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는 40억 달러로 대표적인 코믹북 회사 마블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두 회사의 합병에만 그치지 않고, 나날이 커져가는 대규모 미디어 그룹의 독과점과 디즈니의 불필요한 편집권 행사,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마블의 몰개성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다. 디즈니는 이번 합병으로 7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스파이더맨>, , <판타스틱 포>, <퍼니셔>, <캡틴 아메리카> 등 5천여 캐릭터를 소유하게 됐다. 글로벌 마케팅과 배급에 강한 디즈니는 일부 마블 캐릭터를 조속한 시일 내 캘리포니아주와 프랑스 파리, 홍콩 등지에 위치한 디즈니 소유 놀이 공원에 등장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마블과 별도의 계약을 맺고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는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 월드에는 캐릭터 사용이 불가능하다.

디즈니, 픽사와 미라맥스에 이어 마블까지 손에 넣다

지난 2006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를 74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는 디즈니는 영화 <한나 몬타나> 등 십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으나 소년층에서는 점점 지지도를 잃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합병에는 마블의 열성적인 남성 팬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디즈니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디즈니는 소니 (<스파이더맨>)와 폭스 (<엑스맨>, <판타스틱 포>), 파라마운트 (<아이언맨>) 등 마블과 이미 영화화 계약을 맺은 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는 완전한 합병을 기다려야 한다.

디즈니가 마블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양한 반응들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중에는 이미 마블이 상업화 된 지 오래됐다는 외면형 의견도 있고, 미라맥스 영화사나 픽사 등을 예로 들면서 마블도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블 골수팬들은 마블 특유의 개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동시에 디즈니의 초거대기업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팬은 “(이번 합병은) 자유시장 경제의 가장 추한 모습을 보여줬다”거나 “얼마나 기업들이 커져야 하나. 세계에서 1-2개 기업만이 남아야 멈출 것인가”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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