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가리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 한다. 만약 버라이어티에 출연해 “혼잣말을 즐겨 한다”거나 “선물 받은 인형을 진짜 아기처럼 소중히 기르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조안을 그저 ‘4차원’의 사람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건 성급한 판단이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는 말에 “좋은 연기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균형을 찾아나가려고 해요”라고 인생의 지향을 밝히는 조안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솔직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발상 때문에 종종 엉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결코 숨기거나 꾸미지 않으려고 하는 그녀의 원칙은 사랑에 있어서도 여지없다. 그래서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완전히 솔직하기는 어렵잖아요. 적어도 사랑에 관해서만은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과 사랑,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모두 담백하고 조화로운 인생을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은 평범하지 않은 대신, 진지함과 순수함으로 빛난다.

그러나 이렇게 예쁘고 고운 여배우가 그동안 맡아 왔던 역할들이 언제나 무난하고 편안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과 <므이> 같은 공포영화 속 인물들은 물론, SBS 사극 <토지>의 야심 때문에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되는 귀녀나 유부남인 교수님을 향한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는 SBS <첫사랑>의 희수는 쉽게 받아들이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들을 가진 캐릭터들이었다. 게다가 영화 <킹콩을 들다>의 영자는 역도를 하는 시골 여자 중학생으로, 스크린 속의 조안은 오직 역할을 위해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던진 것 같은 그 순간에도 그녀는 자신이 믿는 바를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영자는 덩치가 커서 놀림 받는 인물이지만, 여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 해요. 그게 모든 여성들의 마음이고 그런 심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변신은 하되, 흔들리지 않는 배우 조안에게 그녀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듣는 음악들’을 추천받았다. 볼수록 알게 되는 그녀의 매력처럼, 들을수록 좋아지는 음악들이다.




1.
배우이기 때문일까. 조안은 노래를 그저 선율과 리듬으로 느끼기보다는 그 노래가 전하는 분위기와 장면들에 더욱 강하게 끌린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하는 모든 이상이 다 들어있는” 영화로 손꼽는 <노팅힐>의 삽입곡인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는 특히나 계속해서 듣게 되는 곡이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헐리웃 스타지만, 스타가 아닌 나 자신으로 봐 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함께 있을 때 평온함을 느끼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아름답게 와 닿았어요. 특히나 공원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마지막 장면은 제 인생의 로망이나 다름없거든요.” 과거 과격한 펑크록으로 영국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던 엘비스 코스텔로는 샹송가수 샤를르 아즈나브르의 ‘She’를 리메이크 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2. 신형원의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인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에게 가장 힘을 주는 노래가 되었어요”라며 소중한 추억처럼 신형원의 국민 노래 ‘개똥벌레’를 추천한 조안을 새삼 엉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방송에 출연해 이 곡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밝힌 바 있는 그녀는 ‘개똥벌레’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고 진심을 전했다. 1987년 발표한 신형원의 2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당시 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응원가로도 응용될 만큼 널리 알려진 곡이지만 태생적인 고독과 소통에의 희망을 우화적으로 그린 가사는 곱씹어 볼수록 슬프게 느껴진다. “물론 신형원 씨가 부른 노래가 가장 좋지만, 누가 부르든, 어디에서 듣게 되든, 일단 멈칫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행복을 소망하는 주문 같은 노래거든요.”




3. John Legend의
그렇다면 분위기와 가사를 떠나 조안에게 있어서 가장 질리지 않는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그녀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다크 초콜릿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한 존 레전드야말로 영혼을 울리는 소울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장 뛰어난 동시에 가장 듣기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조안은 전했다. “목소리가 깊이 있으면서도 정말 달콤해요. 그래서 같은 경우는 앨범 전체를 계속 들었는데, 같은 목소리가 몇 십분 동안 계속 흘러나와도 지겹지가 않더라구요. ‘Save Room’의 전주가 나오면 그 순간 표정이 활짝 펴지게 되기도 하고, 특히 ‘P.D.A’는 편안하게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돌발적으로 등장하는 음을 귀신같이 매끄럽게 불러내는 존 레전드의 기교와 노래 자체의 세련된 무드가 너무 좋아요.”




4. Radiohead의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혹은 특별한 리스트로 포장하고 싶다면 이제 라디오 헤드의 ‘Creep’은 다소 지루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음악 마니아들은 라디오 헤드를 식상해하고, 라디오 헤드의 마니아들은 ‘Creep’을 밴드의 성취와 무관한 우연한 히트 넘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진짜의 마음만을 말하고 싶은 조안에게 이 노래가 주는 감상들은 어느 누구의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가득하다. “너무 좋아해서 이 곡이 시작되는 부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제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절절하면서도 가장 낭만적인 노래인 것 같아요. ‘But I `m a creep’이라는 부분은 곡 자체도 갑자기 고조되는 부분이지만, 가사를 생각해 봐도 울컥하게 되는 무엇이 있어요. 노래의 주인공이 느끼는 생각들이 마음에 콱 박히는 것 같달까요.”



5. Corinne Bailey Rae의
지속되는 관계가 반드시 강렬한 첫인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Put your records on’의 평온한 분위기에 반해서 앨범을 구입해 한동안 끼고 살다시피 했다는 코린 베일리 래의 데뷔 앨범 를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조안은 우연히 만난 이 음악을 통해 ‘위안’이라는 큰 선물을 얻었다고 한다. “앨범 전체가 나른하면서도 평화로운 음악들로 가득해요. 연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쌓이고,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되잖아요. 그럴 때 이 음악을 꼭 들었어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도 역시 마음의 평온을 위해 들었구요.” 요란하게 출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로 조용해 성장해 온 배우 조안을 보는 팬들의 마음이 꼭 이와 같지 않을까.



“편안한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안│가장 많이 반복해서 듣는 음악들
최근 조안은 KBS 일일드라마 <다함께 차차차>에서 밝고 당당하지만 조금은 이기적인 강나윤을 연기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극 속에서 그녀 특유의 극적인 감정 표현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제가 1982년생이에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죠. 하하하. 배우라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편안한 역할도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연기의 목표를 정확히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작품이 끝난 후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성취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헬로우 마이러브> 속의 조안은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보통여자로서 충분히 사랑스러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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