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과 4살인 제 아들들이 마이클 잭슨에 미쳐있습니다. (중략)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대가 또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다시금 그를 태어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이 지금 어디 있든 간에, 그가 이걸 보고 웃기를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인간일지언정 왕이었습니다. 왕이여 영원하라.” 지난 9월 13일, MTV 뮤직 비디오 시상식. 마돈나는 마이클 잭슨의 추도사를 읽으며 그를 영원한 팝의 제왕으로 추대했다. 마이클 잭슨의 사후 3개월 동안, 아동 성추행자, 잭코(‘이상한 사람’을 뜻하는 ‘wacko’와 ‘jackson’의 합성어), 성형중독자는 그렇게 ‘King of Pop’으로 복권됐다. 마이클 잭슨의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는 고백과 그의 하얀 피부가 백반증에 의한 것이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죽음과 함께 소문은 사라지고 무대가 남았다

팝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가 죽음 뒤에야 명예 회복의 기회를 얻은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그렇게 외면당하고, 버림받았기 때문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사망 후 몇 개월 동안, 마이클 잭슨에 대한 추모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이클 잭슨이 방문한 적 없는 나라에서도 그에게 추모의 꽃을 바치고, 마이클 잭슨이 ‘Billie jean’의 문워크를 선보였을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룹 2NE1의 CL도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리고 영화 <디스 이즈 잇>은 개봉 첫 주에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세상을 떠난 팝스타에 대해 추모의 열기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에 대한 그리움과 발견은 단순한 추모라기보다는 오히려 재발견처럼 보인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선 이후, 마이클 잭슨은 타블로이드 언론에 의해 자신의 업적을 빼앗겼다. 그는 더 이상 로 팝의 신기원을 이룩한 위대한 뮤지션이 아니라 기괴한 생활을 하는 괴물이 되었다. 문워크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Smooth criminal’에서 중력을 거스른 채 몸을 기울였던 무대 위의 황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마이클 잭슨의 신화는 인간 마이클 잭슨의 개인사와 완전히 분리됐고, 박제처럼 굳어졌다.

비극적인 아이러니지만, 그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을 현재 시점의 일로 되돌려 놓았다. 마돈나의 두 아들들처럼, 마이클 잭슨의 환상적인 음악과 무대는 지금도 인터넷으로, 음반과 DVD로 세계 어딘가에서 반복된다. 발표 25주년 기념으로 리마스터링된 의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혁신적이고, 투어 당시 보여준 마이클 잭슨의 블록버스터 공연은 지금도 그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다. 마돈나는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재기가 넘친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이 ‘Billie Jean’을 처음 보여줬을 때의 충격은 우리 시대에 다시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과 함께 소문은 사라졌다. 그리고 무대가 남았다. 대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을 잊고, 그의 무대가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왕의 지배를 받길 원한다

그래서 이 마이클 잭슨의 유작이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물론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이 공연을 앞두고 사망하자 공연 제작자들이 내놓은 상업적인 기획이다. <디스 이즈 잇>에는 마이클 잭슨의 개인적인 인터뷰도, 그의 사생활도 볼 수 없다. 관객은 두 시간여 동안 오직 공연을 준비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This is it’, 이것이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이제는 그 자체가 ‘It’이 된 남자. 그리고 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무대 위에서의 마이클 잭슨. 리허설의 진행에 따라 우리는 타블로이드 언론이 아닌 마이클 잭슨이 무대 위에서 직접 보여주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 콘서트를 위해 리허설에서는 체력을 아낀다고는 하지만, 그의 춤은 여전히 우아하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미성이었다. 그 사이 제작진과 마찰이 있을 때면 먼저 “화내는 건 아냐”라고 말한 뒤 자신의 의견을 건네고, 건반의 터치 하나도 세션과 일일이 상의하며 결론을 끌어내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지나간다. 그가 정말 착한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타블로이드가 묘사한대로 이상한 취향의 괴물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의 마이클 잭슨은 죽음 직전까지 위대했다. ‘Bille jean’이 발표됐을 무렵 갓난아기였을 그의 댄서들이 마이클 잭슨의 무대를 구경하며 환호를 보낼 만큼.

그래서 마이클 잭슨의 시대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 1980년대의 마이클 잭슨은 열광의 대상이었고,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마이클 잭슨은 뮤지션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팝의 아이콘인 동시에 타블로이드의 가십거리였다. 그리고 2009년 이후의 마이클 잭슨은 신화가 될 것이다. 그 신화 속에서 마돈나의 두 아들들은, 또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보고 창법과 퍼포먼스를 연구했다는 한국의 샤이니 같은 어린 가수들은 마이클 잭슨을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할 것이다. 왕은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왕의 지배를 받길 원하고 있다. 왕이여, 영원하라.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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