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가고, 가을도 가고, 나이 한 살 더 먹어가고, 온통 가는 것뿐인 요즘이지만 영애씨는 돌아온다. 국내 최장수 시즌 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6>(이하 <영애씨> 시즌 6)가 10월 16일 금요일 밤 11시 첫 방송을 앞두고 7일 낮 서울 홍익 대학교 정문 홍문관 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에는 <영애씨>의 원년 멤버 김현숙, 도지원, 고세원과 시즌 6의 뉴 페이스 김산호가 참석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
시즌 5에서 ‘도련님’ 원준(최원준)과 장동건(이해영) 과장 사이를 오가며 모처럼 남자 복이 터졌던 영애(김현숙)는 시즌 6에 접어들며 또다시 연애라곤 씨가 마르는 처지가 된다. 그런 영애에게 갑자기 날아든 희소식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 대리 승진, 드디어 화려한 커리어 우먼의 성공신화를 이룩하나 싶던 영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위에서 쪼는 상사,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철저한 외모지상주의자인 팀원 산호(김산호)의 등장까지 겹치며 달라진 것은 ‘덩어리’가 ‘덩대리’로 불리게 되었다는 씁쓸한 결과뿐이다. 게다가 드디어 윤과장(윤서현)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지원(도지원)은 집 나갔던 윤과장의 아내 은실이 임신해 돌아오며 또다시 평지풍파를 겪고, 청년실업난을 이기지 못해 결국 대학원에 진학한 혁규(고세원)는 사사건건 자신을 무시하는 교수 밑에서 조교 생활을 버텨내야 하니 팍팍한 세상살이는 현실에서나 <영애씨> 시즌 6에서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다음은 온 몸을 던져 시즌 6의 촬영에 들어간 배우들과의 ‘막돼먹은’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각자 캐릭터에 대해 한 마디씩 해 달라.
김현숙 : 이번에도 이영애 역을 맡았고,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사람처럼 변하지 않을까. 영애도 일이나 사랑에서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고 임했는데 뭐, 끝날 때마다 할 말이 없었다. 시즌 6에서 대리가 됐다길래 기대를 좀 했는데 2회까지 촬영해 보니 뭐, 그대로다. 정지순과의 격투기도 여전하고. 심지어 영애 역을 맡아 살을 빼지 못하는 아픔도 있고 격투 신이 많아서 손톱도 못 기르는 등 여자로서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삶이 될 것 같다.
도지원 : 돌아온 이혼녀 변지원 역이다. 이번에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과연 그 결혼생활이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 게다가 친구인 영애는 정규직 되고 승진하는데 지원이는 아직 계약직 신세라 2회에서는 우리가 심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리얼한 드라마다 보니 진짜로 싸우면서 찍었는데 모니터해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날 부항 떠야 했다.
고세원 : 매 시즌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혁규는 백수와 찌질함을 맡았다. 취직 못 하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집에서도, 교수님께도 무시당하는 캐릭터를 소화하게 됐는데 어디에 그런 캐릭터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바로 내가 아직 학사 졸업을 못해서 이번 학기까지 다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김산호 : 좋은 작품에서 오래 호흡을 맞춰 오신 분들의 팀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이다. 내 캐릭터는 외모지상주의자다. 사람을 외적인 것만으로 평가하는 인물이라 영애씨의 외모 자체를 싫어하고 서로 앙숙이 된다. 그리고 자기가 잘나고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불만이 많은 캐릭터다.
“격투 장면은 합이 없는 개싸움이다”
김산호 씨는 이번 시즌에 출연하기 전 <영애씨>를 보면서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했나.
김산호 : 예전에 많이 봤다. ‘리얼 드라마’라는 말대로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리얼하고 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실 이번에 첫날 촬영을 갔더니 현숙 누나랑 지원 씨랑 싸우는 신을 찍고 있었다. 정말 리얼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이 드라마가 시즌 6까지 온 이유가 바로 그런 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숙 : 솔직히 그 장면 찍을 때 내가 진짜 섭섭했던 게, 처음에 도지원 씨가 내 ‘귓방맹이’를 올려치는데 만화에서 보면 야구 배트가 강속구를 칠 때 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우리 둘이 진짜 싸웠는데도 컷 소리가 나자마자 다들 도지원 씨한테만 달려가 괜찮냐고 했다는 거다! 나도 울부짖었으나, 끝내 아무도 달려오지 않고 ‘너랑은 체급이 다르지 않냐’며 차별했다.
