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은 여자보다 더 아름다웠던 영화 <패왕별희>의 두지를 통해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제는 서극 감독이다. 그동안 영화 <천녀유혼>, <영웅본색> 등을 연출한 그가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음악극 <태풍>(The Tempest)으로 다시 경극을 세계에 알린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위에 경극을 얹은 이 작품의 프레스콜이 지난 3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열렸다. <태풍>은 한국의 국립국장이 기획하여 세계 국립극장의 대표작을 국내에서 선보이는 <제 3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국왕 마법사 프로스페로는 동생에게 왕위를 찬탈 당하자 어린 딸과 함께 낯선 섬으로 유배당한다. 그 곳에서 마법과 무술 등을 연마해 막강한 힘을 얻은 그는 복수를 꿈꾸지만, 원수의 아들과 자신의 딸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프로스페로는 딸의 사랑을 인정하고 자신을 배신했던 모든 이들을 용서한다. 인간의 모순과 사랑, 희로애락까지 다양한 감정을 그리는 <태풍>은 동서양의 문화, 전통과 현재를 제법 독특하게 비벼냈다. 특히 기존에 무대연출을 전혀 하지 않은 영화감독의 연출기법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이 작품을 통해 찢어질 듯한 하이톤의 독특한 목소리와 짙은 메이크업으로만 기억되는 경극의 새로운 이미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은 9월 4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모토는 온고지신”
연출가 서극, 주연배우 우싱 꾸오 공동 인터뷰

그동안 영화연출을 오래도록 해왔는데, 어떤 이유에서 <태풍> 연출을 맡게 되었나.
서극
: 이번 작품은 전적으로 주연인 우싱 꾸오의 요청으로 하게 되었다. 그와는 영화 <청사>를 함께 했는데, 오랜 시간 작업을 하면서 그의 예술적인 감각에 감탄했고 이 공연을 함께 하는 것도 인생에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대로 무대연출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다른 장르인 만큼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무대 요소와 영화 요소를 어떤 식으로 조율했나.
서극
: 영화가 비교적 자유롭고 공간제한이 없는 반면, 무대는 제한적이지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주는 환상은 무대와 영화 두 장르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환상을 자극하고, 희극적 요소를 넣으면서 그러한 것들을 재연하고자 노력했다. 무대연출은 처음이지만 새로운 도전이고,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번 연출하면서 무대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으며,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느낌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공연 오프닝 장면에서는 커다란 막에 영상이 흘러나온다. 영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싱 꾸오
: 인생도 이 작품도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극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인간의 본질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에는 권력이나 인간들의 감정적 모순, 복잡한 생각과 과정 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서극 감독의 의도가 많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고전의 재발견’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
서극
: 시간을 초월하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거와도 관계가 있다. 시간의 개념이 아닌 인간의 감정, 인생관, 세계관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인이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 우리가 닥친 상황을 과거에는 어떻게 보는가에 중점을 두고 만들고 있다.

전통극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서양의 원작을 가지고 경극으로 풀어내려고 했던 이유가 있나. <템페스트>와 <태풍>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우싱 꾸오
: 당대전기극장의 모토는 바로 온고지신이다. 이미 여러 차례 서양의 극을 전통극에 맞춰 개작해 선보였다. 극본은 원작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고, 많은 부분들을 셰익스피어라면 이렇게 했겠지, 라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어갔다. 하지만 커다란 의상에 한자를 적어 등장인물의 고뇌를 표현하고, 여러 가지 동작을 통해 사물과 감정을 보여주는 안무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서극 : 서양의 <템페스트> 역시 각기 다른 버전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기본적인 형식이라고 할 수 없다. 영화만 봐도 <템페스트>는 상당히 독특하고, 독자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태풍>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서극
: 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 동서양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정치적 혼란을 겪던 시절이다. 동서양의 구분이 사라지고 항해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주민과 외지인들의 세력다툼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함께 인생의 한 자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록 분쟁이 잦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의 선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이상적인 인간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싶다. 이것이 <태풍>이 가진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사진제공_ 국립극장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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