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 괴물 챔피언십> FX 저녁 5시 7월 납량 특집으로 방송되었던 FX의 <2009 세계 괴물 챔피언십>이 재방송 편성되었다. 오랑우탄과 줄다리기 대결을 하는 스모선수, 폭식왕 대회, 공중 부양을 비롯한 다양한 마술의 비밀을 공개하는 ‘괴기 마술사’ 등 과거 <믿거나 말거나> 시절의 깜짝 뉴스와 비슷한 해외 이벤트 들이 소개되며, 그 중에서도 폭식왕 대회는 ‘블랙 위도우’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한국인 이선경이 참가한 대회가 소개된다. 반성을 모르고, 용서를 모르고, 나아가 비난해야 할 것과 비판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많은 괴물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2009년, 이들의 대결이 오싹한 공포나 엄청난 놀라움을 선사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진절머리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 이렇게 의미 없는 괴물 컬렉션만큼 적당한 것도 없다.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맨땅에 헤딩> MBC 밤 9시 55분
생각해 보라. 바람이 빵빵한 공도 아니고 맨땅에 머리를 처박는다니, 얼마나 아플 것인가. 그러나 때로는 상처와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그 길로 돌격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다. 특히, 젊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어느 초가을 날이라면 자갈밭이라도 일단 들이받고 볼 용기와 투지가 생기는 법이다. 오늘 첫 방송을 하는 <맨땅에 헤딩>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에 꿈이라는 예쁜 깃발을 꽂아놓고 그것을 바라보고 무작정 달려가는 청춘들의 한 페이지를 그려내는 드라마다. 인생역정 끝에 닭꼬치 장사를 하려 하지만, 마음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발리 슛을 쏘고 있는 차봉군(정윤호)과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서 자신의 에이전트로서의 꿈 또한 실현시키고자 하는 강해빈(아라)이 부디 건강하고 씩씩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란다. 꼬이고 얽히고 비참한 이야기는 이제 정말 지겹다.

<아가씨를 부탁해> 7회 KBS2 밤 9시 55분
미묘한 균형감이다. 여러 가지로 낯익은 대본, 어딘가 밋밋한 연출, 생각할수록 어긋나 있는 캐스팅 덕분에 <아가씨를 부탁해>를 명품 드라마로 꼽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는 볼수록 분발하는 배우들과 옹기종기, 아기자기, 소소한 재미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쉽게 놓아 버릴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상치 못한 억척 연기를 기대 이상으로 해내고 있는 의주(문채원)가 있다. 털털하다가도 동찬(윤상현)과 관련되기만 하면 다혈질로 돌변하는 이 아가씨는 혜나와 동찬이 가까워지는 것이 싫던 차에 장집사가 동찬을 의심한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빚을 갚으라며 자신의 돈을 건넨다. 그러나 사나이 자존심, 동생의 돈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 그래야 동찬에게 아가씨를 좀 더 부탁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미안하지만, 아가씨가 주인공인 이상 의주는 좀 더 속앓이를 해야 할 것 같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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