도지원 : 내가 여자치고 손이 굉장히 큰데 언니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고 해서 처음 한 번만 살살 쳤다가 그 다음부턴 진짜로 쳤다. 합이 없는 ‘개싸움’이랄까. 찍다 보니 코를 맞아서 욱신욱신할 정도였다.
김산호 : 다른 드라마는 보통 싸움도 몇 신으로 나눠서 찍는데 <영애씨>에선 정말 통으로, 싸움이 종결될 까지 찍는 걸 보고 놀랐다.
김현숙 : 가끔 황당할 땐, 진짜로 때리고 싸웠는데 카메라에 불 안 들어왔다고 할 때다.
여배우들의 격투 신 치고는 정말 험악했나 보다.
도지원 : 우린 정말 자기 자신을 내던지고 솔직한 연기를 하고 있다. 현숙 언니랑 아예 시즌 1부터 우리가 여배우라는 걸 버리자고 했다. 그래서 집 안에 있는 장면 찍을 때는 비비 크림도 안 바른다. 세수하고 물만 묻히고 나온다. 그런데 모니터 해보니까 의외로 괜찮더라. (웃음)
김현숙 씨는 <영애씨> 촬영 때문에 살을 빼지 못해 아쉽다고 했는데.
김현숙 : 실제로 보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고 하시는데 지금은 몸이 많이 분 상태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추석 때도 열심히 먹었다. 사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찍을 때는 약간 육덕지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살짝 5kg 정도 빼 봤는데 그 때 <영애씨> 팀 비상회의가 열렸다. 이렇게 되면 김현숙과 계약할 때 몇 kg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조항을 넣었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는 걸 어디서 듣고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정말 편안하게 먹고 마시고 잤다. 보통 여배우들은 작품 들어갈 때 감량을 하는데 나처럼 몸을 유지해야 하는 남다른 고통을 겪는 여배우는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고세원 씨는 시즌 1부터 등장했지만 부인이자 영애의 여동생인 영채(정다혜)가 중도 하차하면서 위기가 있었을 것 같다.
고세원 : 정다혜 씨가 빠질 때 정말 상당한 위기를 느꼈다. 같이 유학을 가거나 독립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친구 용주(이용주)라는 캐릭터를 넣어주시고 미국에선 처남 영민(김현정)이가 돌아왔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건 처남인 것 같다. (웃음) 나와 같이 붙는 이 두 친구의 얘기를 재밌게 써 주시는 만큼 잘 표현해서 재밌는 신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 셋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사이 도지원은 tvN 공채로 통한다”
도지원 씨가 생각하는 <영애씨>의 장수 비결은 뭔가.
도지원 : 1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친구 시어머니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가끔 내 안부를 물으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애씨> 다음 시즌 언제 시작 하냐고. 그리고 식당가면 “아, 그 전국 드라마?”라면서 알아봐 주신다. 일본에서도 꼭 보고 있다고 전화 주시는 분도 있고.
그런데 이혼도 결혼도 순탄치 않은 지원이 어찌 보면 영애보다 더 처량 맞은 캐릭터인 것 같다.
도지원 : 그러게 말이다. 겁나게 팔자가 센 것 같다. 게다가 <영애씨>를 오래 하니까 결혼한 친구들이 주위에서 이혼 얘기를 꺼내면 “야, 내가 이혼 해 봐서 아는데” 그런다. (웃음)
tvN <세 남자>에서도 이혼녀 캐릭터인데 왜 자꾸 이런 역할을 맡게 될까.
도지원 : 아무래도 제작진이 비슷해서가 아닐까. <영애씨>를 하던 정환석 감독님이 지금 <세 남자>를 하시니까. <세 남자>의 윤다훈 선배가 지원의 전 남편으로 출연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고세원 : 우리 사이에서 지원 씨는 tvN 공채로 통한다. (웃음)
<영애씨>는 시즌 6까지 나온 최초의 한국 드라마다. 앞으로 몇 시즌까지 나올 수 있을까.
