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 가장 ‘제철(旬, 슌)’을 맞이하고 있는 배우 오구리 슌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그의 감독 데뷔작 제목은 <슈얼리 섬데이>(Surely Someday)로, 오구리 자신의 고교 시절 경험을 토대로 구성한 청춘 영화다. 밴드를 결성해 ‘슈얼리 섬데이’라는 노래로 학교 축제 무대에 오르려던 5명의 평범한 고교생이 우연한 폭발 사고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학교를 중퇴한 뒤 인생이 완전히 뒤틀려버린 그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인생 최대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오구리 슌이 구상한 플롯을 토대로 각본가 무토 쇼고가 각본을 썼고, 영화 <싸이보그 그녀>, <크로우즈 ZERO>의 제작자인 야마모토 마타이치로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 <슈얼리 섬데이>가 탄생하기까지는 구상으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구리 슌이 그 동안 <꽃보다 남자> 시리즈, <크로우즈 ZERO> 시리즈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쫓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틈나는 대로 영화의 장면과 컷 분할, 캐스팅 등을 줄곧 구상해왔다고 한다.

아베 츠요시, 츠마부키 사토시 등 감독만큼 호화로운 톱스타 캐스팅

오구리 슌의 머릿속에 있는 캐릭터의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찾아내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출연진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트다. 주연은 코이데 케이스케로, 2007년 오구리 슌과 영화 <키사라기>에 함께 출연했으며 사적으로도 친밀한 사이다. 그는 영화 <싸이보그 그녀>,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등의 주연으로 한국 팬에게도 얼굴이 알려져 있다. 그와 더불어 <꽃보다 남자>의 ‘아키라(한국판 송우빈)’를 연기했던 아베 츠요시, 오구리 슌과 공연한 경험이 많은 카지치 료 등 주목 받는 청춘스타들과 오구리가 아역 시절부터 인연이 깊었던 다케나카 나오토 및 NHK 대하 드라마 <천지인>에서 함께 출연했던 츠마부키 사토시 등의 톱스타가 총출동했다. 제작 관계자의 표현을 빌자면 “모두들 오구리 슌의 감독 데뷔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였다. 오구리 슌 감독이 아니면 실현될 수 없었던 라인업”이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는 사상 최연소 데뷔를 앞둔 오구리 슌은 이미 작년 말 영화 <크로우즈 ZERO 2>의 극장 CF로 ‘깜짝 감독 데뷔’를 마친 바 있다. <착신아리> <쓰리, 몬스터>의 미이케 다카시가 감독한 <크로우즈 ZERO> 시리즈는 2007년 10월 1편이 개봉 된 뒤 관객 동원수 190만 명, 흥행 수입 25억 엔을 기록한 초대형 히트작이다. 그 속편격인 <크로우즈 제로 2>는 올해 4월 개봉됐는데, 개봉 5개월 전인 작년 12월 하순부터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된 극장 매너 CF를 극중 주연을 맡았던 오구리 슌이 연출한 것이다. 영화관의 객석에 몰려 앉은 극중 주연들이 팝콘을 다른 사람들에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준 뒤 ‘관객 매너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머러스한 짧은 영상물이지만, 촬영에서 편집, 더빙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오구리 슌이 도맡아 진행했다. 팬들도 이 깜짝 이벤트에 즐거워했으며 출연진도 애드립을 연발하며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오구리 슌 감독이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2008년 말 제작에 착수한 <슈얼리 섬데이>는 올해 8월 촬영을 마친 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현재 편집 작업이 한창이다. 주연 코이데 케이스케는 최근 인터뷰에서 “각본보다 더 힘들게 질주하고 애쓴 작품이다”고 촬영 후 소감을 밝혔고, 오구리 슌 역시 “잊을 수 없는 여름을 보냈다”고 했다. 제작 발표 이래 계속 화제를 모아온 오구리 슌의 첫 감독 데뷔작 <슈얼리 섬데이>가 내년 여름 팬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여름’을 선사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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