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MBC 목 밤 11시 5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이미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가, <100분 토론>이라는 브랜드와 동일시되었던 손석희가 어제 방송을 마지막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사회자의 능력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100분 토론>의 순기능이 이대로 무너질 것처럼 구는 건 설레발이겠지만 과연 손석희 정도의 탁월한 진행자를 공영 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방송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물러남이 아닌, 그의 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배우 박중훈의 지적대로 정말 오랫동안 그의 활짝 웃는 얼굴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용산 참사나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민감한 현안에서 벗어나 토론 문화 자체에 대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고, 심지어 동안의 비결에 대해 묻는 유머러스한 연출 덕이 컸겠지만 어제 방송에서 우리는 그가 8년 동안 토론프로그램 사회자의 입장 때문에 억제했던 감정의 표현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신뢰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신념과 취향과 감정을 가진 한 사람에게 초인적인 공정성을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간혹 그는 진보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자본과 권력 앞에서 공론장을 지켜야 할 당위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좀 더 신랄하게 공론 영역을 침해하는 권력에 날 선 칼을 대지 않은 것은 혹 <100분 토론> 진행자라는 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를 떠나보내는 건 마냥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를 놓아줘야 할 것이다. 그를 현역에서 떠나보내자는 말이 아니다. 공평무사라는 칼집에 숨겨져 있던 그의 명민한 비판력이 시퍼런 날을 드러내길 바라자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온 노회찬은 방송 말미에 손석희를 <100분 토론>의 토론자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이제 그 모습을 보고 싶다.
글 위근우
<지붕 뚫고 하이킥> MBC 월-금 오후 7시 45분
이번에는 준혁(윤시윤)이다. 이틀 전 지훈(최다니엘)을 보며 사랑니를 빼는 찌릿한 아픔 같은 감정을 느꼈던 세경(신세경)처럼, 준혁은 세경의 작은 행동에도 얼굴을 붉힌다. 지금까지 대신 쓰레기를 치워주고, 아무도 모르게 문제집을 주고,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법을 가르쳐 주며 지훈과는 다른 방법으로 세경에게 힘이 되어주던 준혁은, 이제 세경이의 과외선생님까지 되기로 한다.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늘 시간을 때우던 과외 시간에 필기까지 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마다하고 일찍 집으로 향하는 준혁의 얼굴에는 이틀 전 지훈을 만나러 가던 세경의 얼굴에 스며들어 있던 그 설렘이 가득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궁극적으로 세경과 신애 자매의 성장담이라면, 지금 세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멜로 구도는 세경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동력이 될 것이다.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들의 감정은 어느 날 사고처럼 쿵 하고 와서 부딪혀 만들어지기 보다는 매일의 삶에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고, 주중 매일 방영하는 일일시트콤은 어쩌면 드라마보다 오히려 더 이런 생생한 감정의 성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르인 것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두 에피소드 모두 무능하고 코믹한 보석(정보석)의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한다. 이틀 전에는 매니큐어를 바른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섹스&시티>를 패러디했던 보석은, 이번에는 실수로 기부하게 된 돈을 갚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고 일을 하러 멀리 떠난다. 에피소드의 배치를 의도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원래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며 ‘보사마’이며 ‘주얼리 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시킨 보석의 에피소드는 긴 호흡의 로맨스 속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이 시추에이션 ‘코미디’라는 본연의 장르를 잊지 않고 한 회의 분량을 모자르거나 넘치지 않게 채우도록 돕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어쩌면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넘어선 시트콤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는 점에서 가장 그렇다.
글 윤이나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이미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가, <100분 토론>이라는 브랜드와 동일시되었던 손석희가 어제 방송을 마지막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사회자의 능력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100분 토론>의 순기능이 이대로 무너질 것처럼 구는 건 설레발이겠지만 과연 손석희 정도의 탁월한 진행자를 공영 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방송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물러남이 아닌, 그의 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배우 박중훈의 지적대로 정말 오랫동안 그의 활짝 웃는 얼굴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용산 참사나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민감한 현안에서 벗어나 토론 문화 자체에 대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고, 심지어 동안의 비결에 대해 묻는 유머러스한 연출 덕이 컸겠지만 어제 방송에서 우리는 그가 8년 동안 토론프로그램 사회자의 입장 때문에 억제했던 감정의 표현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신뢰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신념과 취향과 감정을 가진 한 사람에게 초인적인 공정성을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간혹 그는 진보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자본과 권력 앞에서 공론장을 지켜야 할 당위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좀 더 신랄하게 공론 영역을 침해하는 권력에 날 선 칼을 대지 않은 것은 혹 <100분 토론> 진행자라는 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를 떠나보내는 건 마냥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를 놓아줘야 할 것이다. 그를 현역에서 떠나보내자는 말이 아니다. 공평무사라는 칼집에 숨겨져 있던 그의 명민한 비판력이 시퍼런 날을 드러내길 바라자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온 노회찬은 방송 말미에 손석희를 <100분 토론>의 토론자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이제 그 모습을 보고 싶다.
글 위근우
<지붕 뚫고 하이킥> MBC 월-금 오후 7시 45분
이번에는 준혁(윤시윤)이다. 이틀 전 지훈(최다니엘)을 보며 사랑니를 빼는 찌릿한 아픔 같은 감정을 느꼈던 세경(신세경)처럼, 준혁은 세경의 작은 행동에도 얼굴을 붉힌다. 지금까지 대신 쓰레기를 치워주고, 아무도 모르게 문제집을 주고,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법을 가르쳐 주며 지훈과는 다른 방법으로 세경에게 힘이 되어주던 준혁은, 이제 세경이의 과외선생님까지 되기로 한다.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늘 시간을 때우던 과외 시간에 필기까지 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마다하고 일찍 집으로 향하는 준혁의 얼굴에는 이틀 전 지훈을 만나러 가던 세경의 얼굴에 스며들어 있던 그 설렘이 가득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궁극적으로 세경과 신애 자매의 성장담이라면, 지금 세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멜로 구도는 세경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동력이 될 것이다.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들의 감정은 어느 날 사고처럼 쿵 하고 와서 부딪혀 만들어지기 보다는 매일의 삶에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고, 주중 매일 방영하는 일일시트콤은 어쩌면 드라마보다 오히려 더 이런 생생한 감정의 성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르인 것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두 에피소드 모두 무능하고 코믹한 보석(정보석)의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한다. 이틀 전에는 매니큐어를 바른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섹스&시티>를 패러디했던 보석은, 이번에는 실수로 기부하게 된 돈을 갚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고 일을 하러 멀리 떠난다. 에피소드의 배치를 의도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원래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며 ‘보사마’이며 ‘주얼리 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시킨 보석의 에피소드는 긴 호흡의 로맨스 속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이 시추에이션 ‘코미디’라는 본연의 장르를 잊지 않고 한 회의 분량을 모자르거나 넘치지 않게 채우도록 돕는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어쩌면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넘어선 시트콤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는 점에서 가장 그렇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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