김현숙 : tvN 송창의 대표님께서 쫑파티 때 술을 잔뜩 드시고, 연구팀을 둬서라도 시즌 15까지는 가겠다고 하셨다. 왜냐면, 나름 시즌 5까지 지켜봤더니 이제 서로서로 많은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판단하셔서 시즌 15까지는 무조건 가겠다고 하시는 거다. 그 말을 듣고 앞이 캄캄했다. 그럼 난 앞으로 4, 5년이나 더 이 몸을 유지해야 하나! 내 인생은 어디 있나! 그런 기쁨 반, 절망 반이 있다. 사실 나 스스로는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혹시 앞으로 더 이상 즐길 수 없고, 그냥 연명하기 위해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 내가 먼저 그만둘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나저나 김현숙 씨 본인도 결혼을 해야 하지 않나.
김현숙 : 송 대표님은 영애 주위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해도 영애는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하시던데. 우리가 워낙 리얼리티가 강하다 보니까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한 김현숙’과 ‘노처녀 영애씨’는 잘 어울리기 힘들 것 같다. 그러니까 <영애씨> 시즌 10까지 가고 그러면 나는 몰래 결혼을 해야 하나? 동거만 해야 하나? 아니 뭐, 결혼은 그렇다 치고 일단 연애부터라도 좀 하고 싶다. (웃음)
<영애씨>는 아주 조용하고 소박하게 시작한 시리즈인데 빠르게 성장해서 tvN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젠 회사에서 좀 더 신경써주는 것도 있나.
김현숙 :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우리 팀을 제주도에 2박 3일 놀러 보내 주셔서 다녀왔다. 물론 식비에 상한선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런데 우리가 노는 모습을 보고 거기서 고기 구워주던 총각이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버렸고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웃음) 아, 사실 우리는 회사에서 저예산으로도 좋은 결과를 낳겠다는 그런 초심은 제발 고수하지 말고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워낙 투자 대비 좋은 평가와 반응이 있다 보니까 그런 점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면 <영애씨> 시즌 6이 끝났을 땐 회사에서 어디에 좀 보내 주길 바라나.
김현숙 : 음…시집? (웃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아름다운 사람들의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
시즌 5에서 ‘도련님’ 원준(최원준)과 장동건(이해영) 과장 사이를 오가며 모처럼 남자 복이 터졌던 영애(김현숙)는 시즌 6에 접어들며 또다시 연애라곤 씨가 마르는 처지가 된다. 그런 영애에게 갑자기 날아든 희소식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 대리 승진, 드디어 화려한 커리어 우먼의 성공신화를 이룩하나 싶던 영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위에서 쪼는 상사,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철저한 외모지상주의자인 팀원 산호(김산호)의 등장까지 겹치며 달라진 것은 ‘덩어리’가 ‘덩대리’로 불리게 되었다는 씁쓸한 결과뿐이다. 게다가 드디어 윤과장(윤서현)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지원(도지원)은 집 나갔던 윤과장의 아내 은실이 임신해 돌아오며 또다시 평지풍파를 겪고, 청년실업난을 이기지 못해 결국 대학원에 진학한 혁규(고세원)는 사사건건 자신을 무시하는 교수 밑에서 조교 생활을 버텨내야 하니 팍팍한 세상살이는 현실에서나 <영애씨> 시즌 6에서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다음은 온 몸을 던져 시즌 6의 촬영에 들어간 배우들과의 ‘막돼먹은’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각자 캐릭터에 대해 한 마디씩 해 달라.
김현숙 : 이번에도 이영애 역을 맡았고,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사람처럼 변하지 않을까. 영애도 일이나 사랑에서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고 임했는데 뭐, 끝날 때마다 할 말이 없었다. 시즌 6에서 대리가 됐다길래 기대를 좀 했는데 2회까지 촬영해 보니 뭐, 그대로다. 정지순과의 격투기도 여전하고. 심지어 영애 역을 맡아 살을 빼지 못하는 아픔도 있고 격투 신이 많아서 손톱도 못 기르는 등 여자로서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삶이 될 것 같다.
