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이 청년이 데뷔 10년차란다. 비온 뒤 죽순처럼 웃자란 키도, <학교2>에서 축구공을 차다 까매진 것 같은 피부도 그대로인데, 벌써 10년이란다. 그런데도 김흥수는 손사래까지 치면서 “아직도 신인”이라고 주장한다. “전 아직도 배우라는 호칭이 쑥스러워요. 제가 스스로 당당하게 느낄 만큼은 아직 아닌 거 같아요” 아직 혹은 아직도 신인이라는 이 10년차의 배우는 “모델도 공부하기 싫어서, 연기도 회사에서 시켜서” 하게됐지만 어느새 자신의 한계와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거쳤다. 가족이라는 따뜻한 테두리 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존재감을 가졌던 김흥수는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이미지를 뒤엎어 버릴 영화 와 함께 부천을 찾았다.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된 액션 누아르 <나쁜 놈의 더 잘 잔다>는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직진이다. 스크린에 영상이 번질 때부터 망치처럼 뒤통수를 내리친 김흥수의 “희번뜩이는” 눈빛에선 피 흘리는 짐승의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혹시 오버하진 않았을까, 관객들이 그 눈빛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한 우려와 달리 그 문제적인 눈빛에서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누군가의 막내동생이었던 그의 또다른 시작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청년, 이제부터 새로운 출발점에 선 ‘신인’이 분명하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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