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샴페인을 여기서 터뜨리자는 말도 했다. 하지만 샴페인은 정말로 성공하고 난 뒤에 터뜨리겠다.” 5일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열린 KBS <아이리스>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아이리스>의 한 제작진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등의 호화 캐스팅에 1년여의 제작 기간, 홍보 문구에 스스로를 ‘초대형 블록버스터 액션 드라마’로 표현하는 드라마에 방송사가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할 일일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제작발표회에는 최근 그 어느 드라마보다 많은 취재진들이 모였고, 김규태 감독과 양윤호 감독,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그룹 빅뱅의 탑 등은 한 시간여 동안 쏟아지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현실에 가까운 액션”
그러나 <아이리스>에 이런 출연진이 필요했던 것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한국과 북한의 첩보조직의 대결, 그리고 미국의 군산 복합체의 음모까지 다루는 <아이리스>의 규모 때문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1,2회의 편집본과 촬영 스케치 역시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강조했다.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현실에 가까운 액션”이라는 이병헌의 말처럼 출연자들은 계속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을 보여줬다. 이병헌은 줄 하나에 매달린 채 하늘에 매달리고, 김태희는 지하철의 격투씬을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과거 영화 <쉬리> 등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보다 더욱 커지고 복잡해진 액션씬 역시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더 많은 폭약을 터뜨리거나 총격전을 보여주는 대신 인공위성과 CCTV 등을 이용해 하나의 추격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요즘 시청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21세기 스타일이라 할만 했다. 여기에 애드리브로 군데군데 분위기를 풀어주는 유머를 더한 이병헌과 정준호의 연기는 기대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김규태 감독과 양윤호 감독은 드라마의 규모나 완성도를 강조하기 보다는 “드라마적인 접근”에 대해 강조했다. 스토리 자체가 남한과 북한, 미국의 군산 복합체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얽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두 감독의 고민. 양윤호 감독은 “워낙 거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주적이 누구라고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말했고, “1~3회에서는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안한 구조로 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리스>가 사전제작제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촬영분량을 남겨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면서도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코드를 갖고 있는 드라마 연출자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경기 불황과 전반적인 시청률 침체로 드라마 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요즘, 오랜만의 대작 드라마인 <아이리스>가 정말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승우는 제작발표회에서 “소장하고 싶은 드라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아이리스>는 무엇보다 완성도에 관심이 모아지는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블록버스터 드라마일수록 작품의 완성도에 신경 쓰는 경향이 크고, 제작사인 태원 엔터테인먼트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연급만 여섯 명에 달하는 드라마의 스토리를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도 관건. 말 그대로 <아이리스>는 완성도와 대중성을 모두 잡아야 하는 셈이다. 14일 <아이리스>가 첫 방영을 한 뒤 제작진의 호언장담대로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현실에 가까운 액션”
그러나 <아이리스>에 이런 출연진이 필요했던 것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한국과 북한의 첩보조직의 대결, 그리고 미국의 군산 복합체의 음모까지 다루는 <아이리스>의 규모 때문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1,2회의 편집본과 촬영 스케치 역시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강조했다.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현실에 가까운 액션”이라는 이병헌의 말처럼 출연자들은 계속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을 보여줬다. 이병헌은 줄 하나에 매달린 채 하늘에 매달리고, 김태희는 지하철의 격투씬을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과거 영화 <쉬리> 등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보다 더욱 커지고 복잡해진 액션씬 역시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더 많은 폭약을 터뜨리거나 총격전을 보여주는 대신 인공위성과 CCTV 등을 이용해 하나의 추격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요즘 시청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21세기 스타일이라 할만 했다. 여기에 애드리브로 군데군데 분위기를 풀어주는 유머를 더한 이병헌과 정준호의 연기는 기대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김규태 감독과 양윤호 감독은 드라마의 규모나 완성도를 강조하기 보다는 “드라마적인 접근”에 대해 강조했다. 스토리 자체가 남한과 북한, 미국의 군산 복합체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얽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두 감독의 고민. 양윤호 감독은 “워낙 거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주적이 누구라고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말했고, “1~3회에서는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안한 구조로 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리스>가 사전제작제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촬영분량을 남겨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면서도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코드를 갖고 있는 드라마 연출자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경기 불황과 전반적인 시청률 침체로 드라마 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요즘, 오랜만의 대작 드라마인 <아이리스>가 정말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멜로와 액션의 중심 김현준, 이병헌관전 포인트
“대역이 있는데 얼굴을 찍어야 한다며 결국 똑같은 장면을 또 찍더라.” 이병헌은 이 한마디로 <아이리스>의 액션씬을 촬영하며 겪은 고생을 표현했다. “나는 합리적인 성격의 캐릭터라 이병헌처럼 고생하지 않았다”는 정준호의 농담처럼, 이병헌은 액션씬이 많은 <아이리스> 안에서도 가장 많은 액션을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다. <아이리스>는 넓게 보면 한반도의 안보 정세에 관한 이야기지만, 좁게 보면 “극단적인 상황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국가 첩보 조직 NSS 요원 김현준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 이병헌은 드라마 초반 김태희, 정준호 등과 함께 보여주는 다소 코믹한 모습부터 극단적인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액션이나 멜로 어느 한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첩보원의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농담 삼아 <아이리스>를 “<백야 3.98>과 다르다”고 말한 그의 바람대로 <아이리스>가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예전 출연작 <백야 3.98>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1등 콤플렉스를 가진 캐릭터” 진사우, 정준호
“정준호와 함께 제작발표회를 하면 방탄조끼를 해야 한다. 하도 없는 말을 많이 해서 (웃음)” 이병헌은 제작발표회에서 정준호가 자신에 관해 쏟아내는 말들을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아이리스> 촬영 현장에서 정준호가 하는 역할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김승우와 함께 누구나 인정하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고, 김태희와 김소연, 탑 등 처음 호흡을 맞추는 연기자들이 촬영장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아이리스>의 진사우 역시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촉매제 역할을 하는 캐릭터. 그는 작품 초반 김현준과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지만, 내면엔 그와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고, 김현준과 함께 최승희(김태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그만큼 극 중 어디로 튈지 모를 성격을 가진 인물. 정준호는 드라마 초반 이병헌과 코믹한 분위기를 만드는 씬들을 모두 애드리브로 연기했다고. “진지한 첩보물이다 보니 진사우가 너무 정적인 캐릭터로 보일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캐릭터에 정준호의 느낌을 더하는데 노력했다.”