도지원 : 돌아온 이혼녀 변지원 역이다. 이번에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과연 그 결혼생활이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 게다가 친구인 영애는 정규직 되고 승진하는데 지원이는 아직 계약직 신세라 2회에서는 우리가 심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리얼한 드라마다 보니 진짜로 싸우면서 찍었는데 모니터해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날 부항 떠야 했다.
고세원 : 매 시즌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혁규는 백수와 찌질함을 맡았다. 취직 못 하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집에서도, 교수님께도 무시당하는 캐릭터를 소화하게 됐는데 어디에 그런 캐릭터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바로 내가 아직 학사 졸업을 못해서 이번 학기까지 다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김산호 : 좋은 작품에서 오래 호흡을 맞춰 오신 분들의 팀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이다. 내 캐릭터는 외모지상주의자다. 사람을 외적인 것만으로 평가하는 인물이라 영애씨의 외모 자체를 싫어하고 서로 앙숙이 된다. 그리고 자기가 잘나고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불만이 많은 캐릭터다.
“격투 장면은 합이 없는 개싸움이다”
김산호 씨는 이번 시즌에 출연하기 전 <영애씨>를 보면서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했나.
김산호 : 예전에 많이 봤다. ‘리얼 드라마’라는 말대로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리얼하고 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실 이번에 첫날 촬영을 갔더니 현숙 누나랑 지원 씨랑 싸우는 신을 찍고 있었다. 정말 리얼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이 드라마가 시즌 6까지 온 이유가 바로 그런 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숙 : 솔직히 그 장면 찍을 때 내가 진짜 섭섭했던 게, 처음에 도지원 씨가 내 ‘귓방맹이’를 올려치는데 만화에서 보면 야구 배트가 강속구를 칠 때 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우리 둘이 진짜 싸웠는데도 컷 소리가 나자마자 다들 도지원 씨한테만 달려가 괜찮냐고 했다는 거다! 나도 울부짖었으나, 끝내 아무도 달려오지 않고 ‘너랑은 체급이 다르지 않냐’며 차별했다.
도지원 : 내가 여자치고 손이 굉장히 큰데 언니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고 해서 처음 한 번만 살살 쳤다가 그 다음부턴 진짜로 쳤다. 합이 없는 ‘개싸움’이랄까. 찍다 보니 코를 맞아서 욱신욱신할 정도였다.
김산호 : 다른 드라마는 보통 싸움도 몇 신으로 나눠서 찍는데 <영애씨>에선 정말 통으로, 싸움이 종결될 까지 찍는 걸 보고 놀랐다.
김현숙 : 가끔 황당할 땐, 진짜로 때리고 싸웠는데 카메라에 불 안 들어왔다고 할 때다.
여배우들의 격투 신 치고는 정말 험악했나 보다.
도지원 : 우린 정말 자기 자신을 내던지고 솔직한 연기를 하고 있다. 현숙 언니랑 아예 시즌 1부터 우리가 여배우라는 걸 버리자고 했다. 그래서 집 안에 있는 장면 찍을 때는 비비 크림도 안 바른다. 세수하고 물만 묻히고 나온다. 그런데 모니터 해보니까 의외로 괜찮더라. (웃음)
김현숙 씨는 <영애씨> 촬영 때문에 살을 빼지 못해 아쉽다고 했는데.
김현숙 : 실제로 보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고 하시는데 지금은 몸이 많이 분 상태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추석 때도 열심히 먹었다. 사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찍을 때는 약간 육덕지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살짝 5kg 정도 빼 봤는데 그 때 <영애씨> 팀 비상회의가 열렸다. 이렇게 되면 김현숙과 계약할 때 몇 kg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조항을 넣었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는 걸 어디서 듣고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정말 편안하게 먹고 마시고 잤다. 보통 여배우들은 작품 들어갈 때 감량을 하는데 나처럼 몸을 유지해야 하는 남다른 고통을 겪는 여배우는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고세원 씨는 시즌 1부터 등장했지만 부인이자 영애의 여동생인 영채(정다혜)가 중도 하차하면서 위기가 있었을 것 같다.
