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대통령이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이 사실만으로도 부산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만큼이나 초현실적인 영화다. 10년여의 시간동안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등이 대통령을 연기하고, 그들은 모두 국민들을 끔찍이도 생각한다. 물론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정치 풍자를 깊게 다루지는 않는다. “어떤 정치성도 담지 않았다”는 장진 감독의 주문처럼,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장진 감독 특유의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과 재치로 소소한 웃음을 일으킨다. 하지만 관객들이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장동건처럼 생긴 남자가, 혹은 이순재처럼 누구나 존경할 수 있는 경력의 인물이 대통령이 됐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두시간여동안 경험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때문일 듯하다. 물론, 현실에 대한 고민 따위는 잊고 봐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필요하겠지만.
120분간 꾸는 행복한 꿈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한 명은 대통령 임기 말년에 200억 원의 로또에 당첨됐고, 잘 생긴 젊은 대통령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철부지 남편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다. 하지만 장진 감독이 보여주려는 건 정치적 문제 앞에 놓인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도 겪게 되는 인생의 고민이다. <거룩한 계보>와 <아들>을 거쳐 다시 재치 있는 설정의 코미디로 돌아온 장진 감독은 인간의 선함을 믿는 한없는 낙관주의를 바탕에 깔아놓고, 세 명의 대통령을 통해 세 가지 인생의 교훈을 전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서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호흡, 전개는 거의 동일하고, 독특한 상황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설정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한다. 기막힌 설정과 캐스팅이 주는 기대에 비하면,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쉽게 예상 가능한 코미디에 그친다. 장진 감독의 재기 넘치는 수다도 줄어들었다. 오히려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흥미로운 순간은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파고들 때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치와 인생 양쪽에서 큰 문제에 직면한 차지욱(장동건)의 모습은 대통령이 짊어지는 현실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갈등에 대한 답을 내린 ‘장동건’이 연설을 한다. 그 연설은 영화적으로는 평이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들 것이다. 스크린에는 ‘저런’ 장동건이 연설을 하지만, 스크린 밖에는 ‘그런’ 현실이 있다. 그래, 이건 영화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120분간 꾸는 행복한 꿈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한 명은 대통령 임기 말년에 200억 원의 로또에 당첨됐고, 잘 생긴 젊은 대통령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철부지 남편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다. 하지만 장진 감독이 보여주려는 건 정치적 문제 앞에 놓인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도 겪게 되는 인생의 고민이다. <거룩한 계보>와 <아들>을 거쳐 다시 재치 있는 설정의 코미디로 돌아온 장진 감독은 인간의 선함을 믿는 한없는 낙관주의를 바탕에 깔아놓고, 세 명의 대통령을 통해 세 가지 인생의 교훈을 전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서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호흡, 전개는 거의 동일하고, 독특한 상황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설정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한다. 기막힌 설정과 캐스팅이 주는 기대에 비하면,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쉽게 예상 가능한 코미디에 그친다. 장진 감독의 재기 넘치는 수다도 줄어들었다. 오히려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흥미로운 순간은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파고들 때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치와 인생 양쪽에서 큰 문제에 직면한 차지욱(장동건)의 모습은 대통령이 짊어지는 현실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갈등에 대한 답을 내린 ‘장동건’이 연설을 한다. 그 연설은 영화적으로는 평이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들 것이다. 스크린에는 ‘저런’ 장동건이 연설을 하지만, 스크린 밖에는 ‘그런’ 현실이 있다. 그래, 이건 영화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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