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옥, 이송희일, 이성한, 이해준, 김태식, 김동원. 낯선 듯 익숙하고, 익숙한 듯 낯선 이 이름들의 주인공은 자신들의 두 번째 영화를 들고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은 감독들이다. PIFF 아주담담의 첫 번째 초대 손님으로 초청된 이들은 ‘No.2-우리는 두 번째 영화를 만들기까지 무엇을 했나’라는 주제로 관객들과 만났다. “두 번째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계속해서’ 영화를 찍겠다는 선언과 같다”는 진행자의 말처럼, 두근대는 첫 경험을 지나 그 다음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젊은 감독들의 발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두 번째 영화를 만들기까지

아침까지 계속된 음주 때문에 피치 못하게 선글라스를 쓰고 참여하게 된 것을 이해해달라는 쑥스러운 인사로 말문을 연 이송희일 감독은 <후회하지 않아> 이후 두 번째 장편 <탈주>를 만들기까지 “너무 힘들었다”며 “힘을 빼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고백했고, <해적, 디스코왕 되다>로 데뷔해 7년이 지난 다음에야 <꼭 껴안고 눈물 펑>이라는 두 번째 영화로 찾아온 김동원 감독은 “결국 영화를 만드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라며 “영화를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보람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남겼다. 그렇게 ‘계속해서 영화를 찍어가는 단계’에 접어든 감독들의 고민은, 상업영화와 영화 시스템 대한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세 번째 작품으로 해방기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물을 찍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박찬옥 감독은 예산이 많이 들게 될 거라는 우려를 들으면서 “내가 영화를 찍을 때 ‘예산’이라는 것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고 고백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에 이어 <김씨 표류기>까지 눈에 띄는 흥행을 거두지 못하는 과정에서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관객들이 재미있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이해준 감독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세 번째 영화를 기다리며

결국 두 번째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소망은 ‘세 번째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에 이어 <도쿄택시>를 만든 김태식 감독은 “올해 쉰 한 살이다. 영화를 시작할 때는 여든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인데, 데뷔할 때 ‘늦깎이 데뷔’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고 밝히면서도, “하지만 일단 들어왔으니 열심히는 해야겠다”며 “계속 택시를 몰고 가는 기분으로 관객이라는 이름들의 손님들과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겠다”고 세 번째 영화를 향한 각오를 밝혔다. <스페어>로 데뷔해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을 만든 이성한 감독은 “몸을 쓰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소망을 이야기했다.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겨우 막 걸음마를 떼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부딪히고 깨지고 있다”고 이송희일 감독의 대답을 통해, 데뷔작을 통해 많은 기대를 받았던 감독들이 이제 성장통의 단계에 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을 믿는다”는 이해준 감독의 말처럼,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젊은 감독들의 훌쩍 성장한 세 번째 영화를 기대하게 되는 자리였다.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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