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도, 서울에도, 어느 도시의 모퉁이에나 한심한 청춘은 있다.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하우투비>의 주인공 아트 역시 한심하고 볼품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형마트 비정규직 겸 뮤지션 지망생이다.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고, 얹혀살던 집에서도 쫓겨난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할머니 손에 컸는데 그분마저 암에 걸렸다고 동정심을 유발해 봐야 거짓말이란 걸 뻔히 아는 여자 친구의 마음만 급속냉각 시킬 뿐이다. 집으로 슬쩍 돌아가지만 부모님은 그에게 관심이라곤 없고, 하나 밖에 없는 친구 로니는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주제에 전자음악이 어쩌고저쩌고 사사건건 가르치려 든다. 엉망진창이란 바로 아트의 일상을 묘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어 같다. 그리고 이런 배경의 주인공이란 영화에서도, 실생활에서도 참으로 낯익은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리버 어빙 감독은 <하우투비>라는 질문 뒤에 ‘normal’이라는 단어를 써 넣는다. 평균 미달의 주인공이 평범함을 지향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영화는 오히려 특별한 매력을 얻는다. 서점에서 발견한 책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은 아트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자 앨링턴 박사를 집으로 초빙하고, 백발의 앨링턴 박사는 아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하며 그에게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 방법은 평범하지 않지만,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아트의 문제와 고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나름 의욕에 가득 차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기세에 부응해 주지 않고, 심지어는 노력조차 헛된 것이라 비웃고, 아무리 용을 써도 문제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결국은 “엄마 왜 날 낳았어!” 따위의 철없는 신세한탄을 하게 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하우투비>의 몇 장면은 제법 신랄하다. 아무리 보잘 것 없지만, 아트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러한 모서리들은 아트가 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에 매설되어 있어 보는 마음을 더욱 따끔하게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투비>가 따뜻한 영화로 잘 마감 될 수 있는 것에는 음악의 힘이 크다. 보는 마음이 서늘해 질 수 있는 순간에도 음악은 장면을 귀여운 소동으로 보이게 한다. 영화 의 아름다운 뱀파이어의 이미지는 몽땅 내다버린 아트 역의 로버트 패터슨이 직접 부른 소박한 노래들과 로니 역을 맡은 조니 화이트가 직접 작업한 일렉트로니카 넘버들 역시 영화의 듬성한 부분들을 포근하게 잘 매워준다. 말하자면 <하우투비>는 수수한 당의정 같은 영화다. 특히 아트에게 입장이 이입될수록 관람 후의 마음은 썩 편치 않을 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문제는 있고, 때로 그것에는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그것도 이 풍진 세상에서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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