고세원 : 정다혜 씨가 빠질 때 정말 상당한 위기를 느꼈다. 같이 유학을 가거나 독립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친구 용주(이용주)라는 캐릭터를 넣어주시고 미국에선 처남 영민(김현정)이가 돌아왔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건 처남인 것 같다. (웃음) 나와 같이 붙는 이 두 친구의 얘기를 재밌게 써 주시는 만큼 잘 표현해서 재밌는 신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 셋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사이 도지원은 tvN 공채로 통한다”
도지원 씨가 생각하는 <영애씨>의 장수 비결은 뭔가.
도지원 : 1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친구 시어머니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가끔 내 안부를 물으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애씨> 다음 시즌 언제 시작 하냐고. 그리고 식당가면 “아, 그 전국 드라마?”라면서 알아봐 주신다. 일본에서도 꼭 보고 있다고 전화 주시는 분도 있고.
그런데 이혼도 결혼도 순탄치 않은 지원이 어찌 보면 영애보다 더 처량 맞은 캐릭터인 것 같다.
도지원 : 그러게 말이다. 겁나게 팔자가 센 것 같다. 게다가 <영애씨>를 오래 하니까 결혼한 친구들이 주위에서 이혼 얘기를 꺼내면 “야, 내가 이혼 해 봐서 아는데” 그런다. (웃음)
tvN <세 남자>에서도 이혼녀 캐릭터인데 왜 자꾸 이런 역할을 맡게 될까.
도지원 : 아무래도 제작진이 비슷해서가 아닐까. <영애씨>를 하던 정환석 감독님이 지금 <세 남자>를 하시니까. <세 남자>의 윤다훈 선배가 지원의 전 남편으로 출연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고세원 : 우리 사이에서 지원 씨는 tvN 공채로 통한다. (웃음)
<영애씨>는 시즌 6까지 나온 최초의 한국 드라마다. 앞으로 몇 시즌까지 나올 수 있을까.
김현숙 : tvN 송창의 대표님께서 쫑파티 때 술을 잔뜩 드시고, 연구팀을 둬서라도 시즌 15까지는 가겠다고 하셨다. 왜냐면, 나름 시즌 5까지 지켜봤더니 이제 서로서로 많은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판단하셔서 시즌 15까지는 무조건 가겠다고 하시는 거다. 그 말을 듣고 앞이 캄캄했다. 그럼 난 앞으로 4, 5년이나 더 이 몸을 유지해야 하나! 내 인생은 어디 있나! 그런 기쁨 반, 절망 반이 있다. 사실 나 스스로는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혹시 앞으로 더 이상 즐길 수 없고, 그냥 연명하기 위해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 내가 먼저 그만둘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나저나 김현숙 씨 본인도 결혼을 해야 하지 않나.
김현숙 : 송 대표님은 영애 주위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해도 영애는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하시던데. 우리가 워낙 리얼리티가 강하다 보니까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한 김현숙’과 ‘노처녀 영애씨’는 잘 어울리기 힘들 것 같다. 그러니까 <영애씨> 시즌 10까지 가고 그러면 나는 몰래 결혼을 해야 하나? 동거만 해야 하나? 아니 뭐, 결혼은 그렇다 치고 일단 연애부터라도 좀 하고 싶다. (웃음)
<영애씨>는 아주 조용하고 소박하게 시작한 시리즈인데 빠르게 성장해서 tvN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젠 회사에서 좀 더 신경써주는 것도 있나.
김현숙 :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우리 팀을 제주도에 2박 3일 놀러 보내 주셔서 다녀왔다. 물론 식비에 상한선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런데 우리가 노는 모습을 보고 거기서 고기 구워주던 총각이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버렸고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웃음) 아, 사실 우리는 회사에서 저예산으로도 좋은 결과를 낳겠다는 그런 초심은 제발 고수하지 말고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워낙 투자 대비 좋은 평가와 반응이 있다 보니까 그런 점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면 <영애씨> 시즌 6이 끝났을 땐 회사에서 어디에 좀 보내 주길 바라나.
김현숙 : 음…시집? (웃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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