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렇게 예쁘고 고운 여배우가 그동안 맡아 왔던 역할들이 언제나 무난하고 편안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과 <므이> 같은 공포영화 속 인물들은 물론, SBS 사극 <토지>의 야심 때문에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되는 귀녀나 유부남인 교수님을 향한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는 SBS <첫사랑>의 희수는 쉽게 받아들이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들을 가진 캐릭터들이었다. 게다가 영화 <킹콩을 들다>의 영자는 역도를 하는 시골 여자 중학생으로, 스크린 속의 조안은 오직 역할을 위해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던진 것 같은 그 순간에도 그녀는 자신이 믿는 바를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영자는 덩치가 커서 놀림 받는 인물이지만, 여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 해요. 그게 모든 여성들의 마음이고 그런 심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변신은 하되, 흔들리지 않는 배우 조안에게 그녀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듣는 음악들’을 추천받았다. 볼수록 알게 되는 그녀의 매력처럼, 들을수록 좋아지는 음악들이다.
배우이기 때문일까. 조안은 노래를 그저 선율과 리듬으로 느끼기보다는 그 노래가 전하는 분위기와 장면들에 더욱 강하게 끌린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하는 모든 이상이 다 들어있는” 영화로 손꼽는 <노팅힐>의 삽입곡인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는 특히나 계속해서 듣게 되는 곡이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헐리웃 스타지만, 스타가 아닌 나 자신으로 봐 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함께 있을 때 평온함을 느끼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아름답게 와 닿았어요. 특히나 공원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마지막 장면은 제 인생의 로망이나 다름없거든요.” 과거 과격한 펑크록으로 영국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던 엘비스 코스텔로는 샹송가수 샤를르 아즈나브르의 ‘She’를 리메이크 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인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에게 가장 힘을 주는 노래가 되었어요”라며 소중한 추억처럼 신형원의 국민 노래 ‘개똥벌레’를 추천한 조안을 새삼 엉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방송에 출연해 이 곡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밝힌 바 있는 그녀는 ‘개똥벌레’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고 진심을 전했다. 1987년 발표한 신형원의 2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당시
그렇다면 분위기와 가사를 떠나 조안에게 있어서 가장 질리지 않는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그녀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다크 초콜릿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한 존 레전드야말로 영혼을 울리는 소울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장 뛰어난 동시에 가장 듣기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조안은 전했다. “목소리가 깊이 있으면서도 정말 달콤해요. 그래서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혹은 특별한 리스트로 포장하고 싶다면 이제 라디오 헤드의 ‘Creep’은 다소 지루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음악 마니아들은 라디오 헤드를 식상해하고, 라디오 헤드의 마니아들은 ‘Creep’을 밴드의 성취와 무관한 우연한 히트 넘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진짜의 마음만을 말하고 싶은 조안에게 이 노래가 주는 감상들은 어느 누구의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가득하다. “너무 좋아해서 이 곡이 시작되는 부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제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절절하면서도 가장 낭만적인 노래인 것 같아요. ‘But I `m a creep’이라는 부분은 곡 자체도 갑자기 고조되는 부분이지만, 가사를 생각해 봐도 울컥하게 되는 무엇이 있어요. 노래의 주인공이 느끼는 생각들이 마음에 콱 박히는 것 같달까요.”
지속되는 관계가 반드시 강렬한 첫인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Put your records on’의 평온한 분위기에 반해서 앨범을 구입해 한동안 끼고 살다시피 했다는 코린 베일리 래의 데뷔 앨범
“편안한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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