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프라임> EBS 밤 9시 50분
피. 우리 몸을 흐르는 이 붉은 액체는 그 강렬한 색채 때문인지 서술보단 이미지로 기억된다. 즉 산소와 영양분을 나르는 매질이라는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흡혈귀에 의해 빨려나가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친숙하다. 이번 <다큐프라임> ‘혈액’ 편은 바로 이처럼 피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변화를 되짚는다. 더 용맹해지기 위해 죽은 검투사의 피를 마셨던 로마 시대의 검투사와 난폭한 환자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순한 송아지의 피를 수혈했던 프랑스 의사의 사례가 혈액에 대한 미신을 보여준다면 “이제는 피도 교환될 수 있다”고 선언한 데카르트는 혈액이 비로소 과학 시대에 편입되었음을 보여준다. 즉 피의 의미 변화는 대상을 해석하는 인식론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철인 요리왕 Japan> QTV 밤 9시
언제나 ‘내일은 10관왕’을 통해 주장하는 것이지만 세상 모든 것은 스포츠가 될 수도, 스포츠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세계 80여 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철인 요리왕(Iron Chef)’ 포맷의 원조인 <철인 요리왕 Japan>은 요리 대결 역시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규칙은 단순하다. 정해진 재료와 정해진 시간 안에 풀코스 요리를 만들어 당대를 대표하는 요리왕과 요리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규칙이 단순하다는 것이 미션이 쉽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1시간 안에 음식을, 그것도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내야 하는 건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니까. 그러고 보면 잠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간 내 원고 마감을 스포츠와 접목한 ‘철인 마감왕’ 포맷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MBC 밤 11시 15분
언젠가 안경환 전 인권위위원장인권이 이임사에서 일갈했던 것처럼 “인권의 본질은 강자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데 있는 것”이다. 복지의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장 먹을 쌀이 떨어져서 끼니를 거르지만 복지의 혜택, 즉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국 400만 명 이상이라는 게 정부의 집계 결과다. 실제로 첫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어떤 20대 중반의 부부는 고시원에서 지내는 등 아기를 낳기엔 턱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이 지방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기초생활보호수급 신청이 안 되는 상황이다. 물론 정말 복지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때문에 기준이 철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대도 몇 개 기준 때문에 혜택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골라내지 않는 게으름의 변명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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