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한 작곡가는 필생의 한 곡을 위해 밤을 지새우고,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에이즈 감염자 친구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든다. 그리고 프리뷰 하루 전 대동맥혈전으로 생을 마감한다. 작곡가는 36살에 요절한 조나단 라슨이고, 에이즈와 마약에 찌든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작품은 바로 뮤지컬 <렌트>(rent)다. ‘No day but today’라는 메시지를 담은 <렌트>는 제작자의 죽음으로 인해 현실이 되었고, 배우들은 그의 뜻을 기리며 월드투어와 2005년 제작된 영화에까지 출연해 작품과 같은 시간을 살았다. 지난 8일에는 13년을 함께 한 오리지널 배우와 스태프의 <렌트> 브로드웨이 공연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하나의 뮤지컬에는 다양한 버전의 캐스팅과 스태프가 있고, 2000년 한국에서 시작된 <렌트>의 로저 역에는 남경주, 송용진, 조승우 등이 거쳐 갔다. 하지만 이번 <렌트>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영화에도 같은 배역으로 출연해 낯익은 아담 파스칼, 안소니 랩을 비롯한 13년 동안 함께한 이들이 참여해 국내 뮤지컬 팬들을 반긴다. 왕년의 파릇파릇한 미모와 패기 넘치는 몸짓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가슴 속에 내내 간직되어온 메시지와 세월이 조각한 경험과 여유는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 <렌트> 속 인물들은 천사를 만나 천 번의 키스를 나누고 ‘One song glory’를 위해 밤을 지새우며 이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우리는 <렌트>를 보며 그 시간을 함께 보낸다. 단 16회의 공연이 진행되는 <렌트>는 8일부터 20일까지 KBS홀에서 계속된다.

“<렌트>가 나고, 내가 <렌트>”
아담 파스칼, 안소니 랩 공동인터뷰

월드투어로 인해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고 들었다. 한국 공연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아담 파스칼
: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과 이후 런던 공연, 2005년의 영화작업, 그리고 월드투어까지 하게 되었는데 정말 선물 같은 경험이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는 이가 있었다면 이 월드투어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안소니 랩 : <렌트>의 제작자인 조나단 라슨도 작품을 준비하면서 꿈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곳에서 공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렌트>가 공연되었다고 들었는데, 그의 전설 같은 업적이 이곳에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도 직접 공연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놀라운 일이다.

두 사람은 13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을 <렌트>와 함께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아담 파스칼
: 로저는 내가 처음으로 연기를 한 배역이다. 로저와 나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 적 없고, 스스로 로저다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은 것은 공연을 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것이다. (웃음)
안소니 랩 : <렌트>를 시작할 때 어머니가 암으로 편찮으셨는데, 첫공연때 관객들 사이에 앉아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연기를 했다. 배우로,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큰 의미였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던 것 같다. <렌트>는 삶의 일부가 되었고, 평생 동안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출연진들 중 안소니 랩은 오리지널 워크숍을 함께 하면서 조나단과 더욱 돈독하게 지냈다고 들었다. 조나단 라슨은 어떤 사람이었나.
안소니 랩
: 1994년 워크숍에서 조나단 라슨을 처음 만났고, 이후 1년 반을 알고 지냈다. 아담 파스칼을 포함한 모든 캐스트가 확정되었을 때 그의 집에서 파티를 했었다. 그는 제작자와 연기자 사이의 갭이 전혀 없었다. <렌트>는 조나단의 친구를 기리기 위해 만드는 공연이었던 만큼 우리 모두 친구가 되어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는 떠났지만, 여전히 나는 그의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

조나단 라슨이, 그리고 배우들이 생각하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담 파스칼
: <렌트>의 ‘No day but today’라는 문구가 내 삶을 바꾸어놓았다. 초연당시 힘들고 어려운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많이 보러 왔었는데, 10년이 지난 후 그들이 삶에서 기쁨을 찾고 떳떳한 어른이 되어 돌아온 모습들에 무척 반가웠다. 나 역시 국경과 인종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렌트>의 전설이 되어 기쁘다.

사진제공_뉴벤처엔터테인먼트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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