액션부터 프로파일링까지 못하는 게 없는 첩보원 최승희, 김태희
<아이리스>에서 김태희는 최승희를 통해 기존의 작품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테러리스트에게 머리카락을 잡히는 장면을 여러 번 찍느라 머리숱이 줄어들었을 정도”로 액션 연기를 했고, NSS의 프로파일러 신분이 밝혀지기까지 다소 속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연기를 하기도 한다. 김태희 역시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다양함을 연출하는데 노력했다고. “처음에는 이병헌 선배와 멜로 부분을 구축하기 위해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부분을 보여주지만, 10부 이후로는 NSS 요원의 모습을 보다 많이 보여줘야 한다”는 게 김태희가 바라보는 최승희의 캐릭터. 또한 일본 현지 촬영 당시에는 일본어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일본인에게 직접 지도를 받으며 언어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워낙 다양한 촬영을 한 탓에 체력을 신경쓰다보니 이병헌, 정준호 등의 선배들에게 “밥을 그렇게 잘 먹는지 몰랐다”는 놀림도 받았지만, 그만큼 그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은 마련된 셈. 전작들에서 지명도에 비해 미진한 성적을 거뒀던 그가 이번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남한 첩보원보다 더 스타일이 좋은 북한 첩보원” 박철영, 김승우
북한 최고의 첩보원인 박철영을 연기하는 김승우는 <아이리스>를 찍으면서 북한의 평양말을 쓸지 남한의 표준어를 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 남한으로 넘어온 평양 출신 권투선수가 표준어를 잘 구사하는 걸 보고 표준어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그만큼 그는 박철영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승우는 박찬영이 “투철한 국가관과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력”을 모두 가져 첩보원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또한 그는 <아이리스>에 대해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작품에 참여하는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드라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의 반 이상을 찍었는데,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든다. 정말 만족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해외 팬들이 한국 드라마의 고유한 색깔과 배우들의 에너지, 제작진의 기술력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쉬리>의 김윤진 선배의 연기를 연구했다” 김선화, 김소연
<아이리스>에서 김선화는 북한 첩보조직의 여성 킬러. 그래서 김소연은 촬영 도중 12바늘을 봉합하는 부상을 당할 만큼 많은 액션씬을 소화해야 했다. 특히 “생각 이상으로 너무 무거운데다 두 손으로 제대로 잡기도 힘들 만큼 긴” 저격용 총을 들고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그래서 김소연은 영화 <쉬리>를 보며 김윤진이 연기했던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한다. 또한 중후반 이후 이병헌과 멜로 연기를 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최고의 작품을 만나 기쁘다”는 그의 말처럼 어느덧 30대를 목전에 둔 김소연에게 <아이리스>가 자신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수 있을까.
총으로 말하는 킬러 빅, 탑 (최승현)
<아이리스>에서 탑이 연기하는 킬러 빅은 미국의 군산복합체 조직인 ‘아이리스’가 고용한 킬러. 다른 캐릭터처럼 몸으로 부딪히기 보다는 냉정한 저격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다. 이 때문에 탑은 다른 것보다 총을 다루는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실탄을 쏠 수 있는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는 연습을 계속했다”고. 또한 <시계태엽 오렌지> 등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 영화들을 보면서 다양한 캐릭터의 연기를 분석했다고 한다. 탑은 이미 KBS <아이 엠 샘>으로 연기 경험을 했지만 <아이리스>는 전작과 중량감이 다른 작품. “과거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책임감도 느끼고 욕심도 생긴다”는 그가 킬러의 눈빛을 어느 정도 소화할지 궁금하다.
김승우는 제작발표회에서 “소장하고 싶은 드라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아이리스>는 무엇보다 완성도에 관심이 모아지는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블록버스터 드라마일수록 작품의 완성도에 신경 쓰는 경향이 크고, 제작사인 태원 엔터테인먼트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연급만 여섯 명에 달하는 드라마의 스토리를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도 관건. 말 그대로 <아이리스>는 완성도와 대중성을 모두 잡아야 하는 셈이다. 14일 <아이리스>가 첫 방영을 한 뒤 제작진의 호언장담대로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