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뒤풀이를 마치고 후련 섭섭한 기분으로 걷던 바닷가에서 갑자기 무슨 용기인지 술기운인지 천하무적 위근우 기자와 콜라 캔으로 공차기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하고야 말았습니다. 결과야 물론, 우당탕 넘어져 무릎이 깨지는 대형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끝났지요. 오랜만에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피가 났고, 오랜만에 무릎에 거대한 딱지가 생겼으며, 지난 주말부터는 새살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죠. 갑자기 그 순간, 새삼 살아있음을 느꼈다면 변태라고 놀리시려나요. 키도 몸무게도 체질도 성격도 크게 바뀌지 않는 어른이 되고 난 이후, 크게 다칠 일도, 회복 될 일도 없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성장은 멈추었고 변할 것도 다칠 것도 없다는 안전 혹은 체념 속에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지 않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이라고 쓰고 ‘노화’라고 읽을 지 언정)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주 <10 아시아> 편집진은 이 잡지가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혹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는 조금씩 커가는 모습에 대견해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좀 살이 찐 것 같다고, 아니면 예전보다 야윈 것 같다고 각자 다른 인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요. 어떤 부분은 홀쭉해졌고 어떤 부분은 통통해졌고 키가 좀 큰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는 상처 입었고 어딘가에는 벌써 흉터가 남아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10 아시아>는 살아 있습니다.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무덤 속의 미이라가 아니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할 존재입니다. 그러니 이 녀석에게 눈을 떼지 말아 주세요. 다만 애정 어린 눈빛과 든든한 다독임이 한 아이를 어떻게 키워내는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10월의 마지막 밤이군요. 당신이 기억하는 그 노래가 ‘이용’의 것이건 ‘동방신기’의 것이건, 언제나 돌아오는 그 계절이 결국엔 ‘잊혀진 계절’이 될지라도 <10 아시아>에게 이 시간들은 절대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기지 않는 날들이 될 것입니다. 망각을 두려워해서 혹은 필연적인 망각을 핑계로 오늘을 대충 살기엔 우린 아직 너무 어리니까요.

p.s.
기쁜 소식이 두 가지 있어요! 이미 체크하신 분도 있겠지만 루나가 돌아왔습니다. <매거진 t> 시절부터 <10 아시아> 식구들과 함께하며 공감지수를 쑥쑥 올려주었던 귀염둥이 루나가 이번 주 월요일부터 TV 속 세상을 보다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루나의 델리비전’을 통해 이야기 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지난 10월 22일부터 ‘네이버’에서 <10 아시아>의 뉴스캐스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 좌측 상단에 있는 ‘뉴스캐스트’에서 ‘My 뉴스’를 클릭하신 후 <10 아시아>를 선택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없이도 업데이트 상황을 간단하게 체크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권장하는 놀이법은 역시 <10 아시아>(www.10asia.co.kr)사이트로 바로 접속해 저희가 준비한 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지만요. 어디서든 원 없이 신나게 노세요. 넘어져도, 무릎이 깨진다해도.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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