이거든요. 처음에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가서 나중에는 달라진 면모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 변화의 과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그의 말은 이미지가 아닌 연기를 각인시켜야 하는 자신의 본업이 ‘배우’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장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언제, 어디에서 처음 만났건 결국은 ‘좋은 배우’로 마무리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이천희에게 무수한 그의 ‘첫 순간’을 함께 한 노래들을 물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이천희의 지금, 그리고 미래의 작은 조각들이기도 하다.
1. Ennio Morricone의
“어렸을 때 처음으로 부모님이랑 극장에서 본 영화가 바로 <시네마 천국>이었어요. 첫 영화가 영화에 대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니, 뭔가 운명적인 시작 같지 않나요?” 여전히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필생의 역작 <시네마 천국>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역량 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시네마 천국>이 세기의 영화로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시네마 천국>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두 거장은 <언노운 우먼>을 통해 환상을 호흡을 다시금 확인한 바 있다. 이천희가 이 영화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지점 역시, 잊을 수 없는 영화의 테마 ‘Cinema Paradiso’다. “O.S.T만 흘러나와도 그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를 정도죠. 정말 강력한 음악입니다. 마치 심장이 기억하고 있는 선율 같아요.”
2. New Kids On The Block의
1992년 내한 공연을 가진 뉴키즈온더블록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위력적인 팝스타였다. 해외 문화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Step By Step’의 주요 선율만큼은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그들의 음악은 당시 십대 소년이었던 이천희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처음으로 외국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많은 자극을 받았는데, 음악뿐 아니라 패션이나 감각 같은 것들에 대해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이천희가 줄곧 팝 음악을 끼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계속 들었죠. 특히 <발해를 꿈꾸며>앨범은 테이프를 계속 돌려가며 들었는데,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곡은 ‘널 지우려해’였어요.”
3. 김건모의 <잘 될꺼야>
“얼마 전에 이 노래를 다시 들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이천희가 특유의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추천한 세 번째 곡은 김건모의 발라드 ‘아름다운 이별’이다. 메가 히트를 기록한 3집에 수록되었으며, 김건모는 최근 발표한 앨범을 통해 이 노래의 리마스터링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그때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돌이켜 보면 그게 첫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풋풋한 감정이 되살아나요. 하하하. 사랑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건 중학생 시절부터인데, 그땐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들으면서 심각하게 인생과 사랑에 대해 생각을 했었죠. 90년대 최고의 가수들과 사춘기를 보낸 셈이죠.”
4. Daft Punk의
지금보다 젊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클럽에서 밤을 보내고는 했었노라고 이천희는 솔직하게 지난날을 고백했다. 방송에서 MC몽이 금요일 밤이면 홍대에서 그를 찾으라고 짓궂은 폭로를 하는 바람에 최근에는 뜸해졌지만, 여전히 그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프랑스의 일렉트릭 듀오 다프트 펑크다. “저를 홍대로 인도한 음악이나 다름없어요. 특히 ‘One More Time’은 듣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신나고 제일 흥겨운 음악이라고 자부합니다.” 공연에서 항상 헬멧을 쓰고 다니는 토마스 방갈테르와 기 마뉘엘 드 오맹 크리스토, 두 사람으로 구성된 다프트 펑크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뮤직비디오에 반영하는 등 음악 안팎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물을 창조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올해 드디어 그래미를 수상하며 일렉트릭, 하우스 신의 강자로서 입지를 확인했다.
5. Josh Groban의
“첫 드라마의 삽입곡이었어요. 정말로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일들이 다 떠올라요. 드라마의 내용,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심지어 신들이 자세하게 다 생각날 정도거든요.” 마지막 곡을 소개하며 이천희는 잠시 추억에 젖었다. 그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던 MBC <베스트 극장 – 내 인생의 네비게이터>는 똑같은 생일과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이미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었던 김인영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단막극이다. “그 당시 감독님이 지금 <그대 웃어요>를 연출하는 이태곤 감독님이셨어요. 제 원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분인데, 그래서 저를 성준으로 캐스팅 해 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하하하.” ‘You Raise Me Up’의 가사처럼, 신인 시절의 열정과 경험이 지금의 그를 성장시킨 것이리라.
‘인상’만으로 다시 이천희와 만난 첫 순간을 떠올리자면, god의 ‘보통날’ 뮤직 비디오 속의 말쑥한 회사원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후로 몇 년간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 온 그는 지극히 평범한 그 남자의 얼굴에서 훌쩍 멀어져 버렸지만, 그것은 그가 무언가 놓쳐버렸기 때문에 생겨난 변화가 아니다. 블록버스터와 작은 영화, 예능과 드라마를 섭렵하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채워 넣으며 어느 하루도 보통의 날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제 수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가 만들어 나갈 필모그래피는 그의 첫인상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흥미로운 궤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끝에서 세상이 처음 만나는 배우 이천희가 완성되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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