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누구나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카리스마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어딜 가나 시선을 모은다. 그것은 화려한 외모에 기인할 수도 있고, 갈고 닦은 연기력의 덕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라는 직업군을 넘어서 대체될 수 없는 아우라로 스타라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날 때부터 빛나고 있었을 것 같은 사람들. 한, 미, 일 각국을 대표하는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이병헌이 9일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첫 공식 일정을 가졌다. 압사 사고 직전까지 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취재진과 팬들이 몰린 기자회견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나게 뜨거운 온도를 기록했다. 외국에서 놀러온 동생들을 대하듯 세심하게 기무라 타쿠야와 조쉬 하트넷을 챙기는 큰 형 이병헌과 무대 정리를 위해 직접 테이블을 나르는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시종일관 웃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조쉬 하트넷까지. 다음은 그들이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던 재치 있는 답변들이다.한국과 그리고 PIFF에 온 소감이 어떤가?
기무라 타쿠야: 안녕하세요, 저는 기무라 타쿠야입니다. (안정된 발음의 한국말로) PIFF는 두 번째 방문인데, 올해 역시 열기가 뜨겁고 압도적인 분위기가 놀랍다. 이번에는 주연한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들고 온데다, 이병헌이 초대했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친구인 이병헌이 와 달라고 해서 기꺼이 부산을 찾았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보면, 연기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지금까지 작품에선 맡은 배역 자체로 보이기보다는 카리스마 있는 본인의 모습이 더 보였는데, <나는 비와 함깨 간다>에선 극중에서 연기한 시타오로 남았다.
기무라 타쿠야: 실제 연기를 한 나보다 질문하신 분이 시타오의 마음을 안 것 같다. (웃음) 시타오는 고통, 외로움, 슬픔 등 마음의 상처를 자신의 몸속에 담아 응시하는 성격이라고 파악한 뒤 연기에 임했다. 또 감독님께서도 내가 시타오를 연기할 때면 여러 가지 의견을 얘기하시며 이끌어주셨다.
그렇게 시타오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는데,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하다.
기무라 타쿠야:사실 처음 들어온 섭외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출연 여부를 이틀 안에 결정해야한다는 제안이었으니까. 그 시점에선 트란 안홍 감독님을 만난 적도 없고, 작품을 본 적도 없어서 <그린 파파야 향기>를 부랴부랴 찾아 봤다. 그런데 너무 독특한 영상미가 있었다. 보통 영화는 시각이나 청각을 자극하는데 감독님의 영화는 후각과 미각을 자극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이 궁금해졌고, 다음 날 실제로 만났을 때 감독님과의 대화도 재밌었다. 그래도 시타오 역을 많이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엄청난 고통을 표현해야 했고, 비현실적인 내용인데다 영화 속에서 십자가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기독교 신자도 아니어서 출연을 해도 괜찮을지 고민했다. 시타오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들으면서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더니, 그제야 조쉬 하트넷과 이병헌도 캐스팅됐다고 하시더라. 그들과 함께 하는 걸 좀 더 일찍 말해주셨으면 그렇게까지 고민 안 했을 텐데 말이다. (웃음)
한, 미, 일 각국을 대표하는 세 배우의 첫 만남은 어땠는가?
기무라 타쿠야: <히어로>를 작업할 때 실제 이병헌과 영화를 찍는다는 걸 알고, 머릿속에도 오늘 이병헌을 만나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가 현장에 그 나타났을 때 ‘와 이병헌 씨다’하고 놀랐다. (웃음) 너무 반갑기도 했고, 주변의 친구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많이 알게 됐는데 그런 작품 속에서 이병헌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나서 보니까 이병헌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 하고, 굉장히 친절하다. 자신에게는 무척 엄격하지만 말이다. 열심히 일하고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조쉬 하트넷은 아까 그가 말했듯이 필리핀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때도 역시 산 속에서 그가 나타났을 때 ‘와 조시 하트넷이다’ 하고 놀랐다. (웃음) 그날 처음 만나 같이 당구를 했는데 인사를 “하이, 타쿠야”가 아니라 “하이, 시타오”라고 캐릭터 이름을 부르는 걸 보고 ‘마음이 좋은 사람이겠구나’ 했는데 과연 그랬다. 정말 좋은 분이었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여배우가 많은데 어떤 배우와 연기하고 싶은지?
기무라 타쿠야: 정말 한국에는 아름다운 여배우들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분만 선택하라는 건 못하겠다. (웃음) 굳이 한 분을 고르라면,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고 일본에 왔을 때 스맙 멤버들과 함께 진행하는 <스마스마>에 나오셨던 최지우 씨를 꼽겠다. 최지우 씨가 그 날 우리를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그런 분과 함께 연기를 하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