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무심코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 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존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한국보다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이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일본의 기타가와 에리코 작가는 그래서 천국으로 편지를 배달하는 남자를 탄생시켰다. 한국 감독과 일본 작가, 그리고 한류스타들이 만나 탄생시킨 텔레시네마 프로젝트의 두 번째 영화 <천국의 우편배달부>(극본 기타가와 에리코, 연출 이형민, 제작 삼화 네트웍스)가 9일 오후 왕십리 CGV에서 공개되었다. 시사회에는 이형민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웅재중, 한효주가 참석했다.

부모, 연인, 자식 등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지상에 남은 사람들이 천국에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달해주는 우편배달부 재준(영웅재중)은 죽은 연인에 대한 마음의 상처로 원망의 편지를 부치러 온 여자 하나(한효주)를 만나게 된다. 재준은 하나에게 천국으로부터의 답장을 전하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둘은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가며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지상의 사람과 천국의 우편배달부에게 영원한 시간이 약속될 수는 없는 것,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재준은 하나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둘은 마지막으로 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오랫동안 괴로워하던 찻집 주인(김창완)에게 답장을 전하러 간다.

‘예쁜’ 이야기가 ‘예쁜’ 화면에 ‘예쁜’ 배우들로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동화적이면서 순정만화적인 판타지다. 지상의 사람들과 천국의 영혼들을 이어주는 우편배달부라는 설정은 낯선 동시에 유치해 보일 수 있으며 아이돌 가수 출신 영웅재중이 천사인지 유령인지 모호한 ‘재준’ 역으로 연기에 도전한다는 것 역시 불안요소였다. 그러나 <롱 베케이션>, <뷰티풀 라이프>,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러브 스토리의 신’이라 불리며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기타가와 에리코 작가는 허공에 붕 뜰 수 있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여러 등장인물의 감정 선을 섬세하게 살려내며 이야기를 이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눈의 여왕>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이형민 감독 역시 장기를 발휘해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한효주는 SBS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과 비슷하게 무턱대고 밝으면서도 당찬 캐릭터를 보여주고, 불필요한 힘이 별로 들어가지 않은 영웅재중의 연기 역시 기대보다 좋은 편이다. 죽은 동생을 위해 마법 천자문 카드를 넣어 보내는 어린 누나나 죽은 아이를 위해 도시락을 싸다 놓는 엄마의 사연 등도 뻔해 보이지만 직접적으로 마음을 움직여,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순간쯤 눈물짓지 않을 수 없다.

총 8편으로 이루어진 텔레시네마 프로젝트 가운데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지난 5일 개봉한 <내 눈에 콩깍지>에 이어 11일 개봉한다. 탑과 승리 주연의 <19-Nineteen> 역시 같은 날 개봉하며 김하늘과 지진희 주연의 <파라다이스>, 신성우와 예지원 주연의 <결혼식 후에> 등도 순차적으로 개봉 예정이다. 국내 상영이 끝난 텔레시네마들은 내년 1월 일본에서 개봉 후, 5월부터는 아사히 TV <명화극장>을 통해 방